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죽음을 정복하겠다”며 노화 방지 연구에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다. 다른 쥐의 10배 이상인 32년을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연구해 영생의 꿈을 이루는 것이 목표이다. 오러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도 노화 연구소에 거금을 내놓았다. 러시아 미디어 재벌 드미트리 이츠코프는 아예 로봇에 정신만 옮겨가면서 살겠다고 나섰다. 부(富)를 거머쥔 사람들의 목표가 생명 연장인 것은 2200여 년 전 진시황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2015년 미국 아인슈타인 의대 연구팀이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메트포르민이라는 당뇨약으로 노화를 치료하겠다고 했다. 노화를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고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본 것이다. 실험 결과 메트포르민은 암 발생 위협을 낮추고, 인지 저하와 치매도 늦췄다. 아직은 정확한 원리를 모르지만 메트포르민 실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한 알에 100원짜리 불로초를 갖게 될 수도 있다.

▶노화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학설은 1982년 엘리자베스 블랙번 UC샌프란시스코 교수가 내놓았다. 염색체 끝부분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커질수록 조금씩 짧아지는데, 텔로미어가 닳아버리면 세포가 제대로 복제되지 않고 힘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노화 시계로 불리는 텔로미어의 실체를 밝힌 블랙번은 2009년 노벨상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노화 연구 대부분은 텔로미어 손상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드라큘라 실험’이 각광받고 있다. 젊은 쥐의 피를 나이 든 쥐에게 투여하니 늙은 쥐의 상처가 훨씬 빨리 나았고, 뇌세포인 뉴런도 몇 배로 늘어났다. 근육과 간도 젊어졌다. 이런 원리로 회춘약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핏속에서 회춘 단백질을 찾았다는 곳도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115세로 보는 사람의 한계수명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연구진이 사람의 인지 능력이 60대까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18만명 대상 실험에서 질문에 반응하는 속도는 젊을수록 빠르지만, 정보 처리 속도는 60세까지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일수록 실수도 덜했다. 나이가 들수록 신중하고 확실한 대답을 내놓으려 고심하기 때문에 인지 속도가 느려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뇌는 그대로인데 나이에 대한 편견 때문에 60대가 은퇴당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 과학이 120세, 150세 시대를 열고 있다. 노화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도 깨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