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서래마을에 갈 일이 많았다. 박자세의 활동이 본격화되는 흑룡 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 활동의 확장과 효율성을 위해 사무실이 필요했고, 드디어 몇 일 전에는 사무실에서 첫 회의가 있었다.

 

사무실 하나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방을 한 칸 얻는 것보다 어려운 일 일 것이다. 나도 서울에 처음 와서 방을 알아보고 다니는 데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내가 가진 금액과 내 마음이 맞는 집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돌다 돌다가 지금 사는 집을 발견했는데 전에 살던 사람이 십 년을 살았고, 아이가 셋으로 늘었다는 이야기에 두 말 하지 않고 결정한 집이다. 이 집을 찾는 데만 여섯 군데 이상의 부동산을 돌았다. 그런데 박자세 사무실을 찾기 위해 박종환 선생님은 열 군데 이상을 돌아다녔다고 하신다. 그것도 이 추운 날씨와 바쁜 와중에 말이다. 내 집을 구하는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시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것 뿐인가 박자세의 첫 책자가 사무실에 도착한 날은 수 백 권의 책이 담긴 박스를 1층에서 3층까지 이화종 선생님과 박사님까지 나르셨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쌀이나 김치를 가져가겠다고 하면 왜 우리 귀한 아들 힘들게 하냐며 남의 아들 시키면 될 것을 이라며 택배로 보내신다. 그런데 박자세 회원들은 그 짐을 옮기시고도 그저 허허 하신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박종환 선생님은 그날 아침 식사를 하시고 저녁까지 아무것도 안 드셨다고 하시는데 속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김현미 선생님은 사무실에 출근하시기 위해 20년을 산 수원의 아파트에서 이사하셨다고 하신다. 시간이 쌓인 공간에는 비단 먼지만 쌓이지 않는다. 사람도 공간도 모두 내 속에 들어차 하나의 생명체처럼 기억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그 고민이 많았겠는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면서까지 박자세의 자연과학 문화운동에 동참하고 계신다.

 

홍종연 총무에 경우는 가끔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잊는다고 하신다. 박자세 일이 올해 들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70여 만원이 남은 박자세 잔고 액수에 고민에 고민을 하고 계신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돈이 쓰였다는 것은 활동이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고 그 안에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 홍총무님의 고민이 늘 열정적인 박자세의 문화운동의 밑거름이 되고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이화종 선생님께서는 일생을 훠이훠이 사시고 계신 분이셨는데 박자세에 들어오면서 그 여유가 조금씩 줄어드시는 듯 하다. 어느 날 박사님께 언제 한 번 저 열대 우림 이런데 한 번 가는 건 어떻겠냐고 질문하자. 박사님께서 왜 그러냐고 다시 물으셨다. 이 때 이화종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 아니 어떻게 한 번 발 담갔는데 자꾸 들어가서 못 나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자세 이거 심한 늪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 늪 탐사 한 번 갑시다.'라고 해서 주변이 박장대소하게 하셨다. 언제나 여유로움 속에 깊은 생각과 성찰이 있어 내가 많이 배우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회원분께서 박자세의 자연과학 문화운동에 동참하시고 계신다. 세상에는 많은 동기가 가득하다.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그의 책 '스피노자의 뇌'에서 인간은 모두 이 동기를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난 직장에서 일이 끝날 때쯤 배가 고프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천뇌 모임 발표 준비와 미국 학습탐사 자료를 찾기 위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인터넷 서칭을 하고 있다.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내 동기에 대해 내 방식의 동기화를 시켜나고 있던 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박자세의 공부는 하나의 문화운동이라는 생각을 한 이후로 더 큰 꿈과 비젼, 그 안에서 얻어갈 수 있는 큰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지금에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값진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 나는 모르겠다. 모두 지금에 없는 것을 찾고 있지 않은가. 지금에 없는 시간인 희망, 꿈이 있는 더 멀리의 시간을, 지금에 없는 장소, 천국, 극락을, 지금에 없는 더 멋진 자신과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자식이 없는 사람은 지금에 없는 자식을 꿈꾸지 않는가.

 

나는 박자세의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과 공간, 사람을 꿈꾼다. 박문호 박사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를 통해 보는 세상과 박사님을 통해 보는 세상의 크기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설날에 집에 내려갔더니 거실 한쪽에 꽃들이 피어 있었다. 어머니께 무슨 꽃이냐고 물었더니 몇 일 전에 산책 갔다 오는데 화분 하나가 버려져 있어서 가져다가 화분갈이 하고 거름주고 물주고 했더니 어느날 저렇게 예쁘게 피어 있더란다. 저 꽃이 나를 안 만났으면 나도 저 꽃 화분을 못 만났으면 꽃도 나도 서로를 만나지 못했지 않겠느냐며 웃으셨다.

 

내가 만난 것들은 내가 원하고 바래서가 아니라 어쩌면 내가 가야하고 만나야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꽃이 피는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내 속에 들어온 박자세의 씨앗이 커지기를 바란다.

 

요즘 들어 박자세에 게시되는 글들이 공지사항으로 도배 되어있다. 살아가는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관계가 엮어가는 박자세가 그 일들에 조금 밀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조심스런 걱정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박사세의 꿈이 커져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동기라는 것은 관심에서 시작되며, 동기화로 마무리 된다고 생각한다. 이케가야 유지의 명언인  ' 자동차를 아무리 뒤져도 속도라는 부품이 없습니다. 뇌를 아무리 뒤져도 마음이라는 기관은 찾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가 달리며 속도가 탄생하듯이 우리가 행동할 때 마음이 일어납니다.'라는 말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동기만을 간직하고 있다고 내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멀리 보는 사람이 있다. 여기보다 미래를 향하고 꿈과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편파 일률적으로 돈과 명예, 권력을 바로보는 시대에 더 나은 시선과 관심을 만들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하는 사람과 그것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함께 활동하고 관계를 만들어 내어 놓은 결과물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더 큰 꿈이 세상에 채워지는 법이다. 우주를 담고 있는 박자세의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날 나도 같이 웃게 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