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28일)도 박자세 사무실은 공부의 열기로 가득했다.

  제 3기 과학리딩 모임 네 번째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분자세포 생물학을 총 30개의 프레임으로 압축한 다음 한 주에 세 개씩 제시하고 있는데,

  12번째 프레임까지 완성했으니 반환점이 눈앞이다. 

 자연이 펼쳐놓는 드라마는 장구하여 부지런히 따라가야만 한다.    


  하루 온종일을 쏟아붓는 공부가 힘들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체력에 부친다고 대답하겠다.

  그리 튼튼하지 못해 후반부에 접어들면 헐떡이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곳에 가는 이유는 이날도 증명됐다.


  본 강의에 들어가기 앞서 박사님은 인트로 격으로 그림을 하나 그렸다.

  행성 지구와 그 위에 서 있는 사람, 그리고 저멀리 별 하나...

  137억년의 우주와 지구환경에서의 생명진화를 상징하는 군더더기 없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한 말씀,

  "여기 이 세 가지 이외에 또 무엇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말씀해 주세요."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뼈에 사무쳐야 과학공부를 할 수 있고, 박사님 자신이

  과학운동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씀했다. 

   나도 박사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는 분명한 것에서 출발하여 분명한 것으로 끝맺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호한 것은 모호한 채로 놔두면 된다.

  모호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착각이나 상상으로 명확한 세계를 물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