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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는 독학으로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했다. 그는 최초로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건축마감재로 쓴 사람이다. 그가 나오시마 섬에서 만든 치추미술관은 말 그대로 바닷가 언덕 속에 만든 미술관이다. 입구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노출콘크리트를 따라 빛이 미묘하게 기울어지며 색감이 변한다. 인구 3,5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섬이 해외에까지 이름을 떨치는 예술의 성지가 되었다.

 

빛은 입자이며 파동이다. 137억년 전에 우주가 탄생할 때 함께 태어난 ‘빛-광자’은 인간의 삶과 세계를 규정하는 존재다. 그는 ‘빛의 교회’라는 불과 50평밖에 되지 않는 교회를 설계하면서도 벽을 따라 들어오는 빛을 십자가 모양으로 배치했다. 책 표지에도 그의 얼굴을 빛이 지나간다.

 

그가 쓴 책은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이자 혹독한 고난 극복기이다. 수도사와 복서를 섞은 듯한 그의 엄격한 얼굴은 아무런 인맥이나 학력도 없이 맨 손으로 건축을 시작해서 성공한 거의 불가능한 이력이 새겨져 있다.

 

그의 책 구절을 직접 인용해본다. 시사점이 많은 감동적인 글이다.

 

“사람들은 조각가나 화가 같은 아티스트와 건축가의 차이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 커다란 차이점 가운데 하나로, 건축가가 제대로 활동하자면 조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 조직에 매몰되면 그 건축가는 이미 끝난 것이다.” (18쪽)

 

“유럽의 이른바 역사도시가 근대화의 파도에 쓸려가지 않고 옛 시가지와 건축물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도시화의 배후에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는 이념이 있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일본의 도시는 서구 도시를 모델로 삼아 근대화를 거쳤지만, 수입된 것은 어디까지나 도시 계획의 기법뿐이고 정작 중요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하는 이념은 등한시해 왔다. 그런 상태로 전후 고도경제성장 시대를 맞이하자 경제 논리만을 잣대로 건설과 파괴가 거듭되었고, 그 결과 세계 어디에도 없는 ‘혼돈’의 도시가 생겨나고 말았다.” (122쪽)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건축이란 그 장소에 가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토착된 작업이다. 대지마다 공사를 위한 규칙과 기술, 일하는 사람이 다르다. 시간적인 거리가 축소되어도 그 물리적 거리와 문화적 거리는 축소될 수 없다.

 

예를 들면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작업할 때는 역사적인 도시답게 개발에 관한 법 절차를 밟는 데 놀랄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FABRICA'의 경우 아이디어를 내놓고 완공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현지 직공들의 일하는 자세도 글자 그대로 장인의 그것이어서, 일단 일을 시작하면 공사 기간 따위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결코 일손을 멈추려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에서는 발전도상국다운 엄청난 개발 속도가 나를 당혹케 했다. 만리장성을 만든 문화국답게 대륙적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뭐든 스케일이 크다.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대규모 업무를 불쑥 의뢰받았다 싶으면 계약도 맺는 둥 마는 둥 하는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만다.

 

미국에서 맡았던 작업은 소송 사회를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놀라웠다. 여하튼 뭐든 계약을 맺을 때마다 변호사가 입회하여 쉽게 끝날 이야기도 묘하게 복잡하게 만들어서 프로젝트 진행을 결과적으로 늦추고 만다.”(293쪽)

 

 

진언종 혼푸쿠지 미즈미도는 연못 중앙의 계단을 통해 법당으로 내려간다.

“연꽃 연못 밑에 법당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주지 스님과 신도들에게 이야기하자 중요한 법당 위에 물을 채운다니 당치 않아요. 지붕 없는 절은 있을 수 없어요 하고 크게 반대했다. 신도와 건축가 사이에서 곤혹스러워 하던 이우에 씨는 고민 끝에 친하게 지내던 어느 고승에게 상담을 청했다. 사정을 듣고 난 큰스님은 연꽃은 불교의 원점인데, 그 연꽃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라니 아주 좋구먼. 부디 실현시켜 주시오 라며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