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식카페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9일(水)
창의적이고 싶은가? 새로운 습관 만들기를 ‘습관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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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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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의 뇌과학 이야기 - 7. 개념의 힘, 절차의 힘, 반복의 힘 (끝)

모든 성취는 명확한 목표 설정에서 시작한다. ‘인간 뇌 구조와 작용을 학습한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면 구체적 행동으로 추진되기에는 세부적이지 않다. 학습이 달성해야 할 구체적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목적지 없는 탐험은 불가능하며, 우리를 어디로 안내하지 않는다. 뇌 공부의 목표는 ‘뇌 구조 그림 10장을 기억한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대략적 목표는 목표 부근에 머뭇거리게만 할 뿐이다. 목표는 반드시 숫자로 제시돼야 한다. 목표는 우리가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높은 산 정상과 같아서 눈에 보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이유는 더 잘 보이는 옆길에 관심을 주거나, 혹은 목표의 샛별이 흐려지거나 보상이 너무 지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를 잃지 않으려면, ‘뇌 구조 10장을 기억한다’처럼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매일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쉬워지고, 쉬워지면 즐길 수 있다. 일이 즐거우면 지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한다. 

명확한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신의 행동을 정확히 규칙화해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을 정확한 규칙으로 만들면 그 행동은 곧장 습관화된다. 자동화된 습관행동은 항상 작동해서 목표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줄여준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한 일관된 노력보다 즉각적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분산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달성한 모든 성과의 바탕에는 목적지향적 행동이 있다. 목적지향적 행동은 결코 간단히 획득된 능력이 아니며, 인간에게서 급격히 발달하게 된 전전두엽에 의한 작업기억, 충동억제, 시간의식 능력이 출현함으로써 가능해졌다. 

명확한 목표를 향한 지속적 행동은 어른이 된 후에야 힘을 얻게 되는 능력으로 3개 이상의 뇌 영역이 관련된다. 목적지향적 행동은 행동을 선택해 실행하는 세 단계의 뇌 발달과정에서 나온다. 첫째 단계는 보상에 의한 접근행동으로 대뇌 변연계의 측좌핵이 관련되며, 쾌감이 행동을 촉발한다. 3세 이하의 아이는 회피반응보다 자극에 접근하는 행동을 주로 하며, 자극원을 향한 접근반응으로 뜨거운 물건을 함부로 잡거나 돌출된 문고리를 열고 닫고 한다. 

둘째 단계는 안와전두엽에 의한 가치에 따른 행동선택이 가능해지는 단계다. 본능적 행동의 뇌 작동 순서는 내측전전두엽과 안와전두엽이 편도체와 연결되고 이 편도체는 시상하부의 자율중추를 조절하며, 시상하부의 자율중추는 뇌간의 신경핵과 연결돼 척수를 통해 구체적 행동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편도체가 감정 관련 핵심기능을 하는데, 사춘기의 청소년은 편도체가 생성하는 자극에 대한 좋고, 싫은 반응으로 주로 행동을 한다. 편도체는 해마와 연결되어 정서적 기억을 저장하며, 어떤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해마에서 일화기억으로 일시 저장되었다가 대뇌 피질로 이동해서 장기기억이 되고, 사건의 감정적 정보는 편도체에서 분리돼 저장된다. 그래서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그 사건의 감정적 느낌은 오래 지속된다.  

셋째 단계는 전전두엽에 의한, 목표를 향한 행동조절 단계이다. 사춘기 이후부터 서서히 시작해 일생 동안 발달하는 전전두엽에 의해 충동 억제력이 강해져야 목표지향적 행동이 오래 지속된다. 편도체와 측좌핵의 충동적 쾌감이 안와전두엽과 내측전전두엽의 가치 판단에 의한 선택과정으로 발전하게 되며 배외측전전두엽의 활성이 강해야 충동을 억제하게 되고 기억을 조합해서 융합적 사고가 생겨난다. 그 결과 작은 즉각적 보상보다 큰 지연된 보상을 선택하게 된다. 학습심리학의 전문가인 김성일 교수도 논문에서 전전두엽의 행동조절 작용을 강조했다. 

명확한 목표와 정확한 규칙이 확립되면 습관 생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은 행동 결과의 신속한 피드백이다.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강해져서 강박적인 수준에 이르면 중독이 된다. 중독은 반복되는 행동을 멈출 수 없는 행동의 자발적 출력이며, 중독의 강도는 그 행동의 결과가 피드백되는 시간에 관계된다. 즉 피드백 되는 시간에 반비례하여 중독의 속도와 강도가 증가한다. 가장 빨리 중독되는 컴퓨터 게임과 도박은 행동의 결과가 초 단위로 피드백돼 누구나 중독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부의 결과는 며칠에서 몇 년이 걸릴 수 있어 공부 중독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무엇이든 목표를 달성하려면 집중도가 중독수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즉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은 인간 전전두엽의 목적을 향한 의지력을 잘 표현해준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조건으로 명확한 목표, 정확한 규칙, 신속한 피드백을 강조한다.  

목표를 향한 이 세 단계의 구체적 발달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나며, 큰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전전두엽이 활발해지면 의지력이 강해져 오랜 기간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고 사고가 유연한 창의적 인간이 된다. 전전두엽의 작용은 기억피질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역할이 핵심이다. 결국 전전두엽의 힘은 학습된 장기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전전두엽에 의한 사고력은 대뇌피질의 장기기억이 필요하며,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그 정보를 새롭고 독특하게 조합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 창의적 인간이 된다. 그리고 기억과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을 만든다.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결국 정보를 획득하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대규모의 기억이 형성되며, 정보를 얻는 방법은 개념, 절차, 반복의 힘을 키우면 된다. 개념은 정보를 담는 그릇, 절차는 정보를 난이도에 따라 구분해서 처리하는 과정이며 반복은 정보획득 과정을 지속하게 해준다. 

개념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든다. 사물과 사건을 해석하는 일정한 틀이 바로 개념이다. 개념의 틀이 없으면 대규모의 정보를 퍼 담기 어렵다. 개별 사건들의 공통점이 확실해지면 하나의 범주화된 개념이 생긴다. 추상적 개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큰 그릇이다. 추상적 개념화를 잘하면 다양한 정보를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다. 구체성과 추상성은 상반된 특질이다. 구체성은 세밀하며 명확하지만 포괄적이지 않다. 반면에 추상성은 포착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추상적 정보를 구체적 표현에 담아야 한다. 속담이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바로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감각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 속에 담긴 느낌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 내는 순간부터 그 느낌은 확실해지고, 표현하고 싶은 힘을 갖게 된다. 많은 사람에게 통용될 수 있는 개념어는 사회적 상황을 그려내고 개인행동의 지침이 된다. 개념은 추상적 대상을 언어로 포착하여 의식화되게 해준다. 개념적 사고를 강화하는 방법은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본 후에 그 내용을 한 단어로 요약하는 훈련을 하면 개념적 사고가 강해진다. 현대과학은 추상적 개념을 담은 용어로 가득하다. 사회와 문화 현상을 포착하는 개념어가 그 사회의 배경 정서가 된다. 

절차는 습관이 된다. 행동은 움직임의 연속적 단계로 구성된다.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은 일련의 절차를 순서대로 반복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일들은 긴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힘든 일은 서너 단계로 나누어서 각 단계를 숙달하면 효율적으로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전체일정에서 숙달되기 힘든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일을 단계로 나누었기 때문에 각 부분의 특성이 분명해져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종교의식은 절차의 힘을 잘 보여준다. 경건한 종교의식은 의도적으로 계획된 절차의 집합이다. 그래서 산만한 행동을 조절하여 종교적 심성을 개념화한 절차가 종교행위를 몸에 배게 한다. 

다양한 사회에서 익숙해진 생활절차의 집합이 바로 그 사회의 문화가 된다. 그리고 역사는 공유된 문화의 기억이다. 습관의 핵심은 일의 절차를 만들고 그 절차의 무의식적 반복으로 근육이 기억하게 만드는 데 있다. 

반복하면 중독된다. 반복적 행동은 습관이 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 단순반복은 습관화 초기 단계에 필수과정이다. 그러나 익숙해진 반복행위만 계속하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렵다. 특히 직장에서 한 분야에만 적응된 경우는 경력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경력자가 익숙해진 작업은 능숙히 하지만 새로운 지식 습득 능력이 오히려 약해지는 현상이 바로 경력자의 함정이다. 그래서 일정수준의 습관이 달성되면 훈련의 강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야 한다. 10년 이상 직장에서 근무하면 누구나 경력자가 되지만, 전문가는 드물다. 경력자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습관화된 자동반응을 멈출 수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학습을 하려면 이전에 형성된 습관반응을 중단해야만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습관반응의 일시 중단은 자신의 행동을 매 순간 관찰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어려운 과정이다. 습관화된 관점을 중단해야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사물과 현상이 낯설게 보일 때 새로운 통찰이 찾아온다. 무의식적 습관반응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담배와 마약에 중독되며, 의식적 반복으로 경력자가 된다. 반복은 힘이 세다. 그 강한 습관의 힘을 이용하여 새로운 습관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창의적 인간이 되는 길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습관화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이 될 수 있다.  

(문화일보 2월 28일자 24면 6 회 참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박문호 박사의 연구 내용은 뇌과학 공부 단체 ‘박자세(http://mhpark.or.kr/)’에서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