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제9차 서호주 학습탐사 일지(6월 4일(화)~5일(수))-------송찬옥

 

 

6월 4일(화) 21시 인천공항 집합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도 아니건만 유난히 설레는 것은 출발하기 일주일전에서야 확실하게 의미 파악이 되었던, 난생 처음 체험하게 될 ‘비박’ ― bivouac(프), biwak(독) ― 때문이 아닐까? 지리산 노고단 산정의 텐트 속에서 오들오들 떨며 듣던 억수로 내리던 비가 혹시라도 직접 얼굴로 내리꽂히는 것은 아닌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하고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의 별을 마주보며 잠들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또 하나 강력하게 잡아끄는 ‘학습탐사’라는 명제하에 이뤄졌던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와 열공 내용을 확인하러 간다는 과제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은근히 자부심을 밀어 올린다. 깨알같이 촘촘히 내밀하게 채워지는 기쁨과 보람을 배낭 가득 채워 가져오는 바램과 기대가 솔솔 피워오르기도 한다.

 

또한 박문호 박사님과 김현미님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사전에 준비된 ⌜박자세 해외 학습탐사 서호주⌟ 책자가 공항에서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틈나는대로 속개되어지는 박사님의 강의와 함께 ‘이것, 이것 모두 암기하세요’ 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가 모두의 어깨에 얹혀진 보람찬 공통의 짐으로 오히려 아직 조금은 낯설은 동료탐사대원들과의 어색함을 덜어준다.

 

 

 

6월 5일(수) 0시 20분 Singapore행 SQ603에 탑승 ― Singapore공항에서 환승 ―

7시 55분 West Australia Perth행 SQ213에 탑승

 

싱가포르 공항에서 1시간정도의 여유시간에도 역시 열정적인 박사님의 속강~!

칠레부터 일본까지의 태평양 전체 연대측정결과 해양지각은 2억년밖에 안된다. 그러나 곧 만나게 될 마블바(Marble Bar) 지대는 30억년 이상이다. “세상에~!”(박사님의 어투로) 시생대 마그마 온도가 300도 더 높았다. 가볍고 단단한 암석에 용골지괴가 2,300Km아래로 암석 덩어리가 붙었다. 그래서 마블바라는 지대가 30억년을 지탱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바로 그곳을 가는 거다...세상에~!”(박사님의 어투로).....지질학의 역사적 의미와 느낌이 충만한 탐사라는 계시를 수없이 되뇌어 우리로 하여금 이미 마블바에 푹 젖게 만드신다.

 

카리지니(Karijini) 국립공원과 마블바 탐사의 중요한 의미는 35억년이상의 지대를 바로 코앞에 마주하는 깊은 인연~! 그리고 생명의 기원인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를 직접 보게 되는 영광~! 모르면 그냥 무심하게 넘어가게 될 것들의 내밀한 속내를 확실하게 꺼내 보여주시는 박사님의 지칠줄 모르는 우주와 생명 본질에 대한 탐구정신~!

 

마치 고속버스 타고 가듯이 하늘을 가르고 달리는 비행의 엄청난 기술력에 이미 익숙하고 무심한 채 모두들 지질토양과 천문우주 공부에 푹 빠져있다. 누군가의 ‘샤크베이(Shark Bay)’ 라는 감탄사와 함께 모두들 창문에 매달려 서호주 하늘을 굽어다 본다. 저 아래로 솜털구름이 여유롭게 펼쳐져있는 사이사이로 우리나라 들판과는 사뭇 다른 나즈막한 구릉과 벌판이 달리고 샤크베이를 지나 인도양에 맞닿은 해안이 구불 구불 이어진다. '드디어 왔다'라는 감흥과 함께 여기 저기 둘러보는 마음이 바빠진다. 6시간 남짓한 하늘, 또다시 Indian Ocean을 거쳐 5시간여 서호주 대륙을 날라서 낯선 땅 서호주 남단 Perth에 사뿐이 내렸다.

 

6월 5일(수) 13시 5분 서호주 Perth공항에 도착

Perth공항에서 하루 먼저 출발했던 선발대와 합류하니 낯선 곳에서의 조우라서 유난히 반가움이 솟구친다. 공항 주차장에서 빛이 번쩍이는 신차 5인승 사륜구동 도요타 6대에 부산하게 짐을 나눠 실고서 2시 30분경 Perth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도움을 주게 될 Guide를 따라서 Reid highway를 향해 출발한다. 항상 그러하듯이 여행은 미지로의 출구를 향할 때의 벅찬 기대감으로 들떠서 모든 것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된다. 지나가는 도로 옆에 늘어서있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들이 들뜬 이방인들을 반긴다. 오스트레일리아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유칼립투스 나무들은 자작나무처럼 줄기가 하얘서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어느 정도 Perth도시를 벗어나자 나무들이 점점 아담하게 키작은 나무로 바뀌어 가더니 스피니팩스(Spinifex)가 듬성듬성 붉은 척박한 땅 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른쪽 운전대에 점점 능숙해진 이진홍님의 속력전으로 광활한 대지가 빠르게 지나치는 중간에 거대한 붉은 황토색 흰개미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모두 차에서 내려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스피니팩스에 찔리기도 하면서 그동안 책에서만 보고 무척 신기했던 흰개미집을 드디어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통풍과 환기 시설이 완벽한 매우 과학적인 흰개미들의 건축술이 놀랍다.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처럼 건조하면서 상큼함이 그동안 쌓인 피곤을 물리치고도 남는다. 아주 멀리 하늘에 맞닿아 있는 지평선을 아득히 바라보며 붉은 황토색이 이색적이었던 사진 속의 서호주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맑은 기운권에서만 볼수 있다는 비너스 벨트(Venus Belt)를 배경으로 붉은 석양이 저물어가며 금성인지 목성이 먼저 나타난다. 지평선 바로 위에 가장 밝은 별은 시간대에 따라서 움직이면 금성,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 목성이라고 한다.

 

17시 30분경 어둑어둑 해가 지는 가운데 약간 헤매다가 피너클스(Pinacles)의 쥬리엔 베이(Julien Bay)를 찾아 Peanut stone을 6대 차량의 라이트들이 모아진 어둠 속의 빛으로 세월에 풍화되어 단단한 부분과 남아 있는 석회암 암석기둥들을 살펴본다. 석회동굴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상이라고 한다. 낮에 보았더라면 땅콩들이 땅에 솟아오른 형상일 것 같았다.

 

어둠이 진하게 내려오며 별들이 하늘 가득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체 일정을 위해서 2시간여를 더 달린 다음에 숙영지를 찾기로 하고 계속 달렸다. Dongara를 지나 20Km쯤 숙박장소를 정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4, 5, 6,호차를 걱정스레 기다리면서 차츰 환하게 드러나는 별자리를 찾는다. 오로지 시간을 아껴보자는 일념으로 미처 도착하지 못한 4, 5, 6 호차들을기다리며 이미 늦어버린 저녁식사로 빵과 쨈, 우유를 먹기로 한다. 그러나 전체 일행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지 않고 어설프게 서서 저녁식사를 때운 것에 대해서 박사님의 꾸중을 들어야했다.

 

Dongara town에 들어가서 헤매다가 늦게 합류한 나머지 일행들이 도착한 즉시 안락한 숙영지를 위해 6대의 차량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가운데 비닐과 매트를 깔고 그 위에 각자의 침낭커버에 개인 침낭을 넣고 겨울 등산복을 입은 채로 침낭속에 들어가 학습탐사의 첫날밤을 맞이한다. 난생 처음으로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며 비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