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

전원생활의 꿈을 갖고 마련했던 땅. 시작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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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 가득한 황무지를 평지로 다듬어 놓고 앉아서 쉴 자리 하나 없던 벌판에

연장 넣어둘 나무상자 하나로부터 시작해서 창고 만들고 황토방을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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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픈 농사 실력에도 탐스럽게 열려서 기쁨을 안겨주던 생애 첫 수확물들

 

2.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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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이름도 짓고, 솟대도 만들어서 세우고 닭장 만들어서 닭들도 키우고 애지중지 더덕밭도 가꾸면서,

한해 두해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 가던 농장 모습. 많은 지인들이 다녀간 만큼 하나 둘 추억들도 쌓여가다.

 

3. 재난

농장을 가꾼지 5년 째, 풍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던 2012년 아름다운 가을의 초입.

예상치 못한 재난이 닥치다. 태풍 산바가 몰아치고 산이 무너져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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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초토화된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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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과 장독대, 화장실 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수확을 앞두고 있던 실한 고구마와 땅콩도, 애지중지 하던 더덕밭도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모두 묻혀 버렸다.

흙더미에 파묻힌 창고와, 아궁이. 살아 남은 닭 한 마리, 제 살던 곳을 더듬고 있다.

 

두 사람 다 생애 처음 겪는 자연재해에 망연자실, 의기소침해지다.

 

그러나, 꺽이지 않는 의지.

 

4. 복구

복구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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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가득 품은 흙더미와 나무들을 제거하는 데만도 3일 꼬박. 복구는 될까 싶었는데,

그래도 기계의 힘이 무섭다.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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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걷어 부치고 복구 작업에 달려와 준 고마운 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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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시작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어 갈 즈음, 새로운 희망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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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를 심고 오미자를 심으면서 다시 농장을 만들기 시작.

어머니는 여름 내 풀 매던 밭에서 이제는 내내 돌을 골라내고 있다.

 

내친 김에 몇 년간 벼르던 비닐 하우스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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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하우스 만들고, 일부는 창고 겸용으로 사용하기로 하다. 손댄 김에 차 그늘막도 함께.

 

그리하여,

 

유달리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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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은 이런 모습이다. 저 두텁게 내린 눈을 치우느라 몸살을 앓으면서도

눈이 많으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새 봄의 파종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