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호주에 별 관측가시면, 청심환 꼭 준비하십시요.’

별사진으로 유명한 박승철 선생이 10년전 처음 호주에 갈 때 일러준 말이다. 과장이 아니었다.

쏟아지는 은하수 아래 홀로이 서성이노라면 별과 대지와 나의 존재가 우주 그 자체가 된다. 순간에서 영원까지 시간이 얼어붙은 절대적 일체감에 압도된다. 서호주의 밤하늘은 지상적 존재라기 보단 우리 척수를 타고 내려오는 전율이다. 사막의 밤은 홀연히 우리를 에워싼다. 오징어 먹물 같은 깜깜함이 몰려오면 사물은 어둠속으로 녹아든다. 별이 소금처럼 뿌려진다. 점점이 단단해져가해지는 어둠속으로 천상의 광휘 찬연하다. 저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그냥 우둑히 섯거나 서성일 뿐, 일체 다른 행위가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 실제감에 압도된다. 어둠 단단해질수록 별은 점점 시려진다. 밤 깊어 가면, 차 다니지 않는 직선 10Km 2차선 아스팔드 위에 은하의 끝자락이 내려 않는다. 지평선 끝까지 나와 은하만이 유일한 존재일 때, 사념의 다발 모두 증발하여 가벼워진 존재 천상의 광휘속으로 흔적없이 사라진다. 새벽 여명속에서 나와 대지와 태양은 다시 한번 하나의 세계로 토해진다. 탐사 대원 모두는 저녁 식사후, 야영지 뒤 바오밥 나무, 24명 팔 길이로도 다 에워싸지 못한 그 세월을 알수 없던 바오밥 나무 큰 가지 바로 위로 전설처럼 걸려있던 남십자성을 바라다 보았지요. 별과 바오밥과 어린왕자, 우리 옆에 영원히 비현실적 현재적 존재들이 학습탐사 일원들과 어깨를 맞대고 별의 빛나는 침묵에 동참했다.

 

간혹은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되고 싶다. 감각도 사라지고, 자아도 흰 웃음만 남기고 사라질 때, 천상의 광휘가 행성 지구를 감싸며, 필바라 35억년 대지는 겹겹이 쌓여 세월을 새긴다. 서호주 브룸에서 600Km, 바오밥 나무만 수도승처럼 그들의 환한 침묵에 동참한다. 학습탐사 대원 24명 모두는 매일 밤 알파켄타우르스, 안타레스, 아크투르스, 알데바란, 시리우스, 카노푸스를 함께 바라보았다. 카노푸스는 제주도에서 겨우 볼 수 있지만 남십자성의 일등성들과 알파켄타우르스는 남반구에서 잘 볼 수있다. 대원중 일부는 침낭속에서 밤새도록 별의 움직임을 살펴보았고, 대원 모두는 페가수스 사각형 부근의 안드로메다 갤럭시와 남십자성 부근의 대 마젤란, 소마젤란 성운을 동시에 매일밤 확인했다. 북반구에서 유일하게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캘럭시인 안드로메다를 호주에서 마젤란 성운과 함께 보다니,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망은 이미 이루어진거다.

 

새벽 5시쯤 오리온 자라기 지평선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8월은 남반구의 겨울이고, 사막에서 새벽은 조금 춥다. 새벽 한 시간이상 별을 보고 있으면 오리온 자리가 모두 올라오는데 방향이 북반구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리겔이 위에 베텔규스가 아래로 오는 배치이다. 해가 뜨기 직전에 카시오페아 자리도 간혹 확인할 수 있다. 호주대륙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별자리를 방향이 바뀐상태로 확인하는 경험은 놀랍다. 호주학습탐사 12일동안 아마 우리나라에서 수 십년 볼 수 있는 밤하늘 보다 더 많은 별들과 장엄한 은하수를 매일 밤 함께 볼 수 있었다. 면적이 한반도의 몇 배이고, 거의 평지인 사막 기후여서 가능하다. 서호주는 딥 블루의 하늘과 무한에서 한점으르 사라지는 길, 그리고 숨막히는 별밤이다.

 

지구에서 최고의 별밤이 가능한 곳은 어디 일까. 몽골사막, 히말라야 산맥, 남태평양 무인도를 생각할 수있다. 하지만 몽골사막을 두 번 학습탐사한 경험에 의하면 몽골 사막에도 구름이 많다. 히말라야 산막은 별 최고지는 아니다. 산맥이 시야를 가린다. 무인도는 바다의 습기로 시야의 투명도가 낮다. 결국 지상 최고의 별밤은 단연코 서호주 사막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10 4번 서호주 사막을 다녀왔다. 무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을 때, 은하속으로 환하게 사라지고 싶을 때 서호주 사막은 무슨 기억처럼 다가와 어찔한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