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머니가 입원해계신 병원에 아버지와 함께 병문안을 갔습니다.
어머니는 한달 동안 길어진 아버지 머리를 깎습니다.
제 눈에도 그제서야 아버지 머리가 많이 길었다는게 보이더군요.
아버진 지금까지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맡긴 적이 없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어머니는 시골미용실에서 30여년 미용실을 하면서 4형제를 키우셨지요.
사진을 흑백으로 바꾼 것은
두 분의 젊은 시절 흑백사진이 문득 생각나섭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가족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약간 창피한 기억도 함께 엮여서 떠오르는데,
12살 언저리때 J라는 여자아이가 울 어머니한테 머리를 깎으러 왔었지요.
나는 그 아이에게 풋풋한 연정을 느꼈었는데 아이가 가고 어머니가 잠깐 미용실을 비운 후
그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떨어진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가만히 주워서 만져본 기억이 납니다.
얼굴이 조금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애절하면서도 애틋한 그런 낯선 감정이 생기더군요.
( 20여년 후 그아이는 나를 포함한 몇몇 동창들에게 일시에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대범함을 과시하고
사라졌지만^^)
가만 생각하면 내가 잔병치레가 거의 없고
손재주가 있는 것 그리고 잠이 적은 소위 'SHORT-SLEEPER'인 것도 두 분 덕분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얘기가 두서없는 일요일 밤입니다.
목적없는 행동이 없다는 뇌과학의 의미로 본다면
설명을 안 보고 첫 번째 사진만 보면
설명을 안 보고 두 장의 사진만 보면
첫 번째 사진의 답은 과연 ~
두 장의 사진의 답에서는 웬지 스토리까지 정확하게 짙어낼 듯하다.
어릴 때는 어머니가 눈을 감으라해서 끝날 때까 숨을 죽이고 눈을 감았던 기억이
중학교 와 고등학교 때는 손거울을 보며 머리를 짜르는 친구를 협박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미용실에서
이제는 헤어샬롱(그 당시 미용실)에서 머리를 짜른다.
아련한 기억속의 어머니가 깍아주던 그 느낌
학생머리였지만 정말 솜씨좋은 친구가 잘 짤라 거울을 보고 만족해하던 그 시절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가의 손길에서 창조된 파격적인(?) 커트
(지금 사진을 보면 단발에서 약간 변형된 커트인데)에 내가 낳설어 거울을 100번도 더 봤다는
행복한 추억들이,
미용실집 아들의 첫사랑의 기억은
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ㅋ
저도 비슷한 추억(농부의 딸)이 있습니다. ㅎ
저렇게 건강한 유전자의 1/2씩 아무런 조건없이
다만 행복하라는 특명만을 내리고
듬뿍 담시님에게 주신 부모님~!
담시님은 물려받은 유전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그 유전자를 바탕으로 또 다른 행복한 유전자를 만들었네요.
화이팅입니다.^^*
아름답습니다.
행복해보입니다.
어떻게 저런 풍경을 만들어낼 수가 있을까요
이렇게 인생의 예술이 피어나는군요.
쾌차하세요.^^*
보기 좋습니다.^^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구요,
좋은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건 자신의 선택은 아니지만 타고난 복이긴 하지요.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