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46억년 역사 하루로 따지면 1분30초만에 출현
기사입력2020.02.24. 오후 2:39
최종수정2020.02.24.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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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둘러싼 원시 행성계 원반 상상도 [NASA/JPL-Caltech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는 태양이 만들어지고 미(微)행성끼리 충돌하며 덩치를 키워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태양 주변의 '원시 행성계 원반'(planetary disk) 내에서 작은 먼지와 자갈 등이 정전기 작용으로 뭉쳐 미행성이 되고, 자체 중력이 생기면서 다른 미행성과의 상호작용과 충돌을 통해 원시 지구가 출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적어도 수천만년은 족히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철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지구가 미행성 간 충돌이 아니라 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먼지들이 계속 집적되며 500만년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기간에 형성됐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약 46억년에 달하는 태양계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따지면 하루가 시작되고 불과 1분 30초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마틴 쉴러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 떨어진 여러 종류의 운석에 포함된 철의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밝혔다.

코펜하겐대학에 따르면 연구팀은 철의 동위원소를 지금까지 어떤 연구에서보다 더 과학적으로 측정해 'CⅠ 콘드라이트'라는 운석만 유일하게 지구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지구는 '철-54' 동위원소가 달이나 화성 등 태양계 안의 다른 천체에 비해 유난히 적은 데, 운석 중에서는 CI 콘드라이트만 철-54 성분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CⅠ 콘드라이트는 부서지기 쉬운 형태의 석질 운석으로, 이를 구성하는 먼지는 태양 주변의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가스와 결합해 태양에 공급되던 것과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태양 주변의 강착 원반이 500만년 정도만 유지된 점을 고려할 때 원시 지구도 이 기간에 원반에서 물질을 받아 형성되고 철로 된 핵을 만들어 맨틀에 쌓인 철을 가져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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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Ⅰ 콘드라이트 운석 [코펜하겐대학 홈페이지 캡처]

태양계 안에서 만들어진 운석들은 지구 초기의 철 동위원소 구성이 지금과는 달랐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젊은 별 가까이서 먼지가 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수십만 년 뒤 열기가 식어 더 바깥쪽에 있던 CI 먼지가 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구 강착 지역에 진입해 지구 맨틀에 쌓임으로써 현재와 같은 철 동위원소 구성을 갖게된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핵이 맨틀에 있던 이전의 철을 모두 제거했기에 가능했으며, 핵 형성이 그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지구가 기존 이론처럼 미행성 간 마구잡이식 충돌로 형성됐다면 모든 것이 뒤섞여 철의 동위원소 구성을 한 가지 형태의 운석과 비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우주 다른 곳에서도 우주 먼지 강착으로 행성이 미행성간 충돌 때보다 더 빨리 형성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대학의 마틴 비자로 교수는 "초기 강착 이론이 정말로 맞는다면 물은 지구같은 행성 형성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며, 우주 다른 곳에서도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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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끝 `눈사람 소행성` 행성 형성이론 논쟁에 종지부

  • 입력 : 2020.02.14 14:41:35   수정 : 2020.02.14 15:02:27

미행성 부드럽게 뭉쳐 행성 형성…고속 충돌설 배제

카이퍼벨트의 천체 '아로코스'
사진설명카이퍼벨트의 천체 '아로코스'



`눈사람 소행성`으로 더 잘 알려진 태양계 끝의 천체 `아로코스`(Arrokoth)가 미행성(微行星)이 부드럽게 뭉쳐 행성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행성 형성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가 찍혔다.

태양계 행성은 미행성이 고속으로 충돌해 형성된다는 설과 완만한 속도로 뭉쳐 만들어진다는 설이 맞서왔는데, 후자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 아로코스를 근접 비행한 뉴허라이즌스호의 관측 자료를 분석해온 과학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린 관련 논문 3편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싣고,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총회에서도 발표했다.

아로코스는 지구에서 약 66억㎞ 떨어진 해왕성 궤도 밖 카이퍼벨트에 있는 천체로 인류가 우주선을 보내 탐사한 천체 중에서 가장 멀리 있고,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간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뉴허라이즌스호는 지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관측한 자료를 느린 속도로 계속 전송 중인데,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지난해 5월 공개한 1차 연구 결과 때보다 10배나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

뉴허라이즌스 연구팀은 더 선명해진 관측 자료와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아로코스를 구성하고 있는 두 개의 둥근 천체가 가까이서 각각 형성된 뒤 느린 속도로 서로를 돌다가 뭉쳐 현재 상태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아로코스가 미행성간 고속 충돌이 아니라 부드럽고 느린 과정을 거쳐 형성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뉴허라이즌스 연구원인 워싱턴 대학의 윌리엄 매키넌 박사는 "지구에서 화석이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미행성은 우주에서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말해준다"면서 "아로코스는 폭력적 충돌이 아니라 두 천체가 서로를 천천히 돌다가 합체하는 복잡한 춤을 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로코스 표면의 색깔과 구성 성분이 같은 것도 성운 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물질이 충돌하며 뒤죽박죽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같은 구역 안에서 인근 물질을 끌어당기며 형성됐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함께 두 개의 둥근 천체가 모두 납작한 형태를 띠고 극(極)이나 적도 등이 나란히 있는 것 등도 질서 정연한 합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뉴허라이즌스 책임연구원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의 앨런 스턴 박사는 "아로코스는 미행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가르쳐 줬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전반적인 미행성과 행성 형성과정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가져온 것으로 믿고있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모든 증거들은 미행성이 부드럽게 뭉쳐 행성을 만든다는 모델을 뒷받침하고 고속 충돌설은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