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박자세의 해외학습탐사는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진행된 하나의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그렇게 준비한  자료들이 내게 쏟아져내리고, 137억년 강의를 들으면서 일어났다.

 

미국 학습탐사를 준비하면서 5번 이상의 서래마을 박자세 사무실에서 모임이 있었다. 보통 평일 저녘 7시에서 11시까지 교육과 회의를 동시에 가졌으니 그 시간만 해도 20시간 이다. 그 시간 중에서 3회에 걸쳐 박문호 박사님께 구글을 이용한 자료 찾는 법과 자료 분석을 배웠다. 탐사 대원들은 구글을 이용하고 나서는 인터넷 첫 화면이 구글을 뛰우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이용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구글의 메인 창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검색창 하나를 띄운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 오만함이 절대 오만함이 아님을 알게 된다. 

 

 구글어스를 통한 이미지 사진과 지도를 563, 여러 분야 중에 타르핏을 맡았기에 신생대 지질 2,334, 신생대 기후 2,003, 신생대 포유류 1,850, 타르핏 1,500, 석유와 배사구조 등이 2,425장 그 외에도 캘리포니아 지질과 산 호아킨 밸리 지질, 2,000장 이상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모았다. 그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중국인 노동자와 인디언, 대륙횡단철도 등의 자료까지 포함하면 거의 15,000장이 넘어가는 양이다. 이 모든 것을 찾으면서 구글은 신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137억년 우주 진화 6, 7지구과학편을 들으면서 이 엄청난 양의 자료가 흐름을 타더니 조금씩 선명하게 신생대가 떠오를 때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 학습 탐사 당시에는 생경한 풍경과 예측 불허하는 날씨와 여러 사건으로 많은 느낌을 하나로 모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 때 보았던 석양에 비추인 절벽과 바위들, 내 눈을 몇 번 의심했던 협곡, 눈에 박힐 것처럼 빛나던 별들이 지금에 와서야 모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보았던 미국이라는 대륙에 빙하기 홀로세 말기의 사건들이 내 안에서 조금씩 구현되더니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랬더니 문제가 발생했다. 자꾸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타르핏이 왜 생겼냐가 궁금했다. LA시내 한 복판에 3만점이 넘는 동물의 뼈가 발견되었다는데 어떻게 안 궁금할 수가 있겠는가. 그 다음에는 그 뼈는 어떤 동물인가가 궁금했다. 그 뼈들이 검치호랑이, 3미터가 넘는 땅늘보, 미국 사자, 낙타, 맘모스, 코끼리, 영양, 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궁금했다. 이것이 점점 커지더니 6,500만년 신생대 지질변화 중에 아메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충돌이 궁금해졌고, 종국에 와서는 이런 질문에 무게에 깔려 발버둥 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도대체 무얼하고 있나를 까먹게 되고, 꿈 속에서 검치호랑이와 악투두스라 불리는 대형 곰, 회색늑대보다 훨씬 큰 다이어 울프가 싸우고 있는 중심에 서기도 한다.

 

근 몇 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 이유는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박자세의 해외 학습탐사를 추천하고 싶다.

첫째 학습탐사 가기 전에 수 많은 자료를 모으는 방법을 배우고, 자료 찾는 것에 익숙해 질 수 있다.

둘째, 학습탐사를 하며 보는 광경과 현상들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기억하고 담아 올 수 있다.

셋째, 학습탐사를 하며 담아온 이야기가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것을 경험한다.

넷째, 그 질문들이 점점 커지고 답답함이 자신 안에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모아놓은 자료를 찾으며 자료가 창의에 시작임을 느낄 수 있다.

다섯째, 시대를 뛰어넘는 손에 잡힐 것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심지어 꿈 속에서는 그것이 정말로 일어난다.

 

이것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 요즘의 상황이다.

 

 지구 대 기행, 경이로운 지구, 신생대 거대 포유류, 대량 멸종 등의 다큐멘터리 30편 이상을 자기 전에 보아서 꿈에 나타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공부를 하면 들어가는 약간의 비용도 있다. 관련 서적을 찾고 또 찾아야 하기에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 대가로 책장에 책을 바라보면서 흐뭇해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학문의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책장과 책상에 쌓여가는 책들이 압박을 가하고, 질문들은 더욱 묵직해져 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일인지 느끼게 된것이다.

그러다가 든 생각인데 '우주론'을 배우면 얼마나 더 즐거운 일이 일어날까 에 생각이 미쳤다. 조금만 더 외우고, 질문을 붙들면 가능하지 않을까를 생각한 것이다. 확장된 형태의 질문은 끝내 우주를 향하게 될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화이트 보드 판에 빼곡히 적혀나가는 공식들이 내게 속삭이면 우주가 내게 들어올 것 같아서이다.

 저번 주에 137억년 6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현미 선생님께 물었다.

" 지구과학에 관한 이야기도 이렇게 감동을 주는데 우주론을 알면 더 큰게 오겠지요?"

그랬더니 김현미 선생님은 너무 당연한 질문이었는지

"그럼~~~!" 그러셨다.

 

그래 감동이 남이 준다고 다 받을 수 있는건 아니지 않는가.

창조하려면 먼저 배워야 하는 것 외에도 감동하려면 당연히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137억년 7강이 끝나고 뒷풀이하러 가는길에 박사님은 손경덕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시다

말고는 화단에 있는 암석을 보신다.

그리고는  "이것이 호상편마암 입니다. 옆에 있는 것은 변성암이겠지요.

안구상 편마암은 여기에 안구처럼 동그란 모양을 띄게 됩니다."

 

그리고는 길을 다시 걸으며 손경덕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신다.

 

봄 날 오후 대학 캠퍼스에 부는 바람 사이로

주위를 둘러보며 암석을 찾는 박사님의 뒷모습이 묘하게 어울린다.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옆에 다른 회원들도 웃고 있다. 참 좋은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