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요즘 저는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안교육잡지인 ‘격월간 민들레’ 특별판을 만드느라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독자가 만드는 민들레 82호 특별판> 인데 세계 어디에도 편집자들이 그들의 독자들에게 편집권을 넘겨주며 한권의 특별판을 만들어 보라고 하는 것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인 듯 싶습니다.
이번 ‘민들레 82호 특별판’ 의 큰 주제는 <만남과 배움>입니다. 배움을 매개로 일어나는 ‘돌이킬 수 없는 만남’ 들을
한권의 책에 담아 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꼭지는 <배움과 희망의 학습공동체>입니다. ‘박자세’ 와 같은 매우 특별한 운동성을 지닌 학습공동체들을 한곳에 모아보고 각 공동체들의 목적과 의미성들을 회원님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담아보았습니다.
차곡차곡 원고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박자세’ 의 솔다렐라님 원고를 접한 준비팀 멤버들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와, 자연과학 공부로도 일상에서 삶과 앎의 의미가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는 거군요. 매우 감동적입니다.
저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걸요.”
원고에도 나오는 지난 6강이었나요? <밀도가 운명이다> 란 제목으로 시작한 지구라는 행성의 생성과 출현에 대한 수업은 정말 그 감동과 충격이 너무 커서 만나는 사람마다 제가 직접 필기한 노트를 보여주며 도파민을 과다하게 분비해 가며 강의 내용을 여러 차례 재연한 기억이 아직도 가득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건 다 잊어버렸어도 그 강의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6강을 마친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아홉 살 딸아이가 앞으로 과학을 이렇게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십년이 넘게 패션디자이너로 영혼없이 자본의 좀비로 살아가다, 뒤늦게 대안교육을 만나고 진정한 배움의 의미에 눈을 뜬 후, 짧지만 비영리 교육운동단체에 몸담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교육계의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나 뵈었는데 그중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혁신적인 교육운동단체들의 좋은 프로그램이나 내용들을 많은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 두었는데 정작 훌륭한 컨텐츠를 갖추고서도 ‘법적인 자격’이 되지 않아 그 예산이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대체로, 내용성이 좋은 단체들은 그 내용성에 충실하느라 법적인 장치나 시스템에 대한 인지는 부족한 편이고 오히려 내용도 없는 단체들이 제도에만 눈이 밝아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허다하더군요.
결론적으로, 저를 위해서나 아니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박자세’ 는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넘어 더 많은 지구인들이 ‘박자세 와의 돌이킬 수 없는 만남’ 을 가졌으면 합니다.
진정한 배움은 그를 만나기 전과 후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박자세 가 충분히 그러한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 주는 곳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힘을 합하여 한권의 특별판을 만드는 일은 평소 민들레가 추구하는 '만드는 이' 와 '보는 이' 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온기를 통해 '마음의 순환' 을 경험하는 일로 시작된 일입니다. 이처럼, '박자세 법인화 운동' 또한 박문호 박사님께 늘 배움만 구하는 '받는 이' 가 아닌 함께 길을 걸으며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난 인간' 으로의 외롭고 힘든 의식을 조금은 견딜 수 있는 온기를 확인하는 시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그럼 우리 함께 길동무가 되지 않으시겠어요 ?
"자기가 몸 담아 사는 둘레에 나무를 심으라. 그 나무들이 친구가 되어 지치고
상처 받은 삶에 위로와 생기를 나누어 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지나간 후에도 당신의 자취로 남을 것이다."
아침에 법정스님의 '홀로사는 즐거움'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내 몸을 담은 공간과 마음을 담는 공간이 존재합니다.
어제는 어머니께서 아프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났더니
내내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몇 년전 겨울에 봉사활동으로 독고노인분께 드릴 김치를
500포기를 혼자 담그시다가 넘어지셔서 오른쪽 어깨의 뼈가 9조각이 나는 분쇄골절을
당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거동이 조금 불편해지셨습니다. 나쁜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전정기관에 문제가 있으셔서 어지러움증까지 동반하신다고 합니다.
나는 서울에 있는데 마음은 어머니께 가 있습니다.
이렇듯 내가 있는 공간과 마음이 있는 공간이 나뉘어 집니다.
박자세라는 공간이 법적인 인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그 공간에 한 그루 나무를
심고자 합니다.
내가 받은 감동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한그루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 내 마음이 있는 공간에 심는 일은
법정스님의 말처럼 친구를 만드는 일과 같은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