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성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

영어 음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AI가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 강의

김영준 기자


입력
2022.02.15 03.:00


/김연정 객원기자


영어영문학과 수업에서 도형과 그래프가 등장한다
. ‘문과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수식을 제외하고 단순한 그림으로 설명이 진행된다. 인간의 음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성을 합성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다. 학생들은 이를 위해 수학코딩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남호성(50) 교수의 영어음성학수업 이야기다.

남 교수는 지난 8일 문과생들에게 수학과 코딩을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라며 “AI가 음성을 인식하고 다시 음성을 출력하게 하는 하는 데 수학과 공학이 필수라고 했다. 남 교수는 최근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쉽게 수학을 접할 수 있도록 수학을 읽어드립니다라는 책도 냈다.

남 교수도 수학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문과생이었다. “영문 석사 중이던 1995, 한국통신(KT) 자동 음성 인식 시스템을 만드는 산학 협력 과제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공학자들 앞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과생의 현실에 무기력함을 느꼈죠”. 이를 계기로 1997년 대학원을 그만두고 1년간 사설 학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따로 배웠다. 이후 삼성SDS에 입사해 1년 반을 일하다 미국 예일대로 유학을 갔다.

남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 음성학 석
·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 산하 음성언어 연구소인 해스킨스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해스킨스 연구소에선 언어학과 공학·물리학 등 타 학문의 융합을 중시했는데 그 바탕에는 수학이 있었다온갖 서적을 뒤지고 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수학을 배웠다고 했다.

남 교수는 2014년 모교인 고려대 강단에 섰다. 이때부터 인문계의 위기를 느끼고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 문과 학생 대부분은 수학과 담을 쌓고 있었죠. 또 각종 고시에 매달리면서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의 가치도 떨어졌고요. 인문학적 소양에 수학적·공학적 기술을 더하면 큰 경쟁력이 될 텐데, 너무 안타까웠어요.” 2015년부터는 한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업체의 연구소장도 맡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 30여 명 모두 문과생 출신이다. “‘필요한 수학’ ‘쓸모 있는 수학을 배우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수학을 포기한 분들(수포자)도 수학에 다시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