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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bc 341- bc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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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그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계승하여 공허 가운데에서 운동하는 원자로부터 만물이 생긴다고 하였지만, 원자는 '직선운동에서 빗나간' 자의성을 갖는다고 보고, 데모크리토스의 기계적 결정론에 새로운 견해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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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이 네이버 사전에 나온 것입니다.

 

      에피쿠로스에 대해 오래전 인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우리가 공부했던 빅뱅 이후 우주론의

      핵심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원전 그리스의 철학자가 대칭의 붕괴라는

        개념을 직관해냈다는 것..같습니다.    

      클리나멘이라는 개념은 서양철학 전공자는 매우 익숙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최대한으로 작은 기울어짐'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재미있네요.

         그 미세한 차이의 발생으로 세상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철학자 강신주가  강의에서 알튀세르가 인용한 에피쿠로스에 대한 얘깁니다.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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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침이 우발적이라는 말이 이해되기 어렵다면, 우리는 알튀세르(Louis Althusser, 1918-1990)가 숙고했던 마주침의 철학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마주침의 본성에 대해 가장 깊게 성찰했던 사람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에피쿠로스는 세계 형성 이전에 무수한 원자가 허공 속에서 평행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원자들은 항상 떨어진다.  (…) 클리나멘(Clinamen)이 돌발한다. (…) 클리나멘은 무한히 작은, ‘최대한으로 작은’ 기울어짐으로서, 어디서,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르는데, 허공에서 한 원자로 하여금 수직으로 낙하하다가 ‘빗나가도록’, 그리고 한 지점에서 평행 낙하를 극히 미세하게 교란시킴으로써 가까운 원자와 마주치도록, 그리고 이 마주침이 또 다른 마주침을 유발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하나의 세계가, 즉 연쇄적으로 최초의 편의와 최초의 마주침을 유발하는 일군의 원자들의 집합이 탄생한다.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Le courant souterrain du matérialisme de la rencontre)」

 

에피쿠로스(Epikouros, BC342?-BC271)의 우주발생론으로부터 알튀세르의 사유는 출발합니다. 에피크로스에 따르면 세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무수한 원자들이 평행으로 마치 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원자 하나에 ‘최대한으로 작은’ 기울어짐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유명한 클리나멘이지요. 모든 원자들이 평행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평행 궤도를 이탈한 이 작은 원자는 바로 옆에 있는 원자와 마주칠 겁니다. 그럼 이제 마주친 두 원자는 결합되어 다른 원자들과 부딪히고,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다가 전체 우주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마치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지요. 에피쿠로스의 세계관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습 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세계관이 사람의 만남을 성찰하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점이다.
복잡한 거리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마치 평행으로 떨어지는 원자들처럼 마주치지 않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재미있지 않나요. 사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여러분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흘려보냈는지 의식하지 못할 겁니다. 만약 누군가와 마주쳐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여러분은 놀라운 사실을 하나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과 나는 너무나 많이 마주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요. 심지어 그 사람은 나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같은 교통노선을 이용하고 있었을 수도, 혹은 학창 시절에 같은 대학교를 다녔을 수 있습니다. 사랑에 빠져 서로의 삶의 여정을 이야기하다보면, 여러분은 지금까지 그 사람과 마주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라는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회고가 가능한 것도 클리나멘이 발생했고, 여러분과 그 사람이 마주친 다음에나 가능하다는 사실일 겁니다.  
마주침만으로 여러분은 사랑에 빠질 수 없습니다. 마주침은 서로의 감정에 동요를 일으켜야만 합니다. 만약 한 번의 마주침으로 동요가 없다면, 동요가 발생할 만큼 충분히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마주침이 있어야만 할 겁니다. A는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러 홍대 근처 카페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B는 홍대 근처 공연장에서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러가는 중입니다. 여기까지는 마치 평행하게 내리는 비처럼 A와 B의 동선은 평행선처럼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A에게 클리나멘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길을 걷다가 구두가 망가지게 된 것이지요.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지려고 할 때, A는 자신의 옆을 평행으로 지나가던 B를 붙잡게 됩니다. 마주침이 생긴 것입니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쿠르노(Antoine-Augustin. Cournot, 1801-1877)는 우연을 “두 가지 독립적인 계열들의 마주침”이라고 정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것은 우발성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우발성을 뜻하는 ‘contingency’라는 단어는 ‘접촉’이나 ‘조우’를 뜻하는 ‘contact’와 어원이 같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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