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아동을 치료하는 내게 신경과학, 뇌과학은 필수 과목이다.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들을 비정상적이라고 병적이라고 발음하기 보다는

현상을 설명하고 해결을 찾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공부를 이래저래 몇년을 하고 있는데 독학으로 하고 있다보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읽게된 책을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내가 느낀다는 것은 사실 거짓이고 그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책은 금강경이었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라는 형태로 인식하게 될 때

그것은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차단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남게 되는 것은

공(空)과 같다. 공(空)은 없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정보 공간을 통해 알게 된

우리의 인지 과정이니 이것이 우리를 고통으로 이끈다. 여기서 무아(無我)라는 개념도 내가 없다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실체를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의 한계, 감각의 부재, 혹은 감각과 운동 사이에

형성된 피질 시상계가 만든 부조리한 세계의 나를 말한다.

 

내가 느낀 금강경이다.

 

외부에서 오는 모든 자극들은 수용기를 통해 전기적 현상으로 바뀌고 이를 다시 뇌에

전달하기 위해 전기,화학적 방법을 쓴다. 이 때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은 하나의 전기적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나는 결국 세상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고 착각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빛, 소리, 냄새, 맛, touch 등은 절대로 그것의 실제 현상과는 거리가 아주 멀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감정이라고 느끼는 것들 조차도 외부의 자극을 통해 내게 일어나는 정서적 현상이

 다시 재인되면서 일어나는 전기, 화학적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박사님의 강의를 통해 감각과 운동 사이에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즉각적 반응을 지연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피질의 기본 기능이며, 이것은 직접적인

감각을 받는 일차영역에서 연합영역으로의 진화를 가져왔다는 얘기는 강의 도중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충격을 받게 하였다. 심지어는 언어의 탄생이 여기에 있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요한복음 1장 1절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언어를 통해 탄생한

추상세계의 확장, 빅뱅 이전의 세계를 알 수 없듯이 언어 탄생 이전의 신 또한 인간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난 것이다.  

 

감정 또한 내가 어떤것을 결정하기 위한 방향 설정의 도구로써 기억화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 박사님의 강의시간들이 얼마나 기다려 지는지......

 

인우라는 말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데 아는 순간 어리석음이 찾아들고, 어리석음을

아는 순간 한단계 나아갈 수 있으며 안다고 말을 하는 순간 다시 진정한 어리석음이 찾아들게 되어

거기에 머물면 한단계 주저앉게 된다는 말이다.

 

 오늘 내가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하여 주신 박사님께 또 다시 감사함을 표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