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박사가 mGRASP 기술로 작성한 생쥐의 뇌마.jpg 

                  

                            대한민국 과학자, 뇌 연구 신기원을 열다

노컷뉴스|

입력 2011.12.06 18:21 [CBS 이희진 기자]

 

신경세포를 통한 신호 전달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 이동을 통해 이뤄진다.한 신경세포의 축삭돌기가 분비한 신경전달물질을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가 받아들이면서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이 이뤄지는 것이다. 두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는 장소가 바로 '시냅스(synapse)'다. 2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간격의 시냅스를 통해 수많은 신경세포가 네트워크를 이뤄 각종 신호를 전달한다.

뇌 속 신경세포들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음으로써 감정, 학습, 기억, 행동, 판단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신경세포 간 연결성은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다. 이 때문에 지난 한 세수세기 동안 수많은 신경과학자가 뇌 속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신경세포 간 연결성은 시냅스를 찾아내고, 각 시냅스에서 만나는 축삭돌기와 수상돌기의 근원을 따짐으로써 규명된다.

간격이 20나노미터에 불과한 시냅스 탐색은 해상도가 낮은 광학현미경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고해상도의 전자현미경이 이용되지만, 전자현미경으로 시냅스를 관찰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시드니 브레너 박사가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신경세포가 300여 개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세포 연결망을 지도화하는데 무려 20년이 걸렸다.시냅스를 쉽고 빠르게 찾아내는 방법은 모든 뇌 연구자의 열망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 뇌 과학계 숙원이 국내 연구진 덕분에 이뤄지게 됐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능커넥토믹스WCI(World Class Institute)센터 김진현(40)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김진현 박사팀은 녹색형광단백질(GFP)을 이용해 광학현미경으로도 시냅스를 관찰할 수 있는 mGRASP(mammalian GFP Reconstitution Across Synaptic Partners)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GFP는 말 그대로 녹색 형광을 내는 단백질로, 해파리에서 처음 이 물질을 추출한 시모무라 오사무는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생명현상에 녹색 표지를 붙여 관찰을 용이하게 해 주는 GFP는 의학과 생명공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김진현 박사팀은 두 개(sp11, sp1-10)로 나뉘는 GFP 조각들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형광을 내지 못하지만, 두 조각이 아주 가깝게 근접하면 형광을 내는 원리를 이용했다.유전공학 기법 등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축삭돌기에는 sp11을 붙이고, 수상돌기에는 sp1-10을 붙였다. 서로 다른 GFP 조각을 달고 있는 축삭돌기와 수상돌기가 시냅스에서 서로 만날 때만 녹색 형광이 나오도록 한 것이다.신경세포를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녹색 형광이 나오는 위치는 틀림없는 시냅스인 것이다.

mGRASP 기술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시냅스를 찾아냄으로써, 이전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했던 복잡한 뇌의 신경 네트워크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팀은 mGRASP 기술을 이용해 생쥐 뇌 가운데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해마의 한 신경세포 시냅스 분포를 3차원 디지털 지도화하는 데 성공했다.이전 기술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했던,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의 복잡한 뇌 신경망을 지도화할 수 있는 길이 넓게 활짝 열린 것이다.

김진현 박사는 6일 "mGRASP 기술은 브레너 박사가 전자현미경으로 20년에 걸쳐 이뤄낸 일을 단 일주일 정도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 신경망 지도가 완성되면 자폐증과 같이 신경망 이상 탓에 나타나는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적인 뇌의 신경망 지도와 신경 질환을 앓는 뇌의 신경망 지도를 비교하면, 정상 뇌 신경망 지도에는 있는 시냅스가 신경 질환 뇌 신경망 지도에는 누락될 수 있다.거꾸로, 정상 뇌 신경망 지도에는 없는 시냅스가 신경 질환 뇌 신경망 지도에는 나타날 수도 있다.김 박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가장 많이 인용될 논문 중 하나'라는 호평을 받으며, 생명공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지난 4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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