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겨울비 추적이더니 오랜만에 날이 개였다.

구름 한점 없이 파아란 하늘 위 건너편 아파트 위로 희미한 반점 같은 낮달이 오롯이 걸려 있다.

보름이 다 되었는가, 둥근 낮달이 태양의 그림자 같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잡다한 생각들이 흘러넘친다.

어느 시인의 싯구도 살짝 떠오르다가 유행가 가사도 한 소절 흘러가고,

SF영화의 한 장면도 스쳐지난다.

그러다 문득, 몽골 초원 별빛만이 찬란하던 밤이 떠오른다.

별들 아래서 우리가 바로 우주인임을 실감하던 그 순간.

그것이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던 그 밤의 기억.

빛이 가린 착시현상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실재하는 것인양 무심코 살아가지만

저 푸른 대기를 걷어내면 검푸른 천공과 하나의 별일 뿐인 태양과, 머나먼 곳에서 달려온

빛의 무리들이 -270도의 차가운 진공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 우주 안의 작고 작은 행성 속에서 오늘도 일상의 번잡함 속을 건너가고 있지만,

이렇게 문득 절대고독의 광활한 우주를 생각해 보는 내가 우주적인 존재일 수는 없는 것일까.

 

우주 안의 나, 시리듯 푸른 겨울 하늘 한 귀퉁이 희미한 낮달을 통해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