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늘은 화요일. 운동하는 날이다.
오후 9시 43분
집을 나선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모두 빠져나가는 분위기다.
그저 외투를 벗고 신발끈을 꽉 묶은 채 바로 런닝머신으로 갔다.
준비운동? 워밍업? 그냥 속도를 계속 높힌다. 이전에는 12km/h로 뛰었으니 이번엔 15km/h
목표는 2km 달리기.
0.5km까지 운동거리가 쉽게 늘어난다. 12km/h 달릴 때와 다르다.
1km까지 거뜬하다.
1.2km 숨이 거칠어지며 목이 타고 힘이 아닌 기술로 달리기 시작한다.
1.4km 균형을 잡는데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넘어질 수 있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다.
1.6km 거리가 올라갈 때마다 기쁘다. 이 기쁨을 외면하면 목표에 닿지 못하리.
1.7km 1.8km 1.9km '다 되었다, 다 되었다, 그냥 달리자. 쓰러지면 쓰러지는 거지.'
2.0km !!!
숨을 고르고 심장 안정시키기 위해 천천히 운동 속도를 줄인다.
주위에 보니 아무도 없다. 10시에 체육관 문을 닫기 때문이다.
숨을 채 고르기 전에 런닝머신에서 내려와 체육관을 나가기까지 심장리듬에 맞춰 뛰며 몸을 안정시켰다.
집에 도착하니 10시 05분이다. 씻고나니 10시 15분.
전체 시간: 9시 43분 ~10시 15분 (32분)
운동 시간: 8분 08초
운동 거리: 2km
운동 후 글을 쓰는 지금 호흡과 심장이 모두 안정되고 정신은 맑다. 앞에 있는 활자가 뚜렷하다.
그 치열했던 달리기가 고작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효과는? 안정적이고 안정적이다. 지금 공부하면 모두 흡수될 것 같다. 공부하고 싶어진다.
체육관이 10시에 닫기에 9시 넘어서 체육관에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도 시간이 부족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오지 않았을 듯하다. 나는 이전에 운동시간을 측정해 10~20분이면 하고 싶은 운동을 어느 것이든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9시 43분이라도 체육관으로 바로 갔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다.
또, 집에서 나는 공부나 과제를 할 때, 가족이 방으로 갑자기 들어와 말을 걸거나 무엇을 해달라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 시간을 빼앗다니.'라는 생각으로 종종 화가 난다. 그런데 측정을 해보니 고작 1~5분 정도, 길어도 10분 안에 끝났다. 수량화하니 그저 5분이 지나면 끝난다고 시간을 기꺼이 할애했다. 가족들과 사소한 스트레스가 줄었고, 특히 할머니께서 외로움을 덜으시니 뿌듯했다.
이외에도 {분리수거 10분 내외, 설거지 1~5분, 방정리 5분 내외, 한 단원을 공부하는 시간 N분,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대화시간 5분} 등 수량화를 통해 심리 장벽을 무너뜨렸다.
행동에 대해 수량화를 마치면 심리 장벽은 없어지고 '내가 할 수 있다/없다'만 판단하니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많이 해낼 수 있다.
의지와 실천 그리고 기록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과학적인 데이타의 비교는 기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수량화의 좋은 사례를 공유해주셨네요.
운동도 공부도 부쩍부쩍 늘 것같은 느낌이 드네요.
열심히 하는 모습과 수량화 팁 잘 배워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다."
정말 그 순간 리얼한 표현입니다.
청춘의 상징인 심장의 표효였군요,
그 힘으로, 그 맑음으로 세상을 다 가지세요.
화이팅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운동시 최대 맥박수(22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맥박수)범위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최대 맥박수는 심장이 정상적으로 혈액을 분출 해 낼 수 있는 기준, 적당한 운동은 최대 맥박수의 60~80% 정도, 특히 40대 이상은 이 기준을 잘 지켜야
규칙적으로 서서히 운동 강도를 올리면서 하루 1시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계획을 세우고 시작(작심 삼일 째,ㅋ) 훈련일지를 적지않았는데 기록하면서 수량화해봐야겠습니다.^^*
수량화가 심리적 장벽을 해소 할 수 있다는 말이 깊이 와닿는군요.
문득 학창시절에 매일매일 일정을 체크하던 노트가 생각이 났습니다.
시간대별로 그날의 할 일을 적어놓고 달성 여부를 색깔펜으로 체크해 가던 기억.
(당시에는 책을 몇페이지까지 읽는다는 것 까지 정했던 것 같은데...)
빨간색으로 모두 그어진 날의 뿌듯하던 감정까지 함께 떠오르네요.
언제부터인가 하지 않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습관을 들여볼까 합니다.
일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카운트를 통해 기록하는 습관부터 들여야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량화 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습니다.
항상 직관에 의존하여 행동하곤 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또다른 부담과 시간낭비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닥치면 미리 제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거나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에 맞게 순간순간 설정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밀어부치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로 제가 가진 신체적인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극한까지 몰아 부치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여행 역시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별 계획없이 떠납니다.
이런 생활방식 때문에 다른 사람과 달리 색다른 추억을 가진 경험들이 많습니다.
철저히 짜여진 계획을 빈틈없이 실행하는 삶이
철장속에서 박제된 채로 살아가는 답답함이 느껴져서 입니다.
더우기 사전에 마련한 계획이 정확하게 잘 설정된 계획인 것인지 조차 확신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었습니다.
주위 친한사람들이 제 삶의 방식이 계획성없는 막무가내식의 무모함으로 점철된 삶이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농경인이나 유목인이 아닌 사냥꾼의 삶을 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 비유일 것 같습니다.
산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존하기가 매우 어려운 삶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꾼은 예민한 후각과 정확한 판단으로 단 한순간에 원하는 걸 획득하는
군더더기 없이 최적화된 행동선택을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위안삼습니다.
제 삶의 습관과 자연과학 훈련을 어떻게 결합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제 스스로도 궁금하게 바라봅니다.
박자세에서 자연과학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사냥도구와 방법을 많이 습득하여 매우 흐믓합니다.
예측을 잘하면 시간관리가 잘 되어 가치있는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지요.
그렇게 하루하루의 적지만 가치있는 시간이 모이고 이후에 뒤돌아보면 그것이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될겁니다.
수량화, 세어보면 본질이 드러납니다.
박자세 스타일은 자연과학의 방법을 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