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왜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가…"뇌에 답있다"

박문호 박사 13일 한의학연서 '뇌과학 릴레이 강연' 7번째 강의
'꿈과 기억' 뇌구조 분석에 객석 "후끈"…초월현상 규명도 예고
기획기사

입력 : 20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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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박사의 7번째 뇌과학 릴레이 강연이 13일 한의학연에서 개최됐다.
ⓒ2012 HelloDD.com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릴레이 강연'이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30일 저녁,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서도 한국한의학연구원 제마홀에는 미지의 뇌과학 세상에 푹 빠진 사람들의 발길이 부지런히 이어졌다.

서울과 대덕을 오가며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박문호 박사의 뇌강연은 반환점을 돌아 종반부로 향하면서 관심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이틀 전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강연 참석자들이 보령과 서울 등지서 다시 먼길을 달려와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박문호 박사는 이들을 소개하며 다시 한번 특유의 '깡그리 정신'을 청중에게 당부했다.

"여러분들도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있습니까? 공부라는 것은 모름지기 이래야 합니다. 죽더라도 '깡그리' 이해하고 죽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꿈과 기억…프로이트를 넘어 새롭게 밝혀지는 과학적 사실들

▲뇌신경 속에서 시각적 기억이 처리되는 시스템을 설명하는 박문호 박사 . ⓒ2012 HelloDD.com

총 10회 강연 중 일곱 번째로 열린 이날의 주제는 '기억'과 '꿈'이다.

박 박사는 "꿈과 기억이라는 인류 공통의 현상은 뇌구조를 알면 그 근본이 금세 자명해진다. 뇌구조를 모르고는 도대체 뇌과학에 접근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지난 강의 내내 수없이 뇌구조도를 쓰고 지우며 공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에서 기억은 크게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서술기억은 어떤 형태로든 서술할 수 있는 기억 즉 외현기억"이며 "비서술기억은 흔히 얘기하는 암묵기억으로 손재주 처럼 행동으로 보여줄 수는 있는데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이중 서술기억은 다시 두 개의 범주로 나뉜다. '사건기억'과 '사실기억'이다. 박 박사는 "해마복합체(MTL)에서 생성되는 사건기억은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의 구체적 기억으로 지구상 동물 중 인간만이 기억할 수 있는 신비한 일화기억"이라고 밝혔다.

대뇌피질이 관장하는 사실기억에 대해서는 다음의 예를 들어 풀이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배운 모든 교과서 내용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우리가 처음 보고 듣고 느끼고 만나는 모든 것은 앞서의 '일화기억'인데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 오로지 '사실기억'만 남게 된다. 어린 시절의 어느날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께 링컨이 미국 16대 대통령이라고 배웠는데 시공간의 모든 기억은 사라지고 '링컨은 미국 16대 대통령'이라는 사실만 남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박 박사는 이어 '기술, 습관, 조건화된 감정, 조건반사 학습'으로 구성되는 비서술기억 등의 뇌기원을 설명한 뒤 "이렇게 기억을 먼저 얘기하는 건 바로 꿈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의 모든 인류가 매일매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꿈의 정신현상을 "시각적 기억이 무제한 인출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뒤죽박죽 화면 엉키고 절벽에서 떨어지고…"꿈은 시각적 기억의 폭발적 분출"

▲꿈 현상의 발생과정을 설명하는 뇌구조도. ⓒ2012 HelloDD.com

"우주의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시작이 있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137억 년의 역사를 가진 자연세계 속에서 죽음은 10억 년 전 등장했다. 척추동물은 5억 년 전 출현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공부할 꿈, 즉 렘(REM)수면의 시작은 1억4000만년 전 포유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박 박사는 "인간의 수면은 크게 80%의 비렘수면과 20%의 렘수면으로 구성된다"며 "태아와 유아기에는 수면의 70%에 이르던 렘수면은 사춘기가 지나며 15% 내외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얘기할 꿈의 80%는 렘수면 중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꿈은 인간이 깨어 있는 동안 받아들인 엄청난 량의 시각적 기억이 정서적, 은유적으로 분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꿈에서는 보통 시공간이 뒤죽박죽되거나, 마음먹은 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또 가위눌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한편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3차원 공간을 날아다니거나, 또 끊임없이 도망가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박 박사는 렘수면 상태의 꿈이 가지고 있는 이같은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시공간영역과 운동영역을 관장하는 뇌구조도를 그려 설명하며 각각의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클러치가 들어가지 않는 공회전 상태" 등에 따른 것으로 묘사했다.

그는 또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안전한 공간에서 수면을 취하며 낮 동안의 시각적 기억을 불러와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한다"며 렘수면 시간, 즉 잠자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참석자들에게 강조했다.

◆"꿈과 초월의식은 정상의식을 이해하는 두 개의 창…뇌과학으로 규명할 것"

▲초월현상의 작용을 설명하는 그림. ⓒ2012 HelloDD.com

강연 말미 박 박사는 신경신학서로 유명한 '신은 왜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가'를 소개하고 다음 강의에서 종교적 현상인 '초월의식'을 다룰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티벳승려 8명이 완전한 명상상태에 들어갔을 때 일어나는 뇌의 극단적 변화를 그림으로 설명하고 '법열, 각성, 깨달음, 접신' 등으로 표현되는 종교적 초월의식의 순간에 대해 "무의식이 아닌 극단적 의식의 단계"라고 말했다.

또 "신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인류의 뇌가 신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라며 초월의식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박 박사는 "다음 시간에는 꿈과 초월명상이라는 두 개의 창을 통해 의식의 동작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할 것"이라며 "존재하는 현상은 반드시 과학적 실체가 있다"는 말로 4시간여의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릴레이 강연'은 오는 12월 11일까지 진행된다. 강연 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 3~4시간이며 장소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제마홀이다. 참가비는 무료. 뇌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심히 강의를 듣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강연 바로 신청하기 advertise.hellodd.com/2012/0808_ki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