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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반도의 지질, 생물 이야기 

 

우리나라에도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있을까? 있다. 약 10억 년 전인 원생대 후기, 훗날 옹진군 소청도가 될 해변에는 시아노박테리아 융단이 깔려 있었다. 섬 남동쪽 분바위를 돈 작은 만으로 들어서면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이 가득하다.

 

 1980년대 초까지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무늬를 이용한 문양석 가공공장이 섬에서 가동했다. 화석 산지의 바위에는 쇠말뚝과 굴착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학계에서 10년 전부터 보존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주민이 반발하는 등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2009년 11월 소청도 분바위 일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산지를 천연기념물 제 508호로 지정했다.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한라산의 백록담 분화구와 성산 일출봉, 송악산 오름은 불과 4000~5000년 전에 형성되었다. 주민들은 화산의 폭발적인 탄생을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제주도 수월봉 화산기원 퇴적층은 그 사진이 외국 화산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제주도 서쪽 끝인 한경면 고산리 해안에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관이 있다. 층을 이뤄 쌓인 화산재를 크고 작은 암석들이 관통한 모습들이 절벽 면 가득히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제주도는 화산 지형이 가득한 보물이다.

 

제주도의 화산지형

 

한탄강은 용암이 흘려 만든 강이다. 약 27만 년 전 옛 자갈층 위로 한탄강을 따라 뜨거운 용암이 흘러왔다. 주민들은 이 극적인 지질학적 사건이 남긴 현무암으로 맷돌을 만들어 팔았다. 수련회에 온 학생들은 고생대에서 신생대까지 한 눈에 펼쳐진 절벽에는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물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북한산 화강암은 언제?

 

해마다 800만명이 찾는 국립공원 북한산, 북한산을 이루는 화강암체는 언제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었을까? 북한산을 이룬 화강암은 아주 깊은 땅속에서 마그마가 굳어 생겼다. 전문가들은 그 깊이가 7~10㎞가 될 것으로 본다.

 

땅 속의 온도가 상승해 암석이 광범위하게 녹자 부력을 받아 지표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찬 지각 물질을 만나 열을 잃고 부력이 줄어들자 지하 1만m 쯤 되는 곳에서 마그마는 멈춰 화강암으로 굳었다. 이를 ‘서울 화강암체’라고 부르는데, 북동-남서 방향으로 서울에서 의정부 ․ 포천까지 이어진다.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뿌리에서 생겨났다.

 

과학 전문기자인 저자는 대한지질학회와 소속 연구자들과 함께 한반도의 지형과 지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국토의 뼈대와 근본을 기록했다. 이 책은 그런 생생한 체험담과 과학적 사실이 가득하다.

 

지질을 보는 안목

 

15여 년 전 우리나라 유적지를 답사하면 꼭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부딪쳤다.

 

그처럼 이 책을 들고 ‘한반도 자연사 기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가까운 세월이 만든 문화유산에 관심이 크다. 몇 만 년 단위를 넘어서면 인간 인식은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도 이 책에서 말하듯이 영월의 김삿갓 계곡처럼 15억 년이란 세월을 훌쩍 건너뛴 두 지층을 만나서 그 감동을 잡아채는 안목만 있다면 금방 나설 것도 같다.

 

태백산 분지는 삼엽충의 고향이다. 부산 다대포 해안은 공룡시대 퇴적층 교과서이다. 요는 안목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지질과 지형에도 해당된다. 한국 과학계와 학교, 지방자치단체는 그 안목을 키워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