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서호주탐사 일지 (6 7일 금요일) 작성자: 박혜진

기상 5:00 별자리 관측

어제 밤, 고단한 몸을 침낭에 누이고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취해 잠이 들었다. 공기가 맑아 그런지 몹시 피곤할 듯도 한데 새벽 기상시간 5시에 눈이 번쩍 떠진다.

새벽의 별 공부가 시작되었다. 모든 불빛을 소등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별들의 위치를 박문호 박사님이 포인터로 하나씩 짚어 주신다. 대원들은 중요 별자리 이름을 불러주시는 박사님을 따라 복창하며 각자 알고 있던 별자리를 확인 하느라 바쁘다. 여름철 삼각형,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 남십자성, 그리고 남반구에서만 보이는 카노프스, 포말하우트, 아케르나르를 일직선으로 연결하며 그 이름을 불러준다. 황도광, 대마젤란 성운 소마젤란 성운을 기준으로 별 찾는 법을 숙지하느라 젖혀진 고개가 아픈 줄도 모르고 하늘을 쳐다본다..박사님은 천문학을 하는 사람은 관용성이 있어야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관측계수의 오차를 포용하라는 말) 자기 생각에 빠지지 말아야 하고 선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집어주신다. 평면 위에 옮겨 놓은 항성지도를 보고 공부를 할 때 이것이 입체적인 우주를 표현했음을 감안했어야 했다. 하늘의 별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은 듯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좀 더 공부를 하고 왔으면 좋을 걸 하는 후회가 스친다, 그러나 별 공부는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될 것이고, 지금 이 자리에 아름다운 별들과 마젤란 성운을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느낀다.

시리얼과 우유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포테스크(fortesque) 인근 야영지를 떠나 이동을 시작한다.

9:00 1번 도로 great northern highway 따라 다음 기착지인 포트 헤드랜드(port hedland)6대의 차량이 일열 종대로 질주를 한다. 이 또한 장관이다. 5 7일의 짧은 여정이라 마블바 지역 학습탐사를 더 할 시간을 벌고자 우리는 바삐 달리고 있다.

12:14 저게 뭘까? 우측으로 새하얀 산이 보인다. 그것은 거대한 소금 광산! 이를 지나자 마자 저 편에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가 지나간다. 석탄을 실어 나르는 기차의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고 지평선 같이 보인다.  차 안에서는 암석 이야기가 한창이다.

 

12:19 포트 헤드 랜드 울워즈(woolworths) 로드하우스에 도착

사고 차량의 사전 처리는 백 이사님이 했지만 서류접수를 위해 Hertz사무실로 연락을 취해야 한다고 한다. 차량 확인 절차와 차량 교체 여부 등도 알아봐야 한다. Hertz사무실로 전화를 했더니 포트 헤드랜드 국제공항으로 오라고 한다. 사고경위를 듣고 난 직원의 일성은 “Wow, You’re very Lucky.” 였다. 방금 전 애뮤(amu)라는 새가 운전석으로 돌진해서 6명이 중상을 입고 퍼쓰 공항으로 전원 급 후송되었다며 곧 이어 very expensive를 연발한다. 새 차로 교체하려면 퍼쓰 까지 사고 차량을 보내고 그 운송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대여한 것과 같은 차종은 없으므로 새차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우선 차량을 점검해보자고 한다. 차를 몰고 한바퀴 돌다 온 직원은 미러와 라이트가 없어 약간 불편하겠지만 차량의 상태가 양호하니 여행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겠다고 한다. 일단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말에 모두 안심했다. 앞으로도 캥거루 소 새 등이 갑자기 출몰하는 일이 잦으니(road kill) 조심 또 조심 하라고 당부를 한다. 차량이 전복되지 않았고 다친 사람도 없다니 믿을 수 없지만 정말 운이 좋았다고 You’re very lucky!!를 연발한다. 차량은 일부 파손되었으나 도로를 가로지르는 소떼를 본 운전자의 빠른 판단과 침착한 대응이 대형사고를 막은 것 같다. 이만 하길 다행이다 싶어 감사하다. 돌아오는 길에 어두컴컴해질 때 그들을 알아볼 수 있게 소와 캥거루에게 야광주사라도 놔주면 어떨까?  아니면 야광목걸이라도 해주면 그들도 살고 사고도 없애지 않을까? 하고 잠시 상상을 해본다.  이번 여행 중에 그 어느 누구도 털끝하나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하자 라고 떠나기 전의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6호 차량을 몰고 본진에 합류하여 점심을 먹는다. 박사님의 강의가 다시 이어진다. 처트는 해조류의 내부가 압력 때문에 빠져나가고 단단한 위 뚜껑(sio2)이 쌓여 이루어진다. sio2가 물에 녹아 결정이 된 것으로 투명하다. Jasper(처트)quartz(석영)과는 다르다. 처트는 층상구조이고 석영은 수직구조이다. 차돌은 규암인데 불투명하다.

2:28분 모든 준비를 끝내고 마블바로 출발한다. 호주에서는 스마트 폰이 스마트하지 않다. Wifi 연결도 인터넷도 안 된다. 로드하우스에서 마블바 지역 날씨를 알아보니 최저온도는 14 ~ 18도 최고온도는 27! 비는 오지 않고 하루 이틀 구름이 끼는 정도란다. 날씨도 우리를 도와 주는 구나. We’re very lucky!!

신양수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google earth 이정표를 따라 달린다. Trail one을 따라 달려 shaw river를 지나 1.2지점 1.5지점을 통과한다. 땅이 붉은 색 일색이다. 말로만 듣던 그린스톤 벨트가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스피니팩스가 뒤덮여 초록색으로 보이지만 속살은 빨갛다. 1.8 지점의 dolerite dike(조립질 현무암)에 도착하니 산 정상에 부서진 다크 초코렛이 엉기성기 올려져 있는 것과 같다. Dike는 마그마가 수직으로 올라와 제방처럼 쌓인 것을 말한다고 한다. 아 저게 조립질 현무암이로구나! 현장학습이 참으로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배운 것을 확실한 내 지식으로 공고히 하는 것이다. 차를 세우고 박사님의 설명을 듣고 다시 차 안에서는 암기를 한다.

3:13 전날 비가 왔었나 보다. 작은 호수에 물이 가득하고 넘쳐흘러 도로에 도랑이 생겼다. 우리가 탄 차는 사고차량이라 물에 빠지지 않게 조심히 차를 몬다. 물 속에 유칼립투스 나무가 잠겨 있다. 유칼립투스의 나무줄기가 시멘트 기둥처럼 하얗다.

마블바로 향하는 차 안에선 그 동안 배운 지형들의 특색과 생성 연도를 제대로 암기하고 이해했는지 동승한 대원들끼리 점검을 한다. 도로 주변에 흰개미가 만들어 놓은 붉은 색의 거대 맨션이 수없이 서 있다. 이 개미집은 50도가 넘는 기온에도 흰개미들이 필요로 하는 효모배양을 위해 적정 실내온도 33도를 늘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서호주책을 보니 흰개미는 개미가 아니라 바퀴벌레라는 설명이 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모이자 박사님이 코멘트를 하신다. 아마 그린스톤 벨트와 TTG 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것 같다. “기본 플래트 폼을 끊임 없이 생각하라. 본래 여기는 바다였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잘 부숴지는 화강암이 10km 깊이로 침식이 되고 TTG가 융기가 되어 dome이 되었고 풍화작용을 거치고 마그마가 분출해서 갑자기 식은 현무암이 범람해서 쌓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두 마그마의 작용입니다.” 긴 세월 동안 진행된 암석의 순환활동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그린스톤 벨트의 모습만 가지고 왜 이럴까 하고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플래트폼! 통째로 암기하세요! 이것이 핵심이다.

오후 5:00 마블바로 들어가는 입구에 “A class resort”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어떠한 돌도 반출이 안 된다는 안내도 써 있다. 차를 세우고 모두 내린다. 한쪽 모퉁이에 조촐한 무덤이 있다. 이곳은 태고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자연이 내는 소리를 들어줘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 지는 곳이다.

마블로 바다를 막았다고 marble bar라 했던가? 마블이라고 잘 못 알려진 Jasper를 만나러 발길을 옮긴다. 해조류가 껍질만 남아 퇴적되다 산화철을 만나 붉은 색이 되어 쌓이고 이렇게 희게 붉게 쌓이기를 35억년 동안 되풀이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암석! 어떤 언어로 표현하면 이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느껴지게 할 수 있을지…… 언어로 표현하면 그 값어치가 사라질 것 같아 조심스럽다. Seeing is believing! 여러 말이 필요 없다. 오늘 새벽 몇 십억 광년 전에 쏘아 낸 별빛을 만난 나, 35억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온 Jasper와 조우하고 있는 나는 큰 우주 속 일원으로서의 한점 티끌 같기도 해서 서로 아웅 다웅 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자리에 고니 부부가 함께 노닐고 검은 백조도 놀다 간다.

어두워지는 데도 책을 들고 공부하는 김향수 대원과 법념 스님의 모습이 여느 여행과는 다른 풍광이다. 역시 박자세 회원이시군요.

한쪽에서는 식사당번들이 식사준비를 한다. 어제와는 달리 아주 잘 쪄진 햇반과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식사당번들의 화목한 모습과 그 웃음이 너무 아름다워 한 컷트 찰칵!

텐트를 치고 화장실을 만들고 수업준비를 하는 등 각자에게 맡겨진 일들을 일사불란하게 묵묵히 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이 참 대견하고 아름답다. 여행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런 성실한 마음들의 조화가 이뤄졌는가 아닌 가로 결정될 것이다. 그 중 일미는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더 보고 가시겠다는 박사님의 학습 사랑과 열정이다.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그 정신이 부럽다.

오후 7:20분 강의 시작. 처음으로 텐트를 두동 설치하고 박사님이 준비한 엄청난 분량의 자료화면을 감상하면서 집중하며 설명을 듣는다. 박사님도 오늘 우리가 방문한 곳을 작년에는 몰랐다고 하신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경위와 암석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대원들은 복습을 한다.

강의가 끝나고 탐사에 임하는 각자의 소회를 한 사람씩 말하자고 박사님이 제안하셨다. 한 사람 한 사람 진솔하게 이야기 하는 동안 대원들의 마음에는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고 한다. 가장 나이어린 17살 시우양의 한마디에 그 동안의 피로가 한방에 날라갔다. 같이 지내야 하는 분들이 심하게 어른들이라는 코멘트에 모두 박장대소를 한다. 심하게는 여행 내내 여러 가지 경우에 사용되어 간간히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오늘의 key word You’re very lucky! Very expensive! That’s all 이라고 박사님을 흉내내자 시우양의 심하게 어른 key word가 되야 된다며 모두 한바탕 웃음을 웃었다.

오랜만에 텐트 속에서 침낭커버 없이 잠을 청한다. 답답하지만 텐트 안은 아늑하다. 새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이 곳! 34 9천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이들과 내가 같은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니,어쩌면 늘 함께 한 건 아니었을까? 이상하게 마음이 포근해지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