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대인관계 폭이 유난히 좁은 내가 유일하게 모임이라는 걸 시작한건 1년 전부터이다.
거창하게 모임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그저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만난 언니들과 한 달에 한번 만나 점심 먹고,
1년에 2번 정도 봉사활동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거니.
게다가 말이 언니들이지 나를 제외한 6명의 다른 사람들은 50대 중후반이다.
처음엔 막내이모뻘인 분들께 '언니'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렇다고 선생님, 혹은 아줌마 할 수도 없는 관계여서 그냥 '언니'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암튼, 그들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아줌마'와는 다른 특색이 있고,
뻔한 이야기로 수다하지 않아 참석하는 이유도 있다.
주로 대화 내용을 듣기만 하는 나에겐 유쾌한 시간이다.
그중 이제 막 50살이 된 언니가 있다.
어린 나이에 나이차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해서 벌써 28살 딸도 있다.
그 언니는 한·중·일식에 서양요리까지 못하는 요리가 없고,
꽃꽂이, 서예, 동양화, 다도는 물론 규방공예까지 전문가의 실력을 갖춘 만능 재주꾼이다.
내가 봐도 그냥 '아줌마'로 살아가기 아까운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언니는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게 모였어요?"
"철없는 시절에 덜컥 결혼해서 애들 키우고, 시어른 모시고 바삐 사느라 기억 안나.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럼 뭘 이렇게 이것저것 많이 배우셨어요?"
"그냥 답답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잘 하데. 큭큭..."
그런 그녀가 6개월 전부터 규방공예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주로 집에서 강의를 하고, 외부 강의를 하기도 하고.
다시 물었다.
"언니, 강의 하니까 재미있어요? 손바느질이 완전 중노동인데. 목 디스크와요 그러다가."
"내가 이제야 꿈을 찾았어.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다가. 괜찮아. 진짜 재미있어."
이런 확신을 갖게 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보통은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냥 그렇게 일상에 파 묻혀 그럭저럭한 삶에 안위하며 지낸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 할 수 도 없다. 각자의 선택인데.
내가 부러웠던 건, '결국은 찾았다'는 거다. 그 언니는.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 것.
"꿈이 있어요?"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과연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꿈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꿈을 찾은 사람보다 더 많지 않을까.
옆에 있던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노트북 자판을 톡톡 튕기며 물어본다.
"고모는 하고 싶은 게 모야?"
"해야 할 일 잘 하는 거."
"에이~ 그게 모야..."
아직 너는 모른다. 조카야.
주어진 일, 잘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바로 이것이, 지금 이 순간 소박하면서도 어려운,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다.
저는 인생의 목표나 하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히 아닐거라고 지레짐작합니다.
돈을 벌라고 했잖아. 공부해서 대학갈려고 했잖아. 자연과학공부하잖아. 자식낳고 교육시키잖아.
저는 학창시절공부든, 돈을 버는 것이든,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하기를 한 것 뿐이고
자식을 낳은 것도 종족보존의 본능에 따른 것이지
특별히 제가 목표나 지향점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지금 박자세에서 자연과학공부를 하는 것도 특별한 목적의식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박문호박사님 따라하기를 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저는 특별히 의지를 가지고 달성해야하는 인생의 목적이나 목표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무엇이 그런 것인지 알 수 가 없습니다.
제가 영혼(?)이 없는 인간이어서 그런가요?
그래도 굳이 인생의 목표라고 한다면,
죽는 마지막 순간에 일생동안 경험못해서 후회하는 것만 없도록하자는 것입니다.
성공이나 실패가 중요한게 아니라 경험하느냐 못하느냐가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왜 이러는지 답을 찾았습니다.
인간의 뇌란 물질이 원래 이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봄 맞이 대 청소를 하다가 어린 시절 일기장을 발견하였습니다.
무엇이 되겠다고 왜 그렇게 쓰고 있던지요.
뭣도 모르면서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쓰고 있더군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부러웠는지도 모릅니다.
물리학자는 못되고 물리치료사가 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인생을 만지는 직업을 가지게 된거지요.
이 직업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정성어린 인생 될 수 있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중추신경계 질환의 성인까지 치료하고 있습니다.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평생을 과학자로 지내신 어떤 분은 말씀은 못하시고 노래만 기억하십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얼굴로 아이처럼 귀여운 표정을 지으시며
"홍도야 우지 마라. 오빠가 있다~~~~"를 연발하십니다.
인생이 저물어가는 그 나이에 오랜 기억은 사그러들고
노래만 남아서 그렇게 치료시간 내내 노래만 부르십니다.
평생 걸으셨던 걸음걸이 다시 찾게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 잘하는 거 그거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참 좋습니다. 내 일이 내일도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조화로운 삶 님의 글을 읽으며 시간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고 갑니다.
좋은 글 고맙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