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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머니가 입원해계신 병원에 아버지와 함께 병문안을 갔습니다.

 어머니는 한달 동안 길어진 아버지 머리를 깎습니다.

 제 눈에도 그제서야 아버지 머리가 많이 길었다는게 보이더군요.

 아버진 지금까지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맡긴 적이 없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어머니는 시골미용실에서 30여년 미용실을 하면서 4형제를 키우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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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흑백으로 바꾼 것은

 두 분의 젊은 시절 흑백사진이 문득 생각나섭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가족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약간 창피한 기억도 함께 엮여서 떠오르는데,

 12살 언저리때 J라는 여자아이가 울 어머니한테 머리를 깎으러 왔었지요.

 나는 그 아이에게 풋풋한 연정을 느꼈었는데 아이가 가고 어머니가 잠깐 미용실을 비운 후

 그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떨어진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가만히 주워서 만져본 기억이 납니다.

 얼굴이 조금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애절하면서도 애틋한 그런 낯선 감정이 생기더군요.

 ( 20여년 후 그아이는 나를 포함한 몇몇 동창들에게 일시에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대범함을 과시하고

  사라졌지만^^) 


 가만 생각하면 내가 잔병치레가 거의 없고

 손재주가 있는 것 그리고  잠이 적은 소위 'SHORT-SLEEPER'인 것도 두 분 덕분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얘기가 두서없는 일요일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