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어떻게 인간을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저/김준홍 감수/김수민 역  - 을유문화사

http://www.yes24.com/24/goods/58782913?scode=032&OzSrank=2



https://www.amazon.com/Making-Faces-Evolutionary-Origins-Human/dp/0674725522/ref=sr_1_1?ie=UTF8&qid=1519564597&sr=8-1&keywords=the+evolutionary+origin+of+human+faces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33323.html?_fr=mt3

'얼굴은 마음의 거울’…진화론으로 분석하다

등록 :2018-02-22 21:50수정 :2018-02-22 22:48페이스북

 

미국 생물학자, 진화 5억년 추적
얼굴 가진 건 절지류·척추동물뿐
인류, 얼굴근육 발달로 ‘표정 소통’
사회적 상호작용…집단 생존력 높여
유인원에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는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얼굴 생김새의 변천. 왼쪽부터 차례로, 마운틴 고릴라(사진 디터 스테클리스, 네친 스테클리스), 화석 증거로 복원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렌시스(사진 존 거치),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가 된 주검의 얼굴 위에 놓아두었던 파이윰 초상화에 그려진 한 여인의 얼굴(독일 베를린 이집트박물관 소장).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유인원에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는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얼굴 생김새의 변천. 왼쪽부터 차례로, 마운틴 고릴라(사진 디터 스테클리스, 네친 스테클리스), 화석 증거로 복원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렌시스(사진 존 거치),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가 된 주검의 얼굴 위에 놓아두었던 파이윰 초상화에 그려진 한 여인의 얼굴(독일 베를린 이집트박물관 소장).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00503899_20180222.JPG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을유문화사·2만5000원

포커페이스(poker face). 카드 게임에서 상대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짐짓 무표정한 얼굴을 가리킨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기쁨과 슬픔, 기대와 절망, 사랑과 혐오 같은 감정을 감추기란 쉽지 않다. ‘눈살을 찌푸린다’거나 ‘입이 귀에 걸렸다’는 표현은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직관적으로 은유한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묘사이기도 하다. 사람의 표정을 만드는 건 수많은 안면근육, 그중에도 특히 눈과 입 주위에 집중된 근육들이다.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간 엷은 미소, 실눈을 뜨고 미묘하게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은 각기 분명한 의미가 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란 말은 거짓이 아니다.

미국 진화생물학자 애덤 윌킨스가 쓴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는 ‘얼굴 만들기: 인간 얼굴의 진화론적 기원’이라는 원제 그대로 얼굴의 생물학적 기원과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 책이다. 오늘날 학계에서 진화론만큼 ‘통섭’에 걸맞은 학문도 드물다. 인접 자연과학뿐 아니라 심리학·사회학·경제학 등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에까지 응용된다. 그런데 동물 얼굴에 대한 심층 연구는 진화론에서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있었다. 지은이가 지난해 이 책을 내기 전까지 “얼굴의 진화를 다룬 가장 최근 책이 1929년 윌리엄 그레고리(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 과학자)가 집필한 저서”라고 밝혔을 정도다.

마운틴 고릴라. 을유문화사 제공
마운틴 고릴라. 을유문화사 제공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을유문화사 제공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을유문화사 제공

지은이는 동물의 분류부터 시작해 5억년 전 최초의 척추동물이 출현한 이래 그 진화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논증한다. 세포와 조직에서부터 배아의 발달 단계, 유전자 분석, 해부학과 고고인류학, 성 선택과 진화 압력, 뇌와 신경회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장구한 동물 진화사에서 얼굴의 생성, 표정의 출현, 그 사회적 의미의 획득에 이르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고 경이롭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인간의 얼굴은 진화의 산물이며,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요구이자 결과라는 점이다. 생물학적 진화 압력과 사회문화적 필요성이 조응한 ‘공진화’(共進化)라고 할 수 있다.

궁금해진다. 동물의 얼굴에서도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까? 맹수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하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겠다. 하지만 펭귄(조류)이 까르르 웃고 악어(파충류)가 무서운 눈초리로 째려보는 건 동화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더 하등동물인 달팽이나 오징어는 어디부터가 얼굴인지조차 알 수 없다. “입과 한 쌍의 눈이 있는 동물의 머리 앞쪽 면”을 얼굴이라고 한다면, 100만종이 넘는 동물의 절대다수는 ‘얼굴 없는 존재’다. 얼굴을 가진 동물은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과 갑각류와 곤충류를 포함하는 절지동물 두 집단뿐이다. 그중에서도 얼굴 근육은 척추동물 포유류(젖먹이 동물)에게만 뚜렷이 나타나는 속성이다.

지은이는 동물 얼굴의 생김새보다 기능에 주목한다. 얼굴에는 동물이 외부 세계를 인지하는 시각·후각·미각이라는 중요한 감각기관 세 개가 모여 있다. 다시 말해, “얼굴은 음식과 미래의 배우자감, 잠재적 위협에 대한 필수 정보를 수신하는 장소이며, (…) 자신의 주인이 즐거움을 찾고 위험을 피하며 세상을 헤치고 나아가도록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모 에렉투스. 을유문화사 제공
호모 에렉투스. 을유문화사 제공

네안데르탈렌시스. 을유문화사 제공
네안데르탈렌시스. 을유문화사 제공

포유류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얼굴은 다른 동물과 견줘 신체적 특징이 독특할 뿐 아니라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도 표정이 풍부하다. 인간은 모두 21종의 얼굴 근육이 있으며, 그 대부분은 쌍을 이룬다. “인간과 인간의 포유류 사촌들이 공유하는 얼굴 표정은 진화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얼굴 표정의 활용, 특히 말을 하면서 짓는 표정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으로, 진화의 과정에서 얼굴과 뇌를 연관시키는 전례 없는 진화적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인류 이전의 유인원에 더 가까웠던 조상들이 오늘날 인류의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유인원(꼬리가 없는 영장류)의 주둥이가 짧아지고 얼굴의 털이 감소한 반면 두 눈이 가까워지고 얼굴 근육의 신경 조절이 정교해진 시기는 5600만~250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류의 최초 조상뻘인 호미닌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시기는 600만~20만년 전이다.

인간에게 얼굴 표정이 특히 발달한 이유는 뭘까? 지은이는 인간의 얼굴이 다른 포유동물과 구별되는 네 가지 특징에 주목한다. 턱과 치아의 발달, 얼굴 털의 퇴화, 모유 수유, 얼굴 근육의 발달이다.

“치아는 가시적이고 즉각적으로 얼굴의 일부로 인지되며, 사람의 경우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인간은 상대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는 송곳니가 차츰 작아지고 잘 드러나지 않도록 감춰졌다. 머리엔 풍성한 털이 남아 있지만 얼굴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체에선 체모가 줄어든 것도 인간 진화의 특징이다. “얼굴이 털로 덮여 있지 않아 서로 표정을 더 쉽게 읽을 수 있게 됐고, 얼굴을 매개로 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은 더욱 향상됐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가 된 주검의 얼굴 위에 놓아두었던 파이윰 초상화에 그려진 한 여인의 얼굴. 을유문화사 제공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가 된 주검의 얼굴 위에 놓아두었던 파이윰 초상화에 그려진 한 여인의 얼굴. 을유문화사 제공

모유 수유와 얼굴 진화의 연관성은 젖먹이의 신체적 조건과 관련이 있다. 포유동물의 젖은 항균성 물질과 영양소를 포함하는데, 기다란 주둥이는 어미 젖을 물기에 불편한 반면 얼굴과 유두 사이가 가까울수록 젖을 먹는 데 유리하다. 대부분의 태반류 동물이 새끼 때엔 주둥이가 짧았다가 젖을 떼고 난 뒤에야 길어지며, 어미의 젖꼭지도 덩달아 길어지는 쪽으로 진화한 이유다. 인간은 커다란 머리(뇌) 때문에 태아를 미성숙 상태로 출산하지만 “아기는 (돌출된) 주둥이가 없는 덕분에 오랜 기간 젖을 먹을 수 있다”.

을유문화사 제공
을유문화사 제공

그렇다면 포유류의 전유물인 얼굴 근육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얼굴 근육 진화의 정확한 유전적 기반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어떻게 발생했는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 한 가지는 발달하는 목의 영역에서 새로운 조절 유전자가 기본적인 근육세포 생산 시스템을 획득하면서, 그곳에서 새로운 근육이 생산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특정한 진화적 필요에 의해 목 근육에서 얼굴로까지 새 근육이 뻗어나갔다는 얘기다. 그 진화적 필요성은 당연하게도 생명체의 개체 보존과 종의 번식이다. “얼굴 근육으로 조정되는 눈 움직임의 주요 기능은 본래 먹잇감이나 포식자를 발견하는 것이었으며, 입술 움직임은 포유류의 특성인 젖을 먹고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한 기능이었다.” 이런 능력은 진화를 거치는 동안 특히 영장류에서 소통을 위해 얼굴 표정을 만드는 능력으로 발전했다. “얼굴 근육이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사교적인 영장류에서 발달의 정점을 이뤘다는 사실이 이 가설을 지지해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얼굴 표정이 소리 없는 언어이자 메시지라면, 포유동물은 그걸 어떻게 알아차리는 걸까? 이는 두뇌가 시각정보를 해석하는 신경처리 과정으로 설명된다. “얼굴 표정 읽기는 독립적이면서도 (…) 물리적·기능적으로 연결된 두뇌 영역에서 수행”된다.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이 타인의 표정에 깃든 감정을 이해하거나, 반대로 아스퍼거 증후군(지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서적 능력이 미진한 고기능 자폐증의 일종)을 앓는 이들이 타인의 얼굴을 식별하면서도 표정의 의미를 해석하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 읽기에 관여하는 두뇌 영역의 일부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다.

어린 침팬지(왼쪽)와 성체 침팬지의 옆모습. 미국 고생물학자 스티븐 굴드가 찍은 사진을 똑같이 스케치한 그림. 어린 침팬지의 얼굴이 인간의 얼굴과 더 닮았다가 자라면서 입(주둥이) 부위가 돌출되는데, 이는 어렸을 때 납작한 주둥이가 어미의 젖을 먹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을유문화사 제공
어린 침팬지(왼쪽)와 성체 침팬지의 옆모습. 미국 고생물학자 스티븐 굴드가 찍은 사진을 똑같이 스케치한 그림. 어린 침팬지의 얼굴이 인간의 얼굴과 더 닮았다가 자라면서 입(주둥이) 부위가 돌출되는데, 이는 어렸을 때 납작한 주둥이가 어미의 젖을 먹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을유문화사 제공

보통은 “누군가를 보면 두뇌의 상이한 기관들에서 (…) 상대방을 식별하면서 그 사람과 연관된 감정을 떠올리고, 상대가 이 마주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기 위해 표정을 읽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런 초기 신경반응에 이어 곧바로 뇌의 전두피질에서 정보의 통합 과정이 일어나면서 얼굴 근육을 통해 표정이 만들어지며, 상대방 또는 그 상황으로 다가가거나 멀어지는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만드는 결정이 내려진다. 이 결정은 적절한 신체 근육을 작동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뇌의 운동피질로 전달된다.”

정리하면, 인류 진화 과정에서 얼굴 표정이 일대일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했고, 그런 상호작용이 집단의 결속력과 구성원의 생존가능성을 높였으며, 유대가 강해진 사회적 관계망은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더 큰 선택압(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외부 압력)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이를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사회성이 사회성을 부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