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장소 뇌…"기억력 높이려면 감성을 풍부하게!"

30일 한국한의학연구원서 제6차 뇌과학 강연
박문호 박사 "기억은 인간 인식작용 그 자체"
기획기사

입력 :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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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한의학연서 열린 6차 뇌과학 강연. 수강생들의 필기경쟁도 뜨겁다.
ⓒ2012 HelloDD.com
"뇌가 운동출력을 내보낼 때 몇 가지 과정이 있다"

30일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 대강당에서 열린 제6차 뇌과학 강연을 시작한 박문호(ETRI책임연구원) 박사의 첫마디다.

이번 강연에서는 운동 출력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기억 신경회로'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박 박사는 바나나를 보고 먹으려고 손을 뻗을 때 뇌에서 이런 반응이 일어난다며 "먼저 체감각영역(S1)과 시각영역(VI), 청각영역(A1) 등의 감각정보가 시각연합영역(VA), 청각연합영역(AA), 체감각연합영역(SA)으로 보내지고 이 정보들이 다중감각영역(MA)에서 통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다시 파페츠 회로(Papez Circuit)와 편도체, 전전두엽으로 정보가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감각정보는 파페츠 회로를 거쳐 감정이 묻어난 기억정보가 돼 다시 각각의 연합감각영역(VA,SA,AA)으로 간다. 이 연합감각영역은 현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모아서 전전두엽으로 보낸다. 이 때 각 연합감각영역에서 전전두엽으로 전해지는 기억정보들을 Working Memory(작업기억)라고 한다"며 "이후 전전두엽에서 보완운동영역(SMA)과 전운동영역(PM)으로 감각정보가 전해져 운동을 준비하게 되고, 1차 운동영역(M1)으로 나와 운동을 명령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박 박사는 운동출력에 관여하는 파페츠 회로에 대해 "뇌과학자 '파페츠'가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연구하다가 발견했다. 처음엔 감정에 연관됐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라고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운동을 할 때도 과거의 기억이 관여해 운동을 조절한다면서 "현재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과거 기억의 총체다. 학습한, 기억한 총량이 현재로 나타난다"며 "기억이 없으면 그 사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기억은 인간 인식작용 중 하나가 아닌 인식작용 그 자체다. 모든 Brain활동은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고 역설했다.

▲1차감각들이 연합감각영역을 통해 전전두엽으로 전해지는 과정 그림(사진 왼쪽)과 파페츠 회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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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은 기억이 나 자신임을 다시금 인식하면서 박 박사의 강연에 더욱 집중했다.

기억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파페츠 회로를 그리며 박 박사는 "감각정보가 들어오면 유두체에서 시상전핵을 거쳐 뇌궁을 따라 해마로 가고 해마방회를 거쳐 대상회로 간다"며 "이런 루프가 형성되고 이런 루프들이 반복되면서 기억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포반응과 관련있다고 알려져 있는 편도체는 공포반응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분출하는 곳이다. 편도체와 파페츠 회로를 통해 뇌에 들어온 감각정보는 감정이 덧씌워져서 기억된다"며 "감정을 분출하는 편도체가 이성의 영역인 전전두엽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이성보다 감성의 지배를 더 받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이런 감정의 신경회로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며 '감정은 영향은 받지만 명령은 받지 않고, 의식은 군림하지만 지배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억은 감정과 함께 기억되기 때문에 감정이 풍부하면 기억도 더 잘 된다. 때문에 공부를 잘 하려면 감정, 감성이 풍부해지도록 다양한 자연과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경험하게 해주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박 박사는 중격해마로를 그리며 편도체와 유두체, 고삐핵 등에서 나온 축삭들이 등쪽미주핵, 고립로핵, 청반핵 등으로 가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전대상회와 전전두엽으로 전하는 경위를 설명했다.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있는 박문호 박사.
ⓒ2012 HelloDD.com
강연 후반부에는 '시상(thalamus)'에 대한 소개와 역할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박 문호 박사는 "시상은 뇌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1차감각영역은 물론이고 전운동영역, 보완운동영역,전전두엽과 두정엽, 후두엽과 측두엽에까지 신경다발을 뻗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상의 단면을 그리며 "3cm정도 되는 '시상'은 열두개의 핵이 분리돼 여러 기능의 뇌 영역과 연결돼 있다. 시각과 청각, 체감각을 받아들인 시상은 이 정보를 편도외측핵과 피질에 전달한다"며 시상의 역할을 감각전달자로 규정했다.

박 박사는 시상과 편도체가 서로 감각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설명하며 "수많은 감각정보를 연합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는 "우리 뇌는 경험했던 것보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더 집중하게 돼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공간적 경험을 직렬로 쌓으면 생을 더 길게 느끼면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해마의 구조와 감각정보들의 전달경로들을 그림으로 설명하던 박 박사는 "해마는 배경 즉, 맥락정보를 활성화한다. 해마를 제거한 쥐는 배경, 맥락을 못 읽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전문가는 장기기억이 한번에 출력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은행에 수억원의 돈을 예금해 놓고 쓰는 사람이며 비전문가는 지갑에 들어있는 돈만 쓰는 사람"이라며 "은행에 돈은 많이 예치시키는 것처럼 수많은 새로운 경험을 지속해야 한다"고 피력하고는 이날의 강연을 마쳤다.

여섯 번 째 뇌강연을 들은 수강생들은 기억이란 감정이 덧씌워지면서 보다 확실하게, 새롭게 기억된다는 사실, 기억이 자신의 존재 자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뇌구조 그림 50개와 뇌관련 용어 300개 등 배우고 익히며 뇌과학을 완전정복할 수 있는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강연'은 오는 12월 11일까지 한국한의학연구원 강당에서 진행되며 7회차 강연은 오는 11월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강연 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이며 참가비는 무료다. 뇌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심히 강의를 듣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강연 신청 바로 하기 http://advertise.hellodd.com/2012/0808_kiom/)

이밖에도 박 박사의 강연 내용과 스타일을 미리 알고 싶다면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홈페이지(http://www.mhpark.co.kr)에서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시상의 단면 및 시상그물핵 그림(사진 왼쪽)과 해마의 구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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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파페츠 회로'의 각 부분 명칭을 열심히 적고 수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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