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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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과학자 패러데이와 작가 디킨스 이어준 ‘크리스마스 양초’


1850년 봄, 구두쇠 스크루지로 잘 알려진 ‘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마이클 패러데이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아인슈타인이 가장 존경한 패러데이는 전자기학을 정립한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다. 디킨스는 얼마 전 조찬 모임에서 들은 강연 얘기가 너무 인상적이라며 혹시 강연 원고를 받아 볼 수 있을지 묻는다. 복사기도 없던 시절, 늘 겸손했던 패러데이는 기꺼이 원본을 빌려준다. 디킨스가 말한 강연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패러데이가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에서 어린이들에게 보여준 양초의 과학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1799년 설립된 왕립연구소는 이름만 ‘왕립’일 뿐, 재정은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사설 기관이었다. 운영 자금을 고민하던 연구소는 오페라에서 영감을 얻어 마치 공연처럼 꾸민 대중 과학 강연을 시도한다. 강연자로 발탁된 험프리 데이비는 최신 과학을 화려한 실험으로 재현해 관객들을 매료했다. 순식간에 왕립연구소의 과학 콘서트는 런던의 인기 명물이 되었고, 몰려드는 인파로 티켓 가격이 치솟아 왕립연구소의 재정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1812년 험프리 데이비의 과학 강연을 너무나 듣고 싶어 했던 어느 가난한 청년은 평소 알고 지내던 독지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입장권을 구한다. 서점 직원이던 이 청년은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을 빠짐없이 메모하여 책으로 편집해 선물한다. 감동한 험프리 데이비가 즉시 조수로 채용한 이 청년이 바로 패러데이다. 가난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패러데이는 험프리 데이비의 지도로 주목받는 과학자로 성장한다. 노년에 접어든 험프리 데이비가 강연하지 못하자 왕립연구소에 재정난이 닥치고, 자연스레 패러데이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1825년 패러데이는 새로운 과학 강연을 기획한다. 이것이 바로 왕립연구소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Christmas Lectures)’이다. 아이들에게는 서커스가 인기였지만, 패러데이는 과학 강연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대학에조차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이 없던 시대였다. 어쩌면 어린 자신을 과학의 세계로 인도한, 왕립연구소에서 펼쳐졌던 험프리 데이비의 매혹적 과학 강연에 대한 오마주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크리스마스였을까?


당시 산업혁명으로 크리스마스는 잊혀 가고 있었다. 법정 공휴일도 아니었기에 크리스마스에 하루라도 더 기계를 돌리는 게 미덕이었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 이유는 스크루지가 상징하는 끝없는 탐욕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에게 베푸는 날이길 바랐다. 사람들은 흔들렸고, 소설은 크게 성공한다. 소설에 나온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가 유행하며 크리스마스가 부활한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만들진 않았지만, 우리가 아는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는 디킨스 덕분이다.


패러데이의 과학에는 크리스마스가 필요했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이해와 관용으로 재해석했듯이, 패러데이 역시 크리스마스를 맞은 아이들이 과학에서 인류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다. 디킨스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아동 문제부터 사회 모순이 해소되길 기대했듯이, 패러데이는 자라나는 세대가 과학으로 인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길 원했다. 무려 19번이나 몸소 크리스마스 강연 연사로 나섰던 패러데이의 메시지는 디킨스가 주목했던 바로 그 양초 강연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패러데이는 양초 한 자루에 불을 밝히며 이와 연관된 화학반응, 연소와 열 그리고 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을 설명했다. 강연 중간, 그는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어떤 다이아몬드가 양초처럼 빛날 수 있을까요?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은 어두움에서 빛을 발하는 양초의 불꽃 덕분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양초가 비추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양초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지요.” 강연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나는 여러분이 양초처럼 빛나길 바랍니다. 여러분 세대가 이웃에게 빛을 발하며 인류에 대한 의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면, 오늘 양초의 아름다움에 대한 강연은 보람될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호소하던 디킨스가 이 강연에 감동한 것은 당연하다. 패러데이가 어린이들을 위해 쉽게 풀어 쓴 노트를 바탕으로 디킨스는 여러 글에 과학 소재를 넣었다. 가장 인기 있던 작가와 결합한 과학 이야기들은 더욱더 대중에게 파고들었다. 이렇게 전개된 크리스마스 강연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과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 같은 스타 과학자들이 수많은 어린이를 과학 세계로 이끌었다. 1991년, 영국 정부는 20파운드 지폐에 패러데이의 크리스마스 강연 모습을 새겼다.


한편, 어린 패러데이에게 입장권을 사 준 독지가는 윌리엄 댄스(William Dance)라는 인물이다. 그는 음악 단체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Royal Philharmonic Society)’를 만들어 베토벤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인류 최고 걸작이라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이다. 늘 이맘때면 연주하는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리라’라는 합창 교향곡이 디킨스와 패러데이의 크리스마스 메시지와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크리스마스지만, 오늘만이라도 주위를 배려하자는, 그리고 과학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디킨스와 패러데이를 생각하는 날이길.


출처: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0/12/25/BCQ6MYHZAJAYRCZUBH6ICK44V4/


댓글
2020.12.30 11:53:28
월인천강

험프리 데이비, 마이클 페러데이, 찰스 디킨스,  윌리엄댄스 , 베토벤

아인슈타인,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박자세

양초 한 자루의 빛,

아름다운 빛의 릴레이,세월의 강을 넘어  수려하게  발산하는  밝은 후광

마음이 밝아지고 뭉클한 기쁨이 가득하다

메리 크리스 마스, 해피 뉴이어!

댓글
2021.01.04 19:37:33
은은

많은 과학 꿈나무들부터 과학을 사랑하는 어른들에게까지

과학에 대한 흥미와 공부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점들이

화학자 패러데이와 박자세 모든 선생님들의 공통점인거

같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학 강의를 열어주시고 함께 공부해주시는

박사님과 박자세의 선생님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