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서 척수로 정보를 보내 우리는 움직임을 갖는다. 이 때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를 '척수로'(tract)라고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이 척수로의 '척'자만 들어도 순식간에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고 치료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움직임의 전문가인 물리치료사가 척수로를 모르고 치료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척수로는 특히 다섯 가지이다. 그물척수로, 전정척수로, 시개척수로, 적핵척수로, 피질척수로이다. 이것을 그냥 외운다면 의미가 없다.

  발생학과 진화학에서 말하는 척수로는 약간 의미가 다르다. 물고기의 움직임과 같이 몸통의 움직임에 관여하고 감각과 운동이 종합적으로 섞여진 척수로가 가장 오래된 그물척수로 이다. 꼬리를 움직이기 위해 만들어진 척수로로 세포들도 원시세포체들이 뒤엉켜 있다.

 

 그 다음은 물에서 살던 물고기가 바다를 안에 담는 등뼈가 생기면서 움직임에 필요한 무기질을 뼈에서 가져다 쓸 수 있게 되고 폐를 사용해 호흡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물위로 올라오게 된다. 이 때 물 속에서와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 사방을 둘러보기 위해 머리를 올리게 되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잡게 된다. 이 때 만들어진 기관이 바로 전정척수로이다.

 

 세번째로 균형을 잡고 이동을 해야하는데 외부의 환경을 알기 위해 발달한 원거리 감각인 시각과 청각이다. 시각과 청각을 담당하던 뇌가 중뇌에 있는 덮개, 즉 (tectum, tegmentum)이라고 불리는 부위로 상구, 하구(superior colliculus, inferior colliculus)라 한다. 사람이나 영장류에서는 상구는 원시 시각 피질이라고 불리고, 하구는 원시 청각 피질로 불리고 있다. 이 곳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시개척수로(tecto-spinal tract)이다.

 

 네번째로 사지를 이용해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은 굴근을 이용한 움직임이다. 이것의 정보는 중뇌에 있는 적핵에서 만들어진다. 적핵의 정보를 보내는 적핵척수로이다.

 

 다섯번째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손을 사용하는 기관인 피질척수로이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보내는 곳은 피질척수로이다. 전체 정보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말은 결국 우리의 뇌는 운동하기 위해 확장된 형태이며, 그 확장은 부속지 즉, 팔 다리의 손, 발의 사용으로 커졌다는 것이 된다.

 

 척수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 단계에 치료를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몸통을 쓰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물척수로에 관련된 정보를 주면 된다. 몸통에 대한 회전요소라던지 고개를 들게 하기 위해 상지를 쓰게 한다든지의 정보를 주면 되는 것이다. 한 단계 위의 정보인 전정감각에 대해서는 그네나 슬링을 이용해서 전정자극을 준 이후에 고개를 들게 하고, 사물을 주시하며 따라가기(pursuit)하고 이동하며 따라가기(tracking)을 하게 하여 기저핵의 꼬리핵에서 만들어진 의도적 주시하기를 시켜서 시개척수로에 대한 치료를 한다. 네발기기의 동작을 위해서는 굴근을 조절하고 쓰게 하기 위해서 적핵에 관련된 정보를 만들어 준다.  이와같이 척수로를 이해하는 것은 치료의 질과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절대적인 배경지식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여타 다른 동물들보다 운동을 잘 한다. 뇌는 운동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라 사실이다. 움직임의 전문가인 물리치료사는 척수로에 대한 이해가 치료를 바꿀 수 있다. 치료사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변화를 줄 수 없다면 치료사는 그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내가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이며, 이 노력은 내가 프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부끄럽지 않는 치료사 되기 위해 배경지식에 치료적 상황을 접목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척수로에 대한 이해는 여타 신경과학적 지식들 중에서도 물리치료사에게는 중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