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으로 설명한 책
저: 박문호, 출판: 김영사



입력 : 2019.01.30|수정 :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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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박문호, 출판: 김영사.<사진=YES24 제공>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생물학·지질학·우주론 3부작 중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은 생명현상의 주요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서술한다. 호흡·광합성부터 후성유전학까지 그림으로 생명현상을 설명한다.



◆ 종합화한 그림과 결정적 지식으로 이해하는 생명현상

과학은 과학용어로 표현된다. 사람들은 과학용어가 생소하기 때문에 과학 내용도 일상용어로 표현하길 원한다. 하지만 일상용어로 '나무'라고 말하면 나무를 구성하는 세포가 보이지 않는다. 관다발 형성층, 물관, 체관, 셀룰로오스, 리그닌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현상을 원자·분자가 아닌 일상용어로 설명하는 것은 비유일 뿐이다. 비유는 실체에 지시작용을 할 뿐 세계 자체는 아니다. 

"과학의 언어로 새로운 곳을 바라보면 사물의 새로운 측면이 드러난다. 자연이 숨겨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을 보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분자식·생화학 회로들이 곧장 제시되고, 이를 기억할 것을 강조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종합화한 그림'과 '결정적 지식'같은 장치들이 있다. 생명현상 관련 그림정보를 한 페이지에 통합해 보여준다. 이는 서로 상관없는 듯한 생화학기관·메커니즘을 깨닫게 한다. 

"생명현상은 대사작용이고, 대사는 산화·환원반응이며, 산화·환원은 전자의 이동에 의한 분자변환 과정이다. 그래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생화학 분자변환 과정이다"

특히 다른 수십 개 분자식의 원천인 글루코스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핵산, 아미노산, 지질 생성과 관련된 글루코스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 과학기술과 생명

제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질소 비료개발로 농업생산은 급격히 증가했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독일은 하버-보슈 공정으로 공기 중 질소에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한다. 하버-보슈 공정은 질소 비료 생산으로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한다. 질소 비료 없이 자연농법으로 지구 40억 이상의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없다. 하지만 하버-보슈 방식으로 질소 비료를 대량생산해 인구는 70억이 됐다"

책의 끝무렵에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가위'도 설명한다. 유전자 가위는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이다.

 "유전자 가위를 인간 게놈에 적용할 때 정상적인 DNA를 절단할 수 있다. 따라서 1·2세대 유전자가위의 사용은 제한적이었다.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가위'는 인식가능한 뉴클레오타이드가 20개나 된다. 따라서 원하지 않는 정상적인 DNA를 절단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생명의 출현에 탄소, 수소, 산소만 있으면 된다. 질소는 생명출현 후 필요하다"는 설명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이론이다.

저자는 생명은 '분자들의 춤'이라고 말한다. 이는 환원주의적 관점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생명현상을 규명하려면 분자수준의 설명은 피해갈 수 없다. 생명의 작동 원리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홈페이지의 동영상 강의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