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편집회의 참석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음에도, 또 허둥지둥 쫓기게 되는 시간.

별수 없이 남편에게 역까지 태워다 줄 것을 부탁했다.

역에 도착할때까지 훈계성 잔소리를 들었다.

보내주는 것도 고맙고, 태워다 주는 것도 고마우니 참아야지, 했는데

결국은 내릴때 화를 내고 말았다.

참 작은 것 하나도 마음먹은대로 못하다니. 한심해서 맥이 빠진다. 

참자 했으면 참고, 견디자 했으면 견디고, 하자고 마음먹었으면 해야지.

어떻게 번번히 뒤돌아서서 후회할 상황만 만드는 건지...

이런 날은 열차까지도 연착이다.

정시에 도착할 수 있게 시간을 맞췄음에도 조금 늦고 말았다.

 

박사님은 코감기가 심하시다. 휴지 한 통을 다 비우신다.

걱정스러운 건 우리들 마음일 뿐인거고

여전히 생생한 박사님의 목소리가 회의실 건너편에서 쩌렁쩌렁 울려나온다.

잠깐 막간에, 감기가 화제에 오른다.

감기 잘 안 걸리는 체질, 혹은 걸려도 약 안 먹고 하루만 버티면 해결된다는 내 말에

박종환 사장님도 맞장구를 치신다. 면역의 문제라며 '매실 액기스'라는 고유의 처방전도 내 놓으신다.

근데, 이렇게 입바른 소리는 하는 것이 아니었던 거다.

 

밤 10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고속터미널에서 박사님과 헤어질때는 감기 걸리신 것이 걱정이었는데

일요일 강의에서는 펄펄 날아다니신다.

왠지 그럴 것 같기는 했었다.

 

일요일.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에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다.

남편은 전날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더니, 아니나 다를까 감기가 심해져 있었다.

약도 사다 주고 비위도 맞춰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나도 감기를 시작하고야 말았다.--그러게 입빠른 소리 하는 것 아니라니깐...

기침도 심하고 몸살 기운도 있다. 

약 안먹고 잘 버틴다는 말을 실천해볼까 하다가, 더 힘들어지면 정작 해야할 일을 못할 것 같아서

남편 약을 하나 뺏어 먹는다. 이걸로 도망가주면 좋을텐데..

이 와중에,

남편은 영화를 보러 가잔다. 버려져 있어서 외롭다나, 뭐라나...

다음 편집회의를 위하여 오늘, 과감한 희생(시간)을 하기로 결정한다.

 

땀이 너무 많은 체질이어서, 가을이 목메이게 그립더니

막상 가을의 문턱에서 반갑잖은 불청객부터 들이게 되었다.

컨디션 관리도 '훈련'의 항목에 넣어야겠다.

나날이 '훈련' 리스트가 늘어나고 무거워지고 있다.

리스트만 보면 분명 뭐가 되도 될것 같다. 즐거운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