에세이
따뜻한 방바닥에 나무늘보처럼 늘러붙어 있기.
몸이 느물느물 풀어지는 감각 말고 일체 아무것도 느끼지 말기.
불에 데인 상처며, 손 안 닿는 등짝 어딘가의 가려움이며 모두 무시하기.
며칠간의 여정을 꺼집어내 조근조근 정리하기.
친구들과의 반가운 만남. 그 안의 달큰한 와인과 웃음과 삶의 이야기, 이야기들.
세배간 삼촌의 얼굴에 늘어난 주름살과 노년의 우울과 지나온 삶의 회한과
이야기, 이야기들.
누구는 시집을 가고, 누구는 직장 때문에 명절에 집에를 못 오고,
누구는 이제 막 학교 선생님이 되고, 누구는 군대를 가고, 한 해 만큼 덧쌓여진 이야기, 이야기들.
기억의 방 여기저기를 헤집어 꺼집어내 펼쳐놓은 추억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는 이야기, 이야기들.
이제 정리의 시간.
널려진 무더기들 중 쓸 만한 몇 가지 갈무리해 한쪽으로 쟁여두고
휙휙 쓸어 담아 한 곳으로 몰아넣고 자물쇠를 채운다.
비어진 공간에 다시 채울 것을 찾아 수첩을 펼치니
생경스런 이물감이 도드라진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좀 더 가라앉기로 한다. 더 낮은 곳으로, 곳으로.
감각 만으로 푸른 바다를 떠돌던 한마리 물고기로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인가,
불쑥 날개 달고 창공을 날아오른다.
이제, 새로운 날을 시작할 수 있을 게다.
연휴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간다.
시간속에 사는게 아니라 기억속에 산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사이에 향기 몇 조각 건져 아련한 옛 시절 들추 듯이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하고 돌아서는 자리에 좋은 기억 몇 개 싸가지고
돌아오면 남은 인생 참 좋다 합니다.
저는 9개월짜리 조카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미소어린 얼굴 가져 왔습니다.
소리로 "아~~아~~!!!" 거리는 얼굴이 아른 거리는게 기분이 제법 좋습니다.
활짝 웃고 즐기는 시간 몇 조각이 남은 인생에 녹아 참 살기 좋은 인생이다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풍성한 감성으로 기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