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다.

매일 잠들 때마다 증조할머니가 머리맡에서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는 나를 자주 상상의 나라로 안내하곤 했다. 가끔씩 늦은 오후에 숙식을 해결하려 들어오는 봇짐장수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길 위의 나그네와 함께 불가능이 없는 상상 속의 여행길을 떠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도 타인의 색다른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 어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내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이야기 꾼을 만났다.

이 나그네는 우주 시작점부터 지금 현재의 우주까지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람이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주전체가, 별이, 시공간이, 지구가, 바다가, 암석이, 생명이, 세포가, 동물의 뇌가, 인간의 역사와 의식이 그가 서있는 좁은 공간에 가득히 펼쳐지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가 데려다 주는 곳을 바라본다.

 

그는 우주 전체와 행성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늘 경이로움에 가득 찬 조그만 실눈을 반짝이며 모든 것을 샅샅이 살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우리가 습관이 되어 일상에서 예사롭게 넘기는 사실들도 그 에게 오면 신비롭고 경이로운 수수께끼로 떠 오른다. 그는 눈을 감고 손끝으로 자기 코를 정확히 닿을 수 있는 사실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환희에 차서 말한다.

 

이런 그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보아왔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게 되었다. 그가 전해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의 지겹던 일상사가 마치 태초의 원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세상은 처음 태어나서 바라본 것처럼 신선한 활기가 가득 찬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 글은 그와 함께 나그네가 되어 미국 남서부 지역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에서 실시하는 학습탐사여행은 평소에 공부하여 축적한 자연과학지식을 토대로 현장에서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훈련을 하는 과정이다. 해외학습탐사는 자신의 자연과학지식의 엄밀함과 부족함을 자각하게 하여 향후 자연과학공부를 더욱 매진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질-에너지는 휘어진 시공구조인 중력장을 만들고 중력장내의 모든 물질-에너지는 만들어진 시공구조를 따라 운동한다.

 

물이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모습도, 아스라이 서있는 암석이 허물어 지는 모습도, 대기중의 수증기와 얼음이 지각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도, 탐사 여행하는 탐사대도 모두 행성지구가 만든 중력장의 시공구조를 따르고 있었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저 멀고 무한한 공간인 우주에서나 적용되는 법칙이 아닌 자그만 행성지구의 자연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임을 매 순간 자각하여야 했다.

 

이번 학습탐사에서 밀도가 운명이고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중력의 법칙을 따른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단순한 원리가 인간의 감각에 느껴지는 화려하고 다양한 경관너머의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미국학습탐사 글 중에서 일부 발췌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