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1회 천문우주+뇌과학 모임이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렸습니다.
평소 너무 익숙히 들어와서 가보지도 않은채 경주를 다 아는듯 머리속에 자리잡은 생각들이
놀라움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천년고도의 도시답게 도시주변 전체를 둘러싼 오래전 우리 조상들의 유적들이 서구문명에 침몰된 나의 시각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아직은 덜떨어진 개발(?) 역시 경주시를 녹색 생태도시라고 칭해도 좋을만큼 아름다운 녹색풍광을 마음껏 펼쳐 놓아서, 싱그러운 공기와 어우러져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경주에 도착하여 무열왕릉을 한바퀴 도보로 돌아보고, 역사박물관에 도착하여 옛날 경주고지도를 보며 융성했던 당시의 신라의 수도 경주의 모습과 불국토의 진면목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낱낱히 해부하여 설치해 놓은 석굴암의 모형을 보면서 인류예술문화재로 그리스 조각상과 쌍벽을 이루는 석굴암의 완벽한 예술적 조형미에 감탄하고, 과학적 설계, 설치기술을 관찰하면서 당시의 과학기술의 수준에 또 감탄하였습니다.

서둘러 불국사에 가서 왕궁과 다름없는 불국사의 구조와 당시 지배이데올로기로 채택되어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불국토라는 개념을 만든 신라불교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들려주는 박문호 박사의 불교에 관한 역사 및 개념, 교리 설명에서 한국역사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동리 목월 문학기념관에 들려 천년고도를 자양분으로 한국문학의 거두로 살다간 두 사람의 정서를 몸으로 체감하였습니다. 

토함산을 굽이굽이 돌아서 가는 길에 천년고도가 쇠망하던 마지막모습을 연상케하는 장항사지의 두개의 석탑을 석양무렵에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당시의 분위기와 느낌을 설명해주시는 박문호 박사님 큰형님의 말씀에 잠시나마 가슴이 져며왔습니다.
이어 도착한 매죽헌에서 맛있는 감자와 쿠키, 수박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사방에 산으로 둘러싸여 고요하며 소박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풍광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물욕이 없는 소박한 삶의 느낌을 몸속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포항에 위치한 할매횟집에서 저녁식사로 회국수 한그릇 비우고 숙소에서 12시 까지 이어지는 박문호박사님의 강의에서 지금까지 어렴풋히 알고있던 역사에 관하여 놀라운 시각을 새롭게 얻었습니다.

첫째는 인류역사의 해석과 구성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조사 해석하고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방식은 문헌과 설화, 구전으로 전해오던 역사적 사실을 승리한 자, 또는 가진자의 관점에서 왜곡 해석하여 객관적인 과학성과 실체적인 진실측면에서 논란을 많이 일으키는 방식이고, 각자의 해석관점에 따라서 언제든지 악용할 소지가 있어서 역사학자간 의견의 일치를 보기가 어려운 방식입니다.
하지만 생태학적 접근방식에 의거하여 해석하는 방식은 지구생태계역사에서 차지하는 인간의 지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하여 그 역사 또한 과학성과 객관성을 가질수 있는 개연성이 아주 높은 해석방식이라는 생각입니다. 참신하고도 과학적인 새로운 시도여서 많은 호응과 의견일치를  얻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누리기 이전 과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먹이사슬에서 떨어진 삶과 역사를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사피엔스가 먹이사슬을 따라 코끼리를 쫒아간 씨족은 유럽대륙으로 흘러가 유럽역사의 기원이 되었으며, 순록을 쫒아간 씨족은 중앙아시아, 동북아시아, 북아메리카, 남미대륙을 이어지는 대이동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역사가 유목민의 역사이고, 인류역사의 대부분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 있었기에 인류역사에서 소외당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사로 해석해야하고, 그 역사가 지닌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둘째. 현재까지의 세계사는 정착한 농경사회를 세계사의 주류로 보고있고, 유목민의 역사는 그 주변에서 항상 주류역사의 주체에 끊임없이 악영향을 끼치며 괴롭혀 왔던 변방의 역사로 치부하여 가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착부족들은 그 본질적인 속성상 인류에게 많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하여 많은 수의 인류의 번성을 가져왔으나  정체된 사회의 특성상 문화나 문명의 교류적인 측면에서는 인류역사에 기여를 하지 못하였고,  끊임없이 이동과 교류와 소통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었던 기마유목민이야말로 오늘날 인류문화의 번영을 가져온 촉매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흉노, 선비, 돌궐, 타타르, 거란, 여진, 몽골 등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른이름으로 불리어 왔던 이들 기마유목민은 끊임없이 농경사회를 위협하며, 생존을 위해 침략과 정복을 반복하였고, 그들의 강인하고 단련된 정체성이 드디어 1206년 징기스칸을 통하여 제국으로 폭발을 하여 전세계 역사에 엄청난 파장을 주고 오늘날 세계사의 지형지도를 그리도록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표적으로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을 촉발하여 동로마제국의 멸망을 가져와 서구유럽의 새로운 재편을 가져왔고, 아랍중동지역에서는 압바스 왕조를 멸망시켜, 이집트와 지중해를 건너 이베리아 반도로의 이슬람세력의 이동을 촉발하여 오늘날 지도의 기원이 되었으며, 모스크바를 중심으로한 캅차크한국을 건설하여 250년간의 지배를 통하여 오늘날 모스크바 시내의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인도의 무굴제국의 기반이 되어 오늘날 인도의 탄생의 기원이 되었고, 당시 인류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배제된 섬과 같은 존재였던 중국을 지배하고 원나라를 건설하여 세계사흐름속에 교류와 소통의 장을 열었고, 청나라(여진족)때에는 중국역사상 가장 광대한 지역을 지배하며 가장 번영을 누리도록하여, 오늘날 중국문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지금의 베이징도 몽골이 세운 계획도시입니다. 
  세계사에 소용돌이로 작용하며 영향을 미쳤던 몽골제국은 한가족의 역사입니다. 몽골지역의  씨족사회의 경쟁을 이겨낸 징기스칸의 몽골씨족은 경쟁씨족인 메르켄(말갈, 마립간과 동의어)과 경쟁중 징기스칸 자신도 메르켄의 씨를 물려받았고, 장자인 주치도 징기스칸의 아내를 납치해간 메르켄의 씨앗입니다. 몽골씨족과 메르켄 씨족은 씨앗이 다르다지만 같은 부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부터 아시아 대륙까지 지배하며 통치를 해왔던 기마유목민족의 역사가 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변방의 역사로 취급되는 현실에서,  당시 수준에서는 빛과같은 속도로 달리며(450km/day) 시공을 호령했고, 인류전체 라고해도 무방한 지역에 영향을 끼쳤던 역사의 주역이 기마유목민족이었음을 생생히 느꼈습니다. 

세째 신라를 비롯한 우리 역사의 재발견입니다.
 하도 공부한지 오래되어서인지 신라의 역사는 경상도 쪽의 부족국가가 당시 외세이던 당나라의 힘을 빌어 삼국을 통일하고 고려에 통일된 정권을 넘긴 국가라는 정도이고 신라의 통일때문에 고구려의 넒은 영토를 잃어버려 우리민족에게는 그저그런 역사라고만 피상적으로 생각하여 왔습니다.
 이번 학습탐사에서는 신라의 이런 기존 해석과 이미지가 잘못된 정보라는 걸 알았고, 당시 신라의 지배층은 유라시아를 호령하던 기마유목민족의 후예라는 사실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고, 이런 사실을 그들의 문화적 유산인 유물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신라지배층인 김씨는 흉노족에서 기원하였다. 한무제가 흉노족을 정벌하고 생포한 김일제에게 최초로 김씨성을 하사하였으며, 이런 사실이 신라문무대왕 비문에 7대할아버지로 기록되어 있다. 신라의 지배층이 이들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사실은 기마민족 유물인 등자, 버선, 편두, 적석목곽분, 천관녀, 화백제도(몽골의 쿠릴타이 제도와 같음), 금관, 자작나무,  천마, 유리, 각배, 버클, 마립간칭호, 태극무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역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선을 창건한 이성계 역시 몽골과 깊은 연관(아버지 이자춘은 아무티무르라는 몽골인 이름을 가졌으며, 고조부가 징기스칸의 형제 옷치킨에게 투항하여 천호장이라는 벼슬을 하였음)을 가지고 있어서 위화도 회군을 하였으리라고 추측해 볼 수있으며, 우리나라의 역사가  세계사의 큰 흐름인 기마유목민의 역사가 한반도에 정착한 역사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조선"이라는 한자의 의미도 그간 흐릿하게 알았었는데, 그의미가 "이끼를 따르는 민족"이라는 의미임을 새로운 자구해석을 통해 알게 되었으며, 이는 생태학적으로 툰드라 지역의 이끼를 따라 이동하는 순록을 먹이사슬로 한 유목민의 후예라는 의미이며, 툰드라 지역의 자연생태계를 함께 이뤘던 샤먼의식과 자작나무, 금관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주채혁 교수의 저서 "순록치기가 본 조선 고구려 몽골"이라는 저서의 내용을 박문호 박사님이 소개)
 이처럼 우리나라는 그 역사적인 기원이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정체된 민족이 아니라 기마유목민을 기원으로 한 역동적 기질의 강인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적은 인구수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성과를 달성한 저력의 기원이 바로 세계사의 메인스트림에 속했던 과거의 북방기마유목민의 유전자적 정보가 바탕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어우러져 잠자고 아침에 1시간정도 간밤의 학습을 더욱 심화시키는 시간을 가졌으며, 비오는 중에 아침 감포항 앞의 남해식당에서 향이 좋은 멍게젖갈반찬과 식사를 한 후에,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의 묘(대왕암)를 이견대에서 멀리 바라보며, 문무대왕과 그 아들인 신문왕의 역사와 통치, 당시 사회상에 관한 박문호 박사의 설명듣고, 신문왕이 아버지를 위하여, 동해의 용이되어서도 나라를 지켜달라는 기원에서 지었던 감은사지 석탑을 탐사한 후, 역사과학박물관으로 향하였습니다.

 역사과학박물관에서 위에서 서술하였던 모든 역사적인 사실과 신라의 문명과 문화에 대한 모든 유물과 증거를 일일히 확인하며, 더욱 간밤의 학습내용을 심화시켰습니다. 선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보기만 할 뿐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60년 전통의냉면집에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걸어서 인근의 천마총으로 갔습니다.

천마총에서 안내인의 설명과 함께 본 유물도 역시 간밤의 학습내용을 더욱 구구절절히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천마총에 묻혔던 사람도 역시 기마민족의 후예이며, 그 문화적 유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영면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금관이라고 칭하며 그화려함에 찬사를 보내던 유물이 왕이 평소 머리에 쓰던 금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죽은 시신을 "염(습)"하며 마지막으로 얼굴을 감싸던 헝겁부대를 대신하여 사용되었으며,  태아와 열매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장식된 것으로 어깨와 머리에 씌워 이승과의 영원한 이별식에 사용된 마지막 장식품이라는 것입니다. 금관이 출토된 지역이 가진 공통의 뿌리는 더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전부 기마유목민족의 한뿌리임을 확인하는 증표입니다. 전세계의 10개 금관중 6개가 신라에서 출토되었답니다. 
4세기.5세기에 유행했던 스키타이-알타이계의 쿠루칸(중앙아시아 흉노계 적석목곽분)이 신라에서 155개가 존재하고 있고 천마총의 적석목곽분은 파지리크 얼음공주의 적석목곽분과 똑같습니다. 황금문화 역시 알타이 스키타이의 문화와 동일합니다. 부장품에 사용된 자작나무도 신라지역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입니다. 단순한 교류로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이들 징표가 머나먼 거리를 떠나 신라에 주된 문화로 자리잡은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바로 주인공이 동일하다고 밖에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습니다.  

천년고도를 1박 2일에 다 돌아볼 수 가 없더군요. 
강행군의 연속을 통해 대충 경주를 돌아 본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주마간산으로 본 격입니다.
언젠가 더 깊숙히 천년고도의 숨결을 호흡해 보아야 겠다고 느꼈습니다. 

  나이가 드셨음에도 열정에 넘치는 기운으로 손수 운전하시며 많은 즐겁고, 깨우침의 이야기를 해주신 박문호 박사님 형님과 최해란 선생님, 또한 5대한의원을 운영하시는 김세환원장님의 10만원 기부금 덕분에  풍요로움속에 학습탐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경주백북스 회원님들 덕분에 거리낌없이 불편없이 사색의 시간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인류역사의 시공을 사유하고 아울러 함께 우주의 시공을 사색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매번의 강의와 학습탐사에서 새로운 감동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하는 백북스의 학습은 인생에 필수과목입니다. 같이 탐사하신 회원여러분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번 학습탐사후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쓴 이유는 저녁식사도 거르고, 차량고장때문에 강의도 제대로 듣지 못하며 우리를 위해 고생하신 홍종연 총무님의 고생을 생각해서 입니다.
 홍총무님! 덕분에 이렇게 느끼고 학습하고 보람있게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