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을 본 게 작년인데,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아니, 냄새 싫은 티낸다고 죽이나?' 어이없고 허무한 설정이다. '지가 무슨 초나라 왕이라도 돼?'

초나라의 어떤 왕이 후궁의 코를 베어버렸다. 왕의 체취를 싫어했다는 것이다. 코를 베인 후궁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화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시대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이니까.

 

몇년 전 일이다. 출근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모두들 종종거리게 마련이다. 처음엔 헐렁하던 시내버스 안이 차츰 조여진다. 이내 좌석이고 통로고 빽빽이 들어찬다.

'으악, 이게 뭐야?' 지독한 냄새다. 냄새의 발원지는 바로 앞에 선 젊은 청년, 외모도 준수하지 않은가. '저 나이에 어떻게 저리도 골초가 되었나?'

 

스카프로 코와 입을 가리고 겨우 숨을 참다가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돌발변수다. 이런 돌발변수는 이력이 쌓여서 미리 대비를 한다. 시간여유를 넉넉히 두고 일찍 출발하는 것. 종종 만나지는 길빵에는 해녀처럼 숨을 참고 재빨리 추월하는 거다. 차에서 내려 맑은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다. 이내 다음 버스가 왔다.

 

역시 시대도 잘 타고 나야 한다. 하마터면 코 베일 뻔하지 않았나. '기생충' 영화에서는 오늘날인데도 박사장이 죽었다고? 죽은 건 같지만 차이가 있다. 초나라 왕은 아무도 처벌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사형도 될 수 있는 무거운 형벌을 받는다. 분명 그때 보다는 좋은 시대이다. 그러면, 박사장은 단지 재수가 없었던 걸까?

 

내가 유별난 건지. 냄새에 민감하다. 그래서 택시도 안 탄다. 택시 안에 밴 냄새를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담배냄새가 제일 고역이다. 때론 고약한 체취를 풍기는 복병이 느닷없이 출몰한다. 사람들이 밀집한 곳은 웬만하면 가지 않게 된다. 이러니, 극복해야할 난제인 것이다. 냄새 말이다


至道無難이요 有嫌揀擇이라    (지도무난이요 유혐간택이라)

但莫憎愛하면 洞然明白하리라. (단막증애하면 통연명백하리라)

신심명(信心銘) 첫 부분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냄새에 무덤덤해져야 할 텐데,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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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나중에 삭제할 것임)

 

'돌발변수'를 주제로 연속글 올리기 해보면 어떨까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휴강도 하고, 꼼짝없이 방콕(?)해야 하는 때이니만큼 짭짤한 시()테크가 되지 않을까요?

 

다양한 돌발변수들로 낭패를 보거나 가까스로 모면하거나, 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심술궂게도 낭패 본 걸 더 재미있어 한다니까요. 일상에 센스를 더할 수 있고, 잔잔한 즐거움까지!

 

이제, 장기기억에서 고이 잠자는 각자의 에피소드들을 깨워보는 겁니다

(박자세식 화법으로^^) 

일화기억들을 PFC(프리 프론탈 코텍스)로 불러와서 현재의식으로 띄웁니다. 그리고 (치매예방에도 좋다는)손가락 운동으로 인출을 합니다. 주제는 '돌발변수'이오니, 많이들 올려주세요.

 

제목 예시

[쉬어가기] 돌발변수 3. 소나기와 장대비

[쉬어가기] 돌발변수 4. 고향의 봄, 수양버들 ...................... 이런 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