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까지 병원에 나와서 치료를 했다. 치료를 좋아해서 토요일에 나와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치료받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수없이 듣고 말하다 보니 벌써 복이 내게

와 있는 듯하다.  

 

나는 보호자가 하는 말을 좋아한다. 갓 태어난 아이가 인큐베이터에서 숨만 꼴딱 꼴딱 쉬던 녀석이 지금은 이렇게 앉아서 놀고 있다는 이야기, 수술을 너 덧번 받으면서 죽다 살았다는 얘기, 잘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서 뇌수술을 받고 일어난 아이를 보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딸이 하는 말이 '이제부터 시작해서 더 잘하면 돼.'라고 하는 말에 펑펑 울었다는 말과 아이가 뇌압을 떨어트리기 위해 두개골 절개를 해야했기에 머리를 빡빡 깎았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에 슬퍼할까봐 얘기 아버지도 머리를 다 깎았다는 이야기 등등 가슴 먹먹하게 하고 때로는 웃음이 나오게 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런 보호자들이 요즘은 내 치료가 바뀌었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뭔가 더 체계적이고 순서와 단계가 나누어지고 섬세해졌다는 이야기다. 10년 이상 경력의 치료사가 어느날 갑자기 치료가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일종의 타성에 젖기 때문이다. 내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치료를 하고 있으니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런 내가 치료의 변화가 있다는 말과 심지어 몇 년 전에 치료를 받았던 보호자는 치료가 180도 바뀌었다고 할 정도이다.

 

내게 일어난 변화는 2011년 후반기에 일요일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강의를 들은 결과이다.  

 

생명체에게 좌우의 대칭이 생기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좌우의 대칭을 맞추지 않고 치료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배려 없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팔다리의 정렬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치료를 접근하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방향을 가기 위해 얼마나 몸을 비틀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간과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움직임의 시작은 움직이지 않는 것에서 부터이다. 움직이기 위해 조건이 되어야 하는 정보는 움직이기 전의 동작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자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 정렬을 통해 자세를 만들어서 스스로 자세조절을 하게 했다.

 

척수로를 통해 치료의 순서를 정했고, 기저핵의 미상핵에 입력되는 시각적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따라가는 눈의 움직임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공 받기와 책을 읽는 것은 다른 눈동자의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감정이 기억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이를 울린 일이 없다. 심지어 야단도 안친다.

 

이것들만 있겠는가. 이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내 치료를 바꾸고, 아이들의 움직임을 바꾸고, 보호자의 입가에

미소를 만들었다. 아이의 인생이 내 치료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아주 기뻤다. 인생 살만한 일이며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십년동안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뀐것은 큰 변화이다. 뇌과학이 보여주는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 하나로 일어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2011년에 엮어진 박자세와의 인연이 내 인생에 변화를 만들었다. 

 

너무나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연륜이 묻어나는 이야기와 나보다 훨씬 연배가 많으신 어르신의

공부하는 모습은 나를 더욱 정진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다.

 

특히 학습탐사를 통해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비단 뇌과학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으로 확장된 사고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천 년 고도 '경주'의 또 다른 이면과 곧곧에 스며들어 있는 불교의 정신은 종교를 떠나 감탄과 탄사를 하게 하였다. 저녘까지 이어진 신라 역사 강의는 남산을 다녀온 후에도 열정적인 박사님과 그 열정을 따르겠다는 회원들로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이었다.

 

천문 우주 뇌과학 모임에서 발표를 하면서 특별한 뇌과학이 내게 스며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서호주 학습탐사에 대한 책자 발행에 참여하면서 박자세의 자연과학운동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특히 보령의 이은호 선생님 댁에서 모여 공부하기 위해 달려오신 회원분들과 함께 나눈 시간들은 잊을 수가 없다.

 

자연과학 공부라는 주제 하나로 별다른 잔치 상도 술 한잔 없이도 붉게 달아오르는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 후에 이어진 박사님의 앞으로 5년간 계획은 자연과학운동이 커져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또다시 2012년이 시작된다. 공부하고, 익히고, 훈련하는 박자세의 자연과학운동이 더욱 정진하여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1월 8일부터 시작하는 천문우주 뇌과학 모임의 발표를 시작으로 이익우 선생님의 후원으로 거의 100명 규모로 가게되는  26일 제주도  학습탐사, 서호주 학습탐사에 이어지는 미주 학습탐사등을 설레는 맘으로 맞이하고 싶다.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동안 학습의 즐거움을 한 껏 느끼고 싶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 행복했던 2011년을 축복한다. 그리고 그 기쁨이 커질 2012년을 복되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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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님, 그리고 여러 회원님들 2012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익히며, 훈련하기 위해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