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무라카미 하루키 -

 

해질녘에 중랑천을 달렸다. 뻣뻣하게 굳은 몸도 풀고, 오랜만에 땀을 흘리자는 심산이었다.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생각은 힘이 없으므로 다운 받아 두었던 지난 8강을 들으며 천천히 워밍업을 했다. 지난 46억년속에

담긴 동식물의 역사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먼저 용어와 익숙해져야했다. 결국 '새로운 길을 들어가는 것

은 한꾸러미의 용어를 외우는 것이다'. 중랑천변에서는  여중생으로 보이는 소녀들이 편을 나눠 농구하는 모습

과 아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르쳐주는 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낚시대를 여러 개 던져 놓으며, 시간을 

낚는 사람도 꽤 있었다.

 

2킬로쯤 뛰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젊은 여인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속도는 내가 뛰는 속도와 비슷했다

마치 코치의 지도를 받는 듯 나란히 옆에서 뛰었다. 심장 뛰는 주기가 조금씩 더 짧아졌다. 1킬로쯤 지나니 

호흡이 거칠어져 주위의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포기하자니 괜한 오기가 발동했다. 그렇게 자전거 탄 여인과 대략 2킬로를 같이 뛰었다. 그런데 저기 앞을 보니 경사가 어느 정도 있는 내리막길이었다. 고민하지 않고 그녀를 그냥 보내기로 했다. 힘들긴 했지만, 시간 단축의 효과는 확실했다.

 

서서히 페이스를 다시 조절하며 뛰었다. 또 다른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문득 자전거로 운동하는 

사람은 박자세에서 쉬지 않고, 훈련하는 선수들로 보였다. 가끔은 뒷자리에 얻어 타고 가고 싶다. 그런데 요즘

자전거는 대부분 뒷자석이 없다.^^


그래 훈련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코치와 같이 뛰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8킬로를 45분 정도에 뛴

것 같다. 다음엔 10킬로에 도전해야지. 훈련의 기쁨을 잊지 않기 위해선 무조건 운동화 신고 집을 나서리라 마

음 먹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302012 런던 올림픽이 앞으로 50일 남았다고 한다. 4년간 메달을 위해 피와 땀을 쏟았던 선수들의 한판 경연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 박자세에도 제 8회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해외학습탐사라는 올림픽이다.

해외학습탐사는 그 동안 학습했던 사항들을 직접 확인하고, 몸에 새기는 일이다. 우주론, 천문학, 지구과학, 지질학, 생물학 등 여러 종목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실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참가에 의의를 둔 것과 비슷해진다. 4 137억년 강의도 반환점을 돌았으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메달은 대원들간의 경쟁보다는 협력과 팀웍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참가에 의의를 둘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기회인 만큼 스스로 목표를 세워 몇 개 분야의 메달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참가대원 모두의 목에 금메달이 풍성하게 걸리길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