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싸이트에서는 워낙이 정제되고 수준 높은 글들만 있어서 글쓰기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감사함 한번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는 것이 못내 찜찜하여 게시판을 열고
오프라인에 무작정 참여하였듯이 이 게시판에도 무작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세번 참석의 감동을 자판에 두드려 보려한다.



마흔이 넘어서 시작한 심리와 미술심리의 축이 10년이 지나는 동안 어느새
몸과 동작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뇌에 대한 관심에까지 이르게되었다.


워낙이 문외한이고 스스로 '왼쪽뇌가 없다'고 자연과학적 사고는 피해다니는 인물이었지만
어쩔수 없이 생물학(?)적 공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고
젠장.. 거의 40년전 '내 인생에 화학은 없다'며 도망다녔던 화학용어까지 접해야 했으니
아~ 인생이 어찌 이리 고약한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지식을 나눠주시는 고마운 선생님들 덕분에 귀동냥을 할 수 있었고
외계어같던 용어들이 인간어 정도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어렵고 빡쎄보여서 포기했던 박자세 홈페이지에 지난 달 다시 접속해보니
뇌신경과학 10개의 프레임을 겨울내내 다 하고 마지막 열번째 모임을 한다는 공지를 보았다.


헐~~~ 진즉에 왔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네~ 하다가 신참 사과님의 참여후기를 보고
용기를 내어 무작정! 그야말로 무작정 갔다.(알고보니 사과님,, 신참의 탈을 쓴 고참이었다^0^)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라니.. 음,,
언제든지 '튈' 준비하느라 문 옆에 앉았는데 결론은 저녁에 자기소개까지 하게 되었고
여의주조에 배당까지 되었다. 이래도 되는건가?? 어리둥절~~


그리고 그날밤부터 이메일로 카톡으로 자료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메일을 열기전까지는 너무 많이 날아오니 질릴 정도였지만 자료를 열어보면서 감동스러웠다.
그냥 자료가 아니라 정말~~~ 도와주려고~ 알려주려고~~ 정성스럽게 만들은 자료였다.
너무 많다~ 어쩧다~ 거부감이고 부담감이고 쏙 들어가고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외울까~로 변했다.


결국 나름 오만 요란 다 떨고 겨우 1.5개 외웠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것이다.

'내가 고딩때 이랬으면 진즉에 서울대가 아니라 하드를 갔지!'

딸랑 1.5개 외운 내 기분도 그랬다. '하버드 갈 뻔'한 기분이 꽤 좋았다. (*^________^*)



==== 암기


어려서부터 납득이 안돼면 절대 안하는 고집통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작정 외우라니!
내가 아쉬우니까 이 모임에 오긴 했지만 이런건 내 사전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열기에 휩쓸린 영향일까?? 납득해야만 외운다는 내 자세에 살짝 회의가 들었다.


암기는 뇌의 웨이트 트레이닝같은 느낌이 들기시작했다.

그리고 두번째 참석 후 이런 무작정 암기에 대한 거부감은 사실은 웨이트 트레이닝이 싫다는 헬스클럽 회원과 같이  뭘 모르는 고집이란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작정 외우고 익히는 다른 분들의 진정한 성실함은 공부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했다.


지난번 박사님께서 공부에는 About과 Just doing이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나도 평소에 내가 가르칠 때 비슷한 말을 하곤 했었다.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으려면 암기는 기본인것인데 나는 왜 내 공부에서 이해만 하고 넘어갔던가.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들여다보면 욕심과 성급함 밑에 깔린 여러가지 불안이었다.

.


박혜진 조장님이  암기가 아니면 신참과 고참이 시간과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래 맞다. 오래 다녀도 외우지 않으면 정확한 설명이 안되는 것이므로 결국 신참과 고참은 암기에 비례하는 것이 맞다. 맞는 말씀이다. 암기.. 음,,, 흐~~~
 
그래서 난 그냥 일관성있게 신참 하기로 했다.
노화가 심화되는데 이거라도 참신하게~ 신선하게~ 신참! ^^

(그러다 먼 어느날 혹시 외워지는 날이 오면 우아하게 고참하고..^ㅠㅠ^)


==== 나눔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이익훈 선생님을 고른다.
이익훈 어학원의 그 분. 80년대에 토플시험을 보려면 그 당시엔 듣기교육이 전무했던 터였고,
몇 안되는 리스닝 강사 중에 종로학원에 최고의 선생님이 있다고 대학가에서 소문난 분이었다.


그 분 처럼 열심히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나눠주시는 분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시중에 리스닝 자료 파는 것이 거의 없어서 직접 새벽에 AFKN을 녹음하고 집에서 녹음테이프 복사하시고, 자료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시고~ 일요일엔 하루종일 무료특강에~

그 열정에 휩쓸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그 덕분에 열심히 하고 좋은 점수도 받게되었었다.


두고 두고 감사했지만 어쩌다보니 인사 한번을 제대로 못드렸는데.. 그 분은 환갑이나 지나셨으려나??
일찍 돌아가신것을 뒤늦게 온라인에서 알았다.


그런데 꼭~ 그런 분을 다시 만났다!! 박문호박사님!


휴일을 박자세에서 보내시는 모습을 보며 오지랍넓게 '집에서 괜챦으시나??" 했는데
알고보니 역시~ 위대한 남자뒤엔 위대한 여자가 있었다.
알뜰히 간식챙기시고 사진 찍으시고 이래저래 분주하시던 아름다운 분이 사모님이시란다.
이익훈 선생님 사모님도 그랬었는데... 다시 드는 아쉬움.. ㅠ.ㅠ


굳이 이익훈선생님을 거론하는 이유는
나처럼 감사함 한번 제대로 표현 못하는 수많은 회원들이 있을 것임을 말씀드리면서
이 참에 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


아마도 다른 조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조의 조장님과 다른 선생님들도 나눔에 적극적이셨다.
그런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나는 나의 나눔의 자세를 돌아보게되었다.
나에게도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고 잊어가던  좋은 뜻이 있었음을 다시 되살리게 되었다.

아! 잊으면 안되는거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난 여전히 빡쎄게 암기하고 그렇게 열혈회원이 될 마음도 없고, 에너지도 없고, 변명도 많다.
그러나 어느 교실에나 뒤에서 껍씹고 잠자는 애들은 있듯이, 우등생들을 빛내주는 배경으로 조용히 존재하고 싶다.


"아니~~  난 그냥 뇌과학이나 귀동냥하러 왔는데~ 이 모임은 무슨 지질학에 우주에~ 아휴~~
뇌과학 기웃거리다 보니 우주가 살짝 느껴지긴 했습니다만 전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 라고 꿍얼거리는 내게
어느 분이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하셨다.

 '글쎄요~~ 그럴까요~?'


아~~ 놔~~~~ '미안하다. 공부한다' 가족들에게 이런 말 좀 그만하고 싶은데.. 불길하다...
되는대로 천천히 가지뭐~  결국 전면 거부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박자세에 신참을 오~래 하게될 것 같다. -_-;;


==== 마무리


암기 못한다고~ 안 한다고~ 눈치 안볼랍니다. 그냥 나름. 부담없이. 열심히 할랍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잘 하는 분들이 빛날 수 있도록하는 있다말다하는 검은 배경 할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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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참석하면서 열심히 해내시는 선생님들을 뵈면서 정말 감동스러웠습니다.
서로 이끌고 격려하고 나누고~~ 그 모든 모습이 제게 감동이고 반성이고 교훈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큰 열혈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