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는 어렵지 않은 언어이다. 같은 어순을 사용하는 한국어 화자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어와 같은 SVO(S=주어, V=동사, O=목적어)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도 일본어는 비교적 쉬운 언어에 속한다(일본어와 한국어는 SOV 언어에 속한다).

 

일본어를 쉽게 만드는 가장 요인은 단순한 발음 체계에서 찾을 있을 같다. 일본어는 사용하는 모음이 5(, , 등의 이중 모음을 합치면 8)밖에 되지 않고 모음 뒤에 다시 자음이 발음되는 경우(‘김치에서 ’, ‘dark’에서 ‘rk’) 적기 때문에 발음을 익히기도 쉽고 발음을 하기도 쉽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본어 문법 역시 언어에 비해서 쉬운 편이다. 말을 들어도 문법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쉽게 수긍이 되지 않겠지만, 일본어의 문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예외가 적다는 것을 안다면 부담이 많이 것이다. 일본어를 전공하는 입장이어서 여러 가지 문법 사항을 유사한 한국어 문법들과 비교하게 되는 일이 많았는데 때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이 걱정스러워졌었다.

 

물론 언어의 구성요소들을 기계 부품처럼 1 1 교환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의 문법 표현에 대응하는 한국어 문법체계가 존재할 한국어의 문법체계가 훨씬 복잡하거나 예외가 많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동사의 수동 표현을 나타내는  ‘()れる[()레루]’라는 형식 하나에 한국어 표현은 피동접미사 ‘--, --, --, --‘ 보조동사 ‘-당하다’, ‘-받다’, ‘-지다등의 다양한 형식이 대응한다. 그러니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들은 항상 이렇게 표현이 많고 예외가 많은 것이지?’하는 의문을 가지게 같다.

 

이렇게 학습 대상으로서의 장점이 풍부한 일본어이지만 모든 부분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일본어의 문장을 들여다 보면 한자(漢字)’, ‘히라가나(ひらがな)’, ‘카타카나(カタカナ)라는 개의 형식을 사용한다는 것을 있다. 이중 특히 한자는 비한자권 학생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있다. 거기에 문자의 형식이 3가지나 된다는 점은 초보자에게 부담이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한자권에 속하는 한국 학생들은 비한자권 학생들에 비해서 한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고 같은 한자 단어를 사용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학습에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발음도 쉽고 문법도 쉬운 데다 유사한 단어까지 많으니 한국 사람이 가장 배우기 쉬운 것이 일본어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일본어에도 낯선 모습이 존재한다.  한국인 학습자들에게 일본어가 가장 어렵게 느껴질 때는 아마도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일본어 표현을 만나게 때일 것이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같은 SOV(S=주어, O=목적어, V=동사) 언어인데다 유사한 한자어까지 많으니 표현들도 비슷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이 다르고 환경에 의해서 형성된 문화가 다르니 한국인들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표현 역시 존재하게 되었다.

많은 한국인 학습자들에게 가장 충격(?)으로 다가오는 표현은 아마도 간접 수동문이라고 불리는 표현일 것이다. 표현에 충격을 받은 한국인 학습자가 얼마나 많으면 수동문을 논문 주제로 선정하겠다고 했을 수동문은 연구가 너무 많이 되어 있어서 차별성 있는 연구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을 정도이다.

 

 일본어에는 이런 표현이 존재한다.

 

                                                    られた

                                                     (아메니 후라레따)

직역을 해보면                        비에게 내림을 당하다                                         정도의 표현이 된다.

 

 물론 이대로 번역한다면 너무 어색하기 때문에 비를 맞아서 몸이 젖어 버렸다정도로 번역을 것이다. 표현의 요점은 비가 내린다 동작/사실에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접 수동문 한국인 화자에게만 낯선 것은 아니다. 어떤 행동을 당하거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수동 표현은 대부분의 언어에 존재하지만 아이가 울다 울다처럼 사람이나 물건의 자발적인 동작과 작용을 나타내는 자동사가 쓰인 문장을 수동문으로 만드는 경우는 아마 일본어가 유일 것이다.

   타동사 모형(한국어).png  자동사 모형(한국어).png

 

*다른 물건이나 사람에게 관여하는 동작, 행동을 나타내는 타동사문과 사람이나 물건의 자발적인 동작과 작용을 나타내는 자동사문

 

  그림을 보면 타동사문의 경우 혼내다라는 행위의 대상 아이 존재하는 것을 있다. 반면 자동사문에는 울다라는 행위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있다. 한국어나 영어 그리고 다른 대다수의 언어에서 자동사의 수동문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동사가 어떤 특정 대상에게 영향을 미칠 의도를 담고 있지 않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 행위를 표현한 것인데 행위에 영향을 입었다는 수동문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마도 의미적으로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子供 かれた                               라는 표현이 있다.

                                                     (코도모니 나까래루)

                 직역하면                  아이에게 울음을 당했다

                 의역하면                  아이가 울어서 싫었다(곤란했다)       정도가 것이다.

 

아이가 울다라는 자동사문은 아이의 자발적인 동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대상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런 행위로부터 어떤 피해를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일본어의 간접 수동문 것이다. 그리고 의도가 없는 행위에 대해서 수동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수동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한국어나 다른 언어에서는 어색한 것이다. 이런 표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시공의 사유를 해본다면 비교적 쉽게 답을 찾을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기원전 4세기 경에 처음으로 쌀농사가 시작되었고 3세기부터는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농경 사회에서는 날씨에 민감해 밖에 없다. 그러니 아마 하늘을 보며 제사도 많이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농경사회는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으로 문제의 답이 되기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환경은 독특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있을 것이다. 

 

 일본은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태평양, 필리핀 플레이트가 부딪히는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일본 지역에서 화산이 존재하고 지진도 자주 일어난다.

 

 2011 3월에 후쿠시마 근처 바다에서 진도 9.0 강진이 발생하고 강진의 여파로 일어난 쓰나미가 마을을 통째로 덮어버린 장면은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자연이 몰고 엄청난 재앙 앞에서 아무리 분노하고 원망해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을 수용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일본이 섬이라는 특성 역시 일본의 문화가 소극적인 경향을 띠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좁은 섬에서 치열하게 싸울 경우 한쪽이 불리해도 도망갈 곳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항 역시 격렬할 것이고 그래서 서로 극심한 피해를 입기 쉽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조화를 뜻하는 () 중요시 해온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이런 문화가 쌓여서 에도시대에는 철저한 신분제도가 시행되고 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철저히 처벌했다. 뿐만 아니라 5가구 공동책임제를 실시해서 서로가 와를 깨지 않도록 감시하게 했다. 때부터 독단적 행동이나 특이한 행동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었고 모든 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개인보다는 단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와를 중시하고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의 부정적인 면은 이지메나 왕따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지메나 왕따의 본질은 집단의 문화에 종속되어 있지 않고 튀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준보다 뛰어나든 떨어지든 이지메나 왕따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살아가게 되면 누구든 스스로를 적극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언어로 표현 되었고 간접 수동문이라는 언어 보편적이지 않은 표현을 낳았을 것이다.

 

  개인의 사고 방식이 문화와 언어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일본의 특이한 표현은 일본이 처한 독특한 시공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언제나 주의해야 하는 것은 이런 특성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이다. 소극적인 태도는 경향의 문제이고 실제로 굉장히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본인들도 매우 많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고 언제든 밖으로 나갈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일본은 많이 변할 것이다.

 다만 이런 배경을 알아 둔다면 일본어를 배우거나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것임은 분명하다.

 

PS. 좋은 휴일 보내시고 27~29일 경복궁 역에서 열리는 몽골 학습탐사 전시회 [몽골, 바람을 만나다]에도 많이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