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간을 내어 “찰리와 함께한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 책은 존 스타인벡의 아메리카 횡단 여행기이다. 뉴욕에서 북쪽 지역을 횡단하여 서쪽으로 간 다음 태평양해안을 남하한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를 거치는 남단횡단을 한 다음에 미국동부를 북상하여 뉴욕으로 돌아가는 1만 마일의 여정을 그린 글이다. 4개월에 이르는 기간으로 1960년대 가을무렵의 이야기이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많은 글들을 썼다. 아마 “분노의 포도”를 기억하면, 그가 누군지 아는데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계획할 즈음 그가 느낀 것은 60평생을 살았던 미국이란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빠진 것이다. 비록 미국에서 살면서 글을 썼지만, 지나고 보니 미국에 대해 무엇을 알고 글을 쓴 것이지 라는 회의에 빠진다. 혹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무엇인지 궁금했을 수도 있겠다.

 

그는 말한다. 실제로 자기 나라도 모르고 글을 쓴 것이 아닌가 라고. 다만 기억에 의존한 채 썼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기억은 왜곡과 결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고. 참된 미국의 언어도 듣지 못하고, 산천도 사람도 온전히 보지 못하고, 내음도 일광의 빛도 느끼지 못하였다고. 그래서 그는 마음을 다잡는다. 다시 두 눈으로 자기의 거대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발견해보리라고.

 

그래서 그는 미국을 횡단할 특수한 차량을 주문한다. 차의 뒷부분을 개조하여 침실을 만들고 기타 생활도구를 실을 수 있는 트럭 형태이다. 9월초 이 차를 타고 애견 찰리와 여행을 시작하면서 미국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고 미국산천과 교감을 나눈다. 그래서 그는 20세기 초반부터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자기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평소 인식과 어떻게 다른지  느껴간다.

 

어찌 보면 하나의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산천과 사람들을 촘촘히 파악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일상적인 여행기와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진다. 일상적인 여행기는 외부대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이 책은 시종일관 외부보다는 내면의 의식이 지평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대상이든지 인지되는 순간 반드시라 할 정도로 내면 의식의 접점에서 말하거나 그 변화를 기술하고 있다. 대상에 매몰되지 않는다.

 

가장 큰 공감을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즉 그는 여행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그대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어떨 때는 유머로 대응하거나 또는 꽈서 엮어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글이 매우 감칠맛이 나면서 다가온다. 즉 작가의 의식안에서 몇 번씩 둥글려지다가 나오는 글들은 어떤 에피소드이든지 그 경험내용보다 오히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런 문체를 느끼면서 읽는 맛이 좋았다.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이란 나라의 실체에 대해 파악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일상화된 여행을 통해 미국에 대해 나름 말을 할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도 모를 수 있는 미국에 대해 쉽게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미국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을 배웠다고 하면 과언이 될까. 어찌 보면 시간이 든다 하더라도 그 거대한 땅덩어리를 접근할 수 있는 마인드를 마련한 것 같다.

 

아마도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덩어리가 무엇인지, 어떤 곳인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유야 무엇이던지 간에 그 궁금증이 다른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지경이 되면, 한 번쯤 고물차를 몰고서라도 스타인벡처럼 떠나볼 일이다. 그리고 몸으로 두 눈으로 두 귀로 있는 그대로 느껴볼 일이다. 그 교감속에 생기는 파장이 가라앉을 즈음 자기내면에 가라앉은 것들을 볼 일이다. 혹 그것이 바로 대답이 되지 않을까!

 

따라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첫째 여행이란 무엇인지 궁금한 이에게는 그 밑바닥을 보여준다.

둘째 문체를 느끼고자 하는 이에게는 문체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해준다.

셋째 여행기 작성하는 방식을 원하는 이에게 하나의 매우 유력한 방법을 말한다 .

넷째 미국이란 나라가 궁금한 이들에게는 무엇을 봐야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