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일요일 오전 대전에서 서울로 갔다.

봄 날 차 뒷자리에서 아련한 옛  영화음악에 젖어 창밖을 본다.

겨울 나무들 끝가지에 연보라색 기운이 감돌고 파아란 하늘에 구름 몇 조각 사진처럼 떠 있다.


몽롱한 봄 기운이 스며들면 순간 아찔하게 올라오는 생각이 하나 있다.

 

왜,  이 모든 존재는 존재하는걸까

강과 산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나

존재는 왜 존재하게 된 결까.


아무것도 없지 않고 가려움처럼, 기억처럼,

한 장의 우주가 존재하게 된 걸까.

아무것도 없는 우주는 논리적 모순인가.


존재의 심연이 이처럼 몽환적 봄기운을 타고

홀연히 나타났다 곧 사라진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게 된 우주적 양상이 펼쳐져 있다.  


목적과 의도로 분주한 일상이

수많은 사건의 다발로 시공을 가로지르고

차와 도로와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에.

느낌과 생각과 의욕들이 엉켜져있는

지상에 우리는 던져져있다.


지난 백 년 동안 소수의 사람들이 철학과 종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고 새로운 언어로 자연현상을 기술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자와 원자의 결합으로 자연을 이해하려 했으며 별과 바람과 생명을 에너지의 변환과정으로 보았다. 자연현상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고 앞날을 예측하며 자연을 숫자와 기호로 표현하여 수학과 물리라는 자연언어를 통해 존재의 심연을 비추었다.


유니버설 랭귀지, 자연의 언어로 바라본 세계는

전자와 광자와 양성자의 춤이었고

그 춤들이 율동하여 별과 바위와 꽃이 되었다.


텅 빈 하늘을 계속 바라보며 존재와 무의 질문을 던진다.

우주는 왜 존재하게 된 걸까.

유니버설 랭귀지로 이해하게 된 자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대칭이 있었노라


물리학에서 대칭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칭이 작용의 구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시간대칭과 공간대칭이 바로 에너지와 운동량 보존법칙이며 물리현상은

에너지와 운동량으로 표현된다. 대칭의 붕괴로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대칭의 자발적 붕괴로 진공에너지에서 입자들의 질량이 출현한다.

영원히 침묵하는 텅빈 공간에 태양계가 생겨나고

외로운 푸른점 치구라는 행성에 생명이 출현하여

존재의 근원을 묻고 있다.

이 모두가 대칭과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게이지대칭의 요청으로 생겨난 빛이 우주에 쏟아진다.

대칭이 깨어져 입자가 출현했기 때문에

질문하는 생명체가 지구에 나타났다.


양성자와 전자와 광자의 상호작용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뇌 과학을 바탕으로 인간현상을 이해하려 했다. 이 책은 시공과 원자와 세포의 춤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란 현상을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목련꽃이

전설처럼 피어나는

4월이면 언제나 존재의 몸살을 한다.


무와 조재

대칭과 대칭의 붕괴


그리고

나, 너, 우주


이 책은 지난 6년간 '137억년 우주의 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강의를 중심으로 박자세 회원들과 함께 자연과학을 공부한 과정의 기록이다. 책의 대부분은 박자세에서 강의한 녹취록을 정리한 것이다. 회원들의 과학 공붕 중의 느낌과 학습탐사 등 박자세 활동도 같이 구성했다. 각 장마다 참고도서 중에서 특히 처음 5권을 추천한다.


2014년 5월

박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