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전병사의 묘사 중 압도적인 것은 화가 홍성담의 어린 시절 동네 아저씨 얘기지만.. 

지나치게 끔찍한 얘기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삼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부터 반공영화 '킬링필드'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픽션에다 다큐 필름이나 사진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끔찍한' 영상물이나 사진은 악영향이 크지요. 그 이미지의 현장과 벗어나있다는 안도감에다 반짝 지나가는 동정심을 대단한 휴머니티를 발휘한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참상 이미지의 소비'에 대한 것은 수잔 손탁의 '사진에 관하여'에 잘 설명돼 있지요.) 

 

우리나라는 세계 전쟁사를 볼 때 유례없는 사상자와 자연파괴를 경험한 한국전의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베트남에 대해선 가해자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원죄가 있다고 볼 때 여러모로 베트남은 특별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존 바에즈(1941~).

 

반전 가수의 대표격인 존 바에즈와 베트남에 관한 기사(인물과 사상 20132)가 나와 있어서 잠깐 인용합니다. (개인적으론.. 존바에즈 만큼 일관되게 민중의 편에 선 가수는 지난 2009년 작고한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수가 꼭 '사회참여'해야하느냐는 것을 논쟁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 존바에즈는 북베트남에 미국인 방문객을 보내는 한 단체의 제의를 받고 이해 12월 하노이를 방문한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닉슨 행정부에서 자행한 '하노이 크리스마스폭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존 바에즈가 하노이에 머무른 13일 중에 무려 11일 동안 폭격이 있을 정도로 그 폭격은 대대적으로 이뤄졌고,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밤이면 폭격을 피해 방공호에 머물며 노래를 부르고, 폭격이 잠시 멈추었을 때는 하노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폭격의 참상을 직접 목도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그는 자신이 갔던 곳의 모든 소리-폭격기 소리, 대공화기 소리, 폭격소리, 방공호 안에서 퍼지는 노랫소리 등-를 녹음했다.

 

하노이에서 머물던 기간 존 바에즈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일은 대규모 폭격이 끝난 뒤에 일어났다.

 

"9m나 되는 깊은 구덩이의 반대편에서, 한 여자가 3m에서 3.5m 정도 되는 땅위를 성치 안은 다리로 헤매면서 땅을 향해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그녀는 혼자였다. 통역관에게 그녀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들아, 아들아, 넌 지금 어디 있느냐, 아들아?' , 세상에....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그 여인의 아들은 그녀의 발밑 어딘가에서 순식간에 쌓인 진흙 무덤에 갇힌 채 누워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부상당한 늙은 고양이처럼 다리를 절뚝이며, 마지막으로 아이를 보았던 곳을 그저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노래를 신음처럼 부르며. 아들아, 넌 지금 어디 있느냐?" 

 

Joan Baez 65 Anti-Vietnam War Protest.png

 

찾아보니 당시 존바에즈가 녹음했던 현장음과 노래(http://youtu.be/PgDm85StSQs )를 생생히 들을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존 바에즈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라 반폭력 인권운동가 였으므로 나중에 사회주의 베트남 정권의 인권유린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계속했습니다. 또한 크메르루즈의 '킬링필드'(동명의 영화 그 압도적인 장면들 때문에 폴포트 정권만이 악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입니다)를 피해 난민이 된 사람들을 캄보디아에서 만나고 돌아온 후 존 바에즈가 '후마니타스'라는 국제인권기구를 설립했습니다.

   

베트남.

 

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있는 베트남 여성들을 종종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또 전쟁을 겪었으므로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우리 부모세대가 겪은 한국전 이후의 이념갈등 뿐 만 아니라 지금 한국 사람들의 '눈치 안보고 차량 끼어들기' '새치기' '남들과 다른 행동하면 눈치보이는 것' 등등의 사소한 것들 모두 내전을 겪은 나라의 전후 후유증에 속하는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베트남도 그런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달 말, 박자세의 베트남과 캄보디아행에 예정대로(그것도 뒤늦게 합류예정이지만) 함께 갈 수 있게 된다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