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생리학은 인간의 몸에 관한 종합교과서다.

서양과학은 인간의 몸을 세포단위까지 쪼개서 실험하고 연구해서 거대한 몸에 관한 지식을 쌓아올렸다. 그래서 생리학은 세포에서 시작해서 막의 역동성과 내분비계, 중추신경계, 근육, 호흡, 심혈관계, 소화계, 면역계에 대해 모두 다룬다.

 

생리학의 핵심은 ‘항상성’이다.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원시 바다에서 강의 어귀로 올라와 담수 환경을 접하면서 매우 다양한 외부 환경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도전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생명체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내부 환경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항상성’(homeostasis)이다. 즉 인위적으로 초기 생명이 발생한 조건인 ‘몸 안의 바다’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생리학적 작용들이 진화해 왔다.

 

따라서 인체를 연구하면 바로 진화사와 진화의 신비를 목격하는 셈이다. 위에서 매일 염산을 1에서 3리터씩 분비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혈액과 면역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우리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입이 딱 벌어지는 종합 진화 전시장이다.

 

동양의학은 세포까지 내려가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접근한다. 동의보감은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곧 몸 안의 세계(내경), 몸 겉의 세계(외형), 병의 세계(잡병), 약물의 세계(탕액), 침구의 세계(침구)로 나눠져 있다. 그리고 생명의 원천을 정(精)), 기(氣), 신(神)으로 본다.

 

그에 반해 인체생리학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에서 시작한다. 물론 현대에 와서 체계가 정비되었지만 기본 사고방식이 분석적이다.

 

책은 830쪽으로 다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학교과서이지만 자신의 몸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 재미가 있다. 책을 다 읽고 앞부분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을 벌써 잊어먹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아쉽다.

 

그래도 내 몸과 그 몸이 형성된 진화사를 알기 위한 필수서가 아닌가 싶다. 여유가 있으면 동양의학서적인 동의보감과 비교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