洗心도 할겸해서...

 

지금 시간이 꽤 된 것 같다. 무슨 일인가를 하다가 쉼도 가질 겸해서 심심파적으로 간단히 글을 써본다.

 

마음을 씻는다. 이는 무언가 막막한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살다보면 자주 이러고 싶은 상황에 부딪치곤 하는 말이다. 살다보면 자기의 능력에 벗어나는 문제들로 골머리가 아플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마다 뭔지 모를 답답한 심정을 풀어버리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랄까.

 

지금이 그렇다. 왠지 지금 마음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싶다. 괜스리 세심이란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洗心은 마음을 씻는다는 말이다. 세는 물로 먼저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심이란 마음으로 심장을 상형화한 글자이다. 심장을 왜 마음이라고 했는지 옛 사람의 생각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굳이 이 밤중에 생각의 나래를 펴보면, 아마도 마음의 작용이 감정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인식하고 판단하고 욕구하는 일 등이 마음의 작용인데, 어느 일을 하든지 반드시 욕동 의념 감정의 출렁임 등이 선행되게 된다. 그런데 감정의 출렁임은 그 특성이 리듬을 갖고 박자를 가지면서 어떤 상태로 지속하며 흐르는 일이다. 마치 심장이 피를 부단히 흘러 보내듯이 감정도 박자와 리듬 그리고 흐름을 가진다는 유사한 점에서, 마음을 심장의 일이라고 옛사람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진짜 맞는듯하여 괜시리 빙긋 웃음이 나온다. 아마 틀림없이 맞지 않나 싶어서 그러는 걸거다.

 

심을 마음이라고 하면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거다. 느끼고 인지하고 계산하고 판단하고 추론하고 상상하는 일등이 그렇다. 그런데 요놈이 요물이라,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어떨 때는 지가 알아서 난리법석을 핀다. 이 생각 저 생각 이 감정 저 감정 등으로 흘러가며 사통팔달로 뻗어가는 짓거리에 재미있다가도 그만 제풀에 지치고 만다. 그럴 때는 방법이 없다. 멍히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괜시리 세심이라는 말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뭘 세심한다는 것이지. 손이야 물로 씻으면 되지만, 마음은 무엇으로 씻으란 말이지. 마음은 대상이나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씻을 대상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일단 곤혹스럽다. 간단히 우리식으로 정리하면 마음은 의념이고, 그 의념은 그때그때 생기는 뉴런 다발의 집단 연결 작동이다. 즉 특정한 패턴의 연결을 말하는 것이다. 마음을 씻으란 말은 그런 연결작동을 대상으로 하여 씻으라는 말이겠다. 괜히 집착하거나 얽매이는 일에서 일단 벗어나란 것이니, 씻으라는 말은 그 연결을 평소의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의 마음은 운동을 지향하는 외향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일과 그것에 대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내부제어시스템을 가진다. 전체적인 형국으로 보면 마음은 운동을 보다 조율하는 방식으로 구동될 것이다. 물리학의 기본법칙중의 하나인 원운동을 잠시 원용해 보자. 이 경우에 구심력과 원심력의 크기가 일정할 때만 일정한 원운동이 가능하다. 다만 구심력은 결국 원심력과 방향이 다를 뿐이지 그 힘의 크기는 동일하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도 외향적인 방향과 내부의 제어가 엇비슷하여야 보다 잘 작동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릴 때는 워낙 힘도 강하고 잘 제어되지 않기에 규율과 훈련 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법과 규범을 배우면서 균형을 이루는 일이 그들이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힘도 괜히 딸리고, 또 제어만 발달하여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하고 외치는 꼴이 아닐까. 이럴 경우 마음을 씻는 일은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일을 종종 해야하는 것이겠다.

 

물론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어릴 때는 무엇이든 쉽게 동화되기에 제어를 배워야 하지만, 연배가 들어서는 무엇인가에 동화하는 일이 힘들기에 다른 것과 소통시키는 법을 부단히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으로부터 점차 도태되어 갈 것이다.  이럴 경우 마음을 씻는다는 것은 기존의 연결망을 종종 해체하고 새로운 연결만드는 일을 가리킬 것이다. 즉 새로운 생각으로 워밍업하는 일도 일종의 세심이 될 것같다. 

 

그야말로 긴밤때문인지 온갖 사념들이 줄창 뻗어간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마음을 씻는다는 것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 있을 것 같다. 즉 브레인의 뉴런 다발 연결을 잠시 원위치시켜야 하는 일이다. 간단히 말하면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그런지 마음비워라 라는 옛 선인들의 말이 몹시도 생각나는 밤이다. 글을 쓰고 보니 마음을 비우고 싶다 라는 간단한 말을 길게 에둘러 말한 듯하여 멋쩍어진다.

지금 마음을 비운 후 잠시 멍히 앉아있어 볼까.

 

이론 이롤 때가 아니지. 하돈 일을 모치돈지,

아니면 지금 자고 일찍 일어나서 마무리를 지어야지

한 순간의 흑일몽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