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 조지프 헨릭
 하버드 대학의 인간진화생물학 교수다. 동시에 문화·인지·공진화 분야 캐나다 석좌연구자Canada Research Chair 자격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과와 경제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공저로 『왜 인간은 협력하는가』와 『사회규범 실험』이 있다.

 옮긴이 주명진은 조선대 의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9대학 소아정신과에서 연수했다. 주명진 정신과를 열어 개원의로 활동하다가, 1996년 의료법인 우산의료재단을 설립하여 형주병원과 다수의 노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인류학, 진화심리학, 뇌과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 책소개

 문화가 ‘호모속’을 완전히 ‘신종 동물’로 만들었다
문화-유전자의 공진화, 집단두뇌의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로 풀어내는
우리 심리와 행동의 본성, 그리고 그 놀라운 성공의 비밀

 지은이는 사회과학과 생명과학 전반의 연구와 통찰을 종합해,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저명한 학자들을 비판하고 보충해가면서, 인간의 독특한 지위, 곧 심리와 행동의 본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땅 위로 내려선 유인원이 포식과 집단 간 경쟁, 변동하는 외부환경이라는 조건하에서 ‘노하우 경로’와 ‘사회성 보육 경로’를 이중으로 거치며 오늘의 ‘사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두어 가지 예를 들자면, 자연선택은 6000년 전쯤 농경이 발트해 지역에 도착한 뒤로 피부에서 멜라닌을 줄이는 HERC2 유전자에 작용해 더불어 홍채의 멜라닌까지 줄임으로써 파랑과 초록 눈을 만들어냈고, 불의 사용과 요리는 소화를 외부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해 위도 작고 결장도 짧고 이도 조그맣게 만들었으며, 문화적으로 진화한 의사소통 체계는 우리의 후두를 끌어내리고 눈에 흰자위를 만들고 새처럼 성대모사를 하는 성향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가 문화, 유전자, 생물, 제도, 역사의 접점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과 인간의 행동 및 심리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이 접근법은 우리가 제도를 입안하고, 정책을 고안하고, 사회문제를 처리하고,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실천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 목차
      머리말
      제1장 수수께끼 같은 영장류
      제2장 지능은 답이 아니다
      제3장 길 잃은 유럽인 탐험가들
      제4장 문화적인 종을 만드는 법
      제5장 커다란 뇌가 무슨 소용? 혹은, 문화는 어떻게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었는가?
      제6장 왜 어떤 사람들은 눈이 파랄까
      제7장 신뢰의 기원에 관하여
      제8장 명망과 권력, 그리고 폐경
      제9장 외척과 근친상간 금기, 그리고 의례
     제10장 집단 간 경쟁이 문화적 진화의 틀을 형성한다
    제11장 자기길들이기
    제12장 우리의 집단두뇌
    제13장 규칙이 있는 의사소통 도구
    제14장 문화에 동화된 뇌와 명예를 아는 호르몬
    제15장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을 때
    제16장 왜 우리였을까?
    제17장 새로운 종류의 동물
후주/ 참고문헌/ 도판 출처/ 찾아보기

◆ 책 속으로
 예컨대 당신은 자라는 동안 아마도 엄청난 용량의 문화적 정보를 내려받았을 테고, 거기에는 편리한 십진법, 표기하기 쉬운 아라비아숫자, 최소 6만 단어의 어휘(모국어가 영어라면)를 비롯해 도르래, 용수철, 나사, 활, 바퀴, 지레, 접착제를 둘러싼 개념들의 유효한 보기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문화는 우리의 뇌와 생물학에 잘 들어맞으면서도 우리의 뇌와 생물학을 어느 정도는 수정할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진화해온 발견법들, 읽기와 같은 정교한 인지적 기량들, 주판과 같은 인지 보조물도 제공한다. 그러나 곧 알게 되듯이, 우리는 우리 종이 영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도구, 개념, 기량, 발견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도구, 개념, 기량, 발견법과 같이 문화적으로 진화시켜온 방대한 목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리한 것이다. 문화가 우리를 영리하게 만든다.
--- p.27

 조상들이 쌓아온 노하우만 가진 채로 홀로 남겨진 한 여인은 18년 동안 살아남은 반면에, 양식도 충분했고 재정도 넉넉했던 노련한 탐험가 팀들은 오스트레일리아, 텍사스, 북극에서 사투를 벌였다. 이 다양한 사례들이 우리 종의 적응이 지닌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쌓여온 방대한 양의 문화적 지식에 의존하는 동안, 우리 종은 이 문화적 입력에 중독된 신세가 되었다. 식물을 찾아내어 처리하는 법,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도구를 만드는 법, 위험을 피하는 법에 관한 지식을 문화적으로 전달받지 않으면, 우리는 수렵채취인으로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토록 커다란 뇌를 보유하는 결과로 지능을 얻으면서도, 우리는 수렵채취인 조상들이 우리의 진화사에 걸쳐 너무도 흔히 거주했던 것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의 주의력, 협력하는 성향, 인지능력들은 우리 조상들이 처했던 환경 안의 생명체에 대한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져왔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유전적으로 진화한 심리적 적응물들이 우리 종에게는 전적으로 불충분하다. 우리의 지능도, 분야 특수적인 심리적 능력들도 먹을 수 있는 식물과 유독한 식물을 구별하거나 배, 뼈송곳, 얼음집, 카누, 낚싯바늘, 나무썰매 가운데 하나를 제작할 용도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종의 진화사에서 사냥, 옷, 불이 지니는 결정적 중요성을 무릅쓰고, 타고난 정신적 기계장치는 어느 것 하나 우리의 탐험가들에게 눈으로 덮인 바다표범 구멍 찾기나 발사무기 만들기, 혹은 불 피우기에 관한 정보를 전해주지 않았다.
--- p.64~65

 효과적인 제도들은 종종 비직관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지닌 지위 심리의 여러 측면을 활용하거나 억압한다. 고대 유대인의 법정 겸 의회로서 기원후 초기에 몇 세기 동안 존속했던 산헤드린의 경우를 보자. 사형에 처해질 사건을 심의할 때에는 판관 70명 전원이 저마다 의견을 나누곤 했는데, 가장 어리고 지위가 낮은 구성원부터 시작한 다음, 차례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존경받는 구성원까지 나아갔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흥미로운 규범이다. (1) 자연에게 맡긴다면 일이 진행될 방향과 거의 반대 방향이다. (2) 모든 판관이 하위 구성원들의 가감 없는 의견을 듣도록 보장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 규범이 없다면, 최하위자의 의견은 명망과 권력의 설득 효과와 공경 효과 둘 다에 의해 오염될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관한 우려는 다음에 의해 더욱 완화되었을 것이다. (1) 산헤드린의 감독직은 두 사람이 나누어 맡았고, 판관들의 투표로 해임할 수 있었다. (2) 판관들은 사회적 계급과 배경이 서로 유사했다. (3) 사회규범들이 지위 표시를 억압했다.
--- p.214~215

 능숙한 독자는 아마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이 떨어질 텐데, 왜냐하면 관련 뇌 영역들을 돌려쓰면서, 얼굴 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방추회 영역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실은, 신경적으로 얼굴 정보를 처리할 때 뇌의 오른편을 선호하는 비대칭성이 정착된 것도, 읽기 학습의 효과가 얼굴 처리를 왼편에서 몰아내어 왼편이 할 수 있는 일을 오른편으로 떠넘기기 때문일 수 있다. 나는 이에 관해 듣고 개인적으로 기뻤는데, 이제 내가 왜 그토록 자주 얼굴을 잊어버리는지에 대한 변명거리가 생겨서다. 나는 내 독서중독을 지원하려고 얼굴 인식용 신경 펌웨어의 일부를 재활용해왔던 것이다. 이는 우리 뇌에 가한 생물학적 수정이지만, 유전적 수정은 아니다. 수천 년의 문화적 진화가 우리의 유전학을 건드리지 않고도 우리의 뇌를 효과적으로 수정하는 법을 알아낸 최종 결과다. 읽기와 쓰기는 물건 인식, 시각적 기억, 언어를 위해 유전적으로 진화한 신경계를 여러모로 돌려쓰면서 진화해온 문화적 산물이다.
--- p.393~394

 경이롭게도, 우리는 대략 200만 년 전 이전에 우리 조상이 갖고 있었던 옛날 뇌에 관해서도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올도완 도구의 분석 결과는 이 도구 제작자들의 90퍼센트가 오른손잡이였음을 시사한다. 이는 특이한데, 유인원에게는 선호하는 손이 없고 우리에게 우세 손이 있는 것은 우리 뇌의 두 반구가 노동을 분담해 사람들 대부분에게서 좌반구는 언어와 도구 사용에 집중하는 데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와 일관되게, 초기 호모의 머리뼈는 언어, 몸짓, 도구 사용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영역들에서 확장이 있었음을 잠정적으로 시사하고, 두 반구 사이에서 물리적 분리가 나타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도구의 존재, 그리고 먹거리 가공 따위를 위한 도구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 사이의 상승작용에 대해 문화가 주도한 반응과 일치하는 양상으로, 현대 인간의 뇌를 특징짓는 신경적 노동분업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 p.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