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신세계를 만날 권리 - 부제 ( 구르는사과는 영원히 볼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말과 말이 만난다는 거다. 언어와 언어가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내 인생에 대한 최고 해석권자는 나 이외에 누구도 될 수 없다. 나의 세계를 확장 시키는 것은 내가 접한
환경과 그에 따른 경험의 축적이다. 여행을 다니던, 활동을 하던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가족을 형성하던
나를 중심으로 세계는 구축이 된다. 내 관념이 하나 바뀌고 관점을 전환하는 모든 일련의 현상은
의미를 통해 재구성된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사랑을 하고 나면 그 사람과의 만난 장소, 거닌 길, 같이 먹은 음식들 마저도
이 사람과 어떻게 만나게 됬을까를 생각한다. 평소에 똑같은 하늘이 바람이 길거리가 순식간에 다른
풍경으로 변한다. 의미라는 주제를 통해 흩뿌려진 기억이 모이며 다른 형태의 시선과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알아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제 5회 특별한 뇌과학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교과서를 통해 익숙해진 뇌구조에 최신 논문과 융합된
기억이라는 주제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더 친해져야 할 용어가 등장했다는 것은 인류가 발견하고 알게 된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에 흥분하고 있다. 기억이 확장되면 내 안에 세계관 또한
커질 것이다. 확장되고 커진 세계에 내 상념이 머물고 생동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더 많이 알아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세상을 본다는 건 기억을 본다는 거다. 구르는 진짜 사과를 볼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이미 굴러 간 사과를 볼 수 밖에 없는게 우리가 가진 뇌의 현상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빛이 아무리 빨라도 뇌가 그것을 붙드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이미 지나간
사과를 볼 수 밖에 없다.
빛이 사과에 튕겨서 망막에 도착하고 외측슬상체를 들렀다가 일차 시각영역을 거쳐 뇌의 등쪽으로
흐러던, 배쪽으로 흐르는 전류적 파장을 형성하던지, 혹은 다시 외측슬상체로 보내져 기억을 읽던
모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이미 지나간 사과를 볼 수 밖에 대책이 없다. 심지어는 그것 또한 기억에 속한 다른 이미지와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사과를 본다는 건 기억을 본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되어 버린다.
각설하면 우리가 보는 것은 기억을 보는 것이고, 기억은 감정을 통해 탄생하였으니 내 감정을
벗어난 보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매일 보고 느끼는 많은 것이 이미 내가 감정으로
버무린 세상 바라보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다가 기억하는 의식적 현상이 일어났다면 모두 언어로 되어있는 현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떤 관계를 만들었다면 모두 말과 말이 만난 결과가 된다.
좋은 사람은 좋은 언어를 통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 사람이 어떤 형태의 언어를 구사하는지 살펴야 된다는
의미가 된다. 내가 만나는 어떤 사람은 내가 쓰는 단어에 세뇌가 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기억, 공간, 장소, 등의 단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붙어 있는지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 단어에 집중이 되서
누군가 기억, 공간, 장소라는 소리만 들리면 민감해 진다고 말이다. 이것이 그 사람의 세계관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스쳐 지나던 어떤 소리가, 단어가, 이미지가, 향기가 맛에 민감해지면서 쪼개진 기억이 서열을
이루게 된다.
의미가 만들어지고 그 의미에 의해 서로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은 이야기가 일련의 서열을 이루고 관계를
만들어 기억이 재조합된다.
사람은 어떤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삶을 영위한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조합은 사람의 격을 만든다. 격이 있는 자리에서는 규칙이 있는 언어의 순서를 만들게 된다.
회의에서는 회의에 맞는 언어를 쓴다. 의사는 의학용어를 쓰고, 공학기사는 공학 용어를 쓴다.
날 것의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언어의 조합을 탄생 시키는 시인은 언어의 조합에 목숨을 건다. 전문가가
전문가인 이유는 전문용어로 생각하고 말하기 때문이다.
격이 없는 사이는 그 규칙에서 벗어난 만남을 이야기 한다. 격이 없는 친구의 관계가 그러하고, 사랑하는
연인의 관계가 그러하다.
세상을 보는 것은 기억을 보는 현상이다.
세상을 보는 것이 기억을 보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단어를 쓰고 거기에 상념이 머무느냐가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용어를 배운 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열쇠가 된다. 눈으로 확인되는 현상이 그것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어로 만들어진 기억이 그 현상을 보게 한다.
제 5회 특별한 뇌과학은 그 제목처럼 더욱 특별해지고 있다. 신경세포가 만든 일련의 현상을 단 한 단어로
요약하며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기억이라는 놀라운 현상에 대해 거시적이며 미시적인 부분까지 접근을
하고 있다. 강의를 들으며 놀라고 새로운 용어에 노출되며 발견하는 세계에 한 번 더 놀라고 있다.
때때로 내가 강의를 하거나 발표를 하거나 혹은 의견을 제시할 때 누군가가 '어렵다.'라고 하는 소리가 정말
기분 나쁘게 들렸었다. 마치 너만 아는 소리니까 그만 둬로 들리기도 했고, 현실과 동 떨어지는 소리니까
다른 주제로 이야기해라로 들리기도 했다. 내 능력의 소치를 꾸짖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기억에 기대지 않고 어떤 지각현상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용어가 신세계이다.
어렵다는 의미 너머에는 언어를, 특정 단어를, 혹은 언어의 서열 방식에 노출이 덜 되어 있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되었다.
용어에 익숙해지고, 언어의 서열과 논리적 구조에 더 많이 노출될 때 새로운 기억이 탄생하고 그 기억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걸 발견했다.
배움에서 어렵다고 하는 이야기는 아직 익숙해져야 할 용어가 남아 있고, 배우고 훈련해야 할 논리적
구조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세상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어에 민감해진 내 기억의 확장을 통한 반응이 나를 더 큰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이것이 내가 이 시간에도 용어 몇 개 암기하고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이유이다.
학습을 할 수 밖에 없는 나를 발견한다는 건 동시에 새로운 용어를 알아가야 하는 의무를 발견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신세계를 만날 권리가 이미 내게 주어진 것과 같다. 새로운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억이건 뭐건 정보의 입력이 많아야 창발적인 새로운 것이 나올수 있다는 말인데...창의적인 것이 꼭 대량 정보의 입력에 의해 형성된 기억에서 나온다고 볼 수가 있을지...,어떤 분야이건 천재적인 작가들이 어린나이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꼭 신피질의 학습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것 같네요.나이를 먹을수록 학습량과 경험량이 늘어나지만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고 세계관이 넓어지거나 예측을 잘하거나 대단한것이 나오거나 하진 않잖아요.
어린 시절 천재적인 역량을 보였던 사람들과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에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졌던 이런 연구결과가 최근에 종합되어 이끌어진 결론은
그러한 창의성은 연습의 절대적인 시간양과 의도된 학습에 의한 것이란 것이
대세, 정설(?)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즉, 신피질 학습량, 연습량에 의한 것이다라는 것이죠.
다만 그냥 시간을 채우는 학습이나 연습이 아니라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이 이끌어주는 의도된 학습, 연습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도된 학습이란 몸이 기억하고, 다시 말하면 뇌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각 분야의 천재로 잘 알려져 있는
모짜르트나, 존 스튜어트 밀, 타이거 우즈, 셰익스피어, 피카소 등과 같은 사람은
10대 중~후반에 이미 그 그러한 학습량을 초과했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관련 연구를 모아 놓은 학술서로서
수월성 교육, The Pursuit of Excellence Through Edudation (미셸 페라리, 아카넷)가 있고
이와 거의 내용이 같은 일반인이 읽기에 좋은
(위의 책과 구성, 내용 너무 비슷해서 좀 놀랐습니다.)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Talent is overrated. (제프 콜빈, 부키)
더 재미삼아 읽기 편한
아웃라리어(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등의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그리고 동시대 혹은 그 다음 세대에 사람들의 세계관을
변화시킬만한 변화를 주도햇던 사람들의 역작이나 논문은
5-60대 이상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특히 인문사회학 분야는 10~30대에 역작이 나오기는 거의 힘듭니다.
대니얼 코일의 책 [탤런트 코드]도 역시 추천할만 합니다.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도 훈련에 관한 좋은 책입니다만,
[탤런트 코드]는 신경세포를 감싸는 절연층인 '미엘린'이 좀 더 부각된 책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가 되는 데 소요되는 1만 시간, 이러한 결과는 운이나 우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신호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공통적인 진화 메커니즘이다. 스킬은 신경 회로를 감싸고 있는 절연층이며, 그것은 특정한 신호에 반응 할 때 두꺼워진다. (...) 중요한 것은 재능이 운명인듯 보일지라도 사실 어떤 스킬을 향상 시킬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상당 부분 우리에게 있다는 점이다." - [탤런트 코드] 중에서
거시세계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망원경으로
미세세계는 양자역학으로, 현미경으로
그리고 이 두 세계 사이 세상은 가상의 언어로
끊임없이 입력하고 출력하는
감각입력은 신피질에서 재가공되어
학습은
오류와 실패, 착오와 정정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
거시세계
미시세계
세상의 확장은
기억(학습)하는 신피질의 권리이자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