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국의 불교사상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고찰하여 사상사 연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준 책이 고익진 선생(1934****)의 『한국고대불교사상사』(동대 출판부, 1989)이다.
이 책은 한국불교사상사를 연구함에 있어서 일반 사학계에서 지향하고 있는 사회 정치사 위주의 방법과 불교학계에서 지향하고 있는 교리 교단사 위주의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사상은 시대적 산물이라는 인식하에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적용함으로써 한국 고대 불교사상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그는 서론 첫 장에서 시대와 사상의 상관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시대를 떠나 존재하는 사상은 생각할 수 없다. 시대가 처한 당면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나타난 관념체계가 사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상은 순수한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사유와 구별된다.”
“삼국의 불교 전래로부터 통일기 신라의 대승교학을 거쳐 신라 하대의 선(禪) 전래에 이르는 한국고대의 사상적 흐름을 살펴보려는 것이 본서의 목적이다. 이런 뜻에서 본서는 단순한 교리사나 교단사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오로지 불교의 사회적 성격에 관심을 집중한 사학계의 연구경향과도 각도가 다르다. 차라리 그런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하여 한국고대불교의 전체적인 흐름을 사상사적 관점에서 비춰보려는 것이 본서가 뜻하는 바라고 말하고 싶다”
두 단의 문구는 이 책의 연구방향과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명문이다. 훌륭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고익진 선생은 이 책에서 한국 고대 불교사상의 흐름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로서 크게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삼국의 불교 전래와 정착 문제’, 둘째는 승랑의 삼론학과 원칙의 유식학 등 ‘대승불교 교학의 발생과 사조’, 셋째는 의상과 원효로부터 비롯되는 신라 중대 ‘화엄사상의 전개와 그 영향’, 넷째는 신라 초기 ‘밀교의 발전과 순밀(純密)의 수용’, 다섯째는 신라 하대에 이르러 전래된 선(禪)사상이다. 이상이 저자가 중시했던 고대 한국 불교사상사의 중요한 주제이다. 또 그는 시대 분류에 있어서도 다음과 같이 4기(期)로 나누고 있다. (1)불교 초전기(삼국 성립기) (2)대승불교 교학 발달기(삼국 전쟁기) (3)화엄사상 융성기(신라 중대) (4)선(禪) 전래기(신라 하대).
삼국에서 신라하대까지 고대 한국불교사상사의 중요한 문제를 이 책만치 체계적이고도 명쾌하게 드러낸 책도 드물다. 한마디로 이 책은 한국불교학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지나친 교단사 또는 교리사 중심의 연구방법과 사회 정치사 중심의 연구방법을 지양하고 보다 합리적이고도 진전된 사상사 연구 방법을 택하여 사상의 저변에 시대 사조가 자리잡고 있음을 주목한 책이다.
고익진 선생은 1979년 동대에서 『한국불교전서』 편찬 간행의 실무책임을 맡으면서 초기불교 연구에서 한국 고대 불교사상 연구로 방향을 바꾸었지만, 그는 일찍이(1971) 석사논문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에서 “불교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함의 교리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최초로 아함경(원시불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분이다.
또 『현대 한국불교의 방향』에서는 오늘날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병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다가 학문적 결실이 한창 무르익던 1988년 가을 아깝게도 작고(55세)하고 말았다. 이 책은 그의 박사논문이자 대표적 저술이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
절판된 책입니다.
고대 한국의 불교사상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고찰하여 사상사 연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준 책이 고익진 선생(1934****)의 『한국고대불교사상사』(동대 출판부, 1989)이다.
이 책은 한국불교사상사를 연구함에 있어서 일반 사학계에서 지향하고 있는 사회 정치사 위주의 방법과 불교학계에서 지향하고 있는 교리 교단사 위주의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사상은 시대적 산물이라는 인식하에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적용함으로써 한국 고대 불교사상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그는 서론 첫 장에서 시대와 사상의 상관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시대를 떠나 존재하는 사상은 생각할 수 없다. 시대가 처한 당면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나타난 관념체계가 사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상은 순수한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사유와 구별된다.”
“삼국의 불교 전래로부터 통일기 신라의 대승교학을 거쳐 신라 하대의 선(禪) 전래에 이르는 한국고대의 사상적 흐름을 살펴보려는 것이 본서의 목적이다. 이런 뜻에서 본서는 단순한 교리사나 교단사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오로지 불교의 사회적 성격에 관심을 집중한 사학계의 연구경향과도 각도가 다르다. 차라리 그런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하여 한국고대불교의 전체적인 흐름을 사상사적 관점에서 비춰보려는 것이 본서가 뜻하는 바라고 말하고 싶다”
두 단의 문구는 이 책의 연구방향과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명문이다. 훌륭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고익진 선생은 이 책에서 한국 고대 불교사상의 흐름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로서 크게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삼국의 불교 전래와 정착 문제’, 둘째는 승랑의 삼론학과 원칙의 유식학 등 ‘대승불교 교학의 발생과 사조’, 셋째는 의상과 원효로부터 비롯되는 신라 중대 ‘화엄사상의 전개와 그 영향’, 넷째는 신라 초기 ‘밀교의 발전과 순밀(純密)의 수용’, 다섯째는 신라 하대에 이르러 전래된 선(禪)사상이다. 이상이 저자가 중시했던 고대 한국 불교사상사의 중요한 주제이다. 또 그는 시대 분류에 있어서도 다음과 같이 4기(期)로 나누고 있다. (1)불교 초전기(삼국 성립기) (2)대승불교 교학 발달기(삼국 전쟁기) (3)화엄사상 융성기(신라 중대) (4)선(禪) 전래기(신라 하대).
삼국에서 신라하대까지 고대 한국불교사상사의 중요한 문제를 이 책만치 체계적이고도 명쾌하게 드러낸 책도 드물다. 한마디로 이 책은 한국불교학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지나친 교단사 또는 교리사 중심의 연구방법과 사회 정치사 중심의 연구방법을 지양하고 보다 합리적이고도 진전된 사상사 연구 방법을 택하여 사상의 저변에 시대 사조가 자리잡고 있음을 주목한 책이다.
고익진 선생은 1979년 동대에서 『한국불교전서』 편찬 간행의 실무책임을 맡으면서 초기불교 연구에서 한국 고대 불교사상 연구로 방향을 바꾸었지만, 그는 일찍이(1971) 석사논문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에서 “불교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함의 교리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최초로 아함경(원시불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분이다.
또 『현대 한국불교의 방향』에서는 오늘날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병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다가 학문적 결실이 한창 무르익던 1988년 가을 아깝게도 작고(55세)하고 말았다. 이 책은 그의 박사논문이자 대표적 저술이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