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교수가 TV프로그램에 나와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여성 대통령 주장을 분석하는 대담을 하였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여성성을 반박하는 주장을 펼치면서 성(SEX)은 생물학적으로 생식기 차이와 사회적으로는 역할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바, 박근혜 후보는 여성생식기를 가진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여성임이 분명하나 사회적 역할에 다른 성 구분에 있어서는  박근혜 후보가 여성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 하지 않아서 사회적 여성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여성대통령 구호는 허구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방송이 나간 후 새누리당, 여성계, 연세대 학생회가 벌집을 쑤신듯 야단법석이다. 황상민교수가 박근혜 후보를 성희롱하였으니 교수 자질이 없다며 연세대 측에 교수직 퇴진을 요구하였다. 사회적 압력에 굴복한 연세대학교 측은 황교수에게 경고와 징계위원회 회부를 하였다.

 

생식기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이토록 사회적 비호감을 내포하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알게 되어 이 현상의 이모저모를 생각해 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해부학교과서나 생리학 교과서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생식기라는 학술적 용어에 비호감이 스며있었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생식기란 단어가 동물에나 사용하는 단어d이어서 사람에게는 사용하면 안되는 단어인가? 성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할 때 생식기나 성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표현해 보라고 새누리당, 여성계, 연세대학교 측에게 묻고 싶다.  아마도 황교수는 학문을 하는 교수라서 무심코 평소에 강단에서 사용하던대로 생식기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리라 여겨진다.

 

뇌과학이 밝힌 인간의 기억현상은 시각이나 청각, 체감각 입력이 뇌의 변연시스템에서 내부 감정과 결합하여 감각연합영역에 저장되는 인식작용을 말한다. 즉 우리가 단어를 기억하는 것도 특정 소리의 주파수에 감정과 정서, 느낌을 결합하여 인식하는 작용이다. 이런 뇌과학의 기본적 메카니즘을 간과하고 무심코 이야기 할 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황교수가 나중에 생식기란 단어가 학술적이고 가치중립적인 단어라고 항변하였지만, 이는 뇌과학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는 판단이 든다. 가치 중립적이고 감정에서 벗어난 인간의 뇌가 만든 상징기호(언어, 문자, 그림)는 없다.

 

황교수는 강단에서나 다른 발표장소에서 수 만번도 넘게 생식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간 아무런 감정적 정서적 비난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유독 거대한 추종세력을 가진 박근혜 후보의 주장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생식기란 단어를 사용하니 그 추종세력에게서 생식기와 결합된 비호감 정서의 기억이 인출되어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결국 감정에 물든 기억이 하나의 소리에 하나의 감정만이 결합된 게 아니라, 같은 단어라도 상황에 따라 달리 발음되는 주파수의 미묘한차이에 무수히 많은 감정과 정서가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대뇌피질에 저장된 무수한 과거의 경험감각기억중에서 현재 입력되는 미묘한 상황이 촉발하는 기억을 불러내는 고등한 분별을 통해서 현재를 해석하고 행동을 하여 문화를 만들었다. 

 

아마도 각 개인별로 감정에 물든 경험기억이 달라서 이번 황교수 사건에서도 느끼는 바가 다르리라고 생각된다. 박근혜후보를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당연히 황교수의 발언에 매우 호의적인 정서를 느꼈을 것이다. 또한 박근혜 후보의 주장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생식기란 단어를 사용했다면 지금 문제를 삼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호감의 기억이 인출되어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일한 출처에서 이토록 다른 감정들이 서로 충돌하고 이런 충돌을 계기로 암묵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적 행동기준의 흐름이 생길 것이다.

 

뇌가 아닌 아무리 거대한 한국어 뉘앙스 사전이라도 이런 상황을 정확히 분별하여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황교수가 뇌과학을 공부하여 그 메카니즘에 관한 지식을 체화하였더라면 이런 상황은 면하였을 것이다.

아마도 생식기라는 정확한 단어를 언급하는 대신에 "신체적 차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로 대체했을 것 같다.

과연 신체적 차이란 표현에도 성차별이라고 또 다른 비난을 가했을까?

 

우리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통해 행동을 하는 고등한 특징을 가졌다고 우쭐대며 강변한다.

하지만 결국 여느 다른 생명처럼 내면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호감, 비호감의 감정에 기반하여 으르렁 거리며 행동하는 원초적 속성을 가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