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에 익숙하다.

엉망인 이부자리에 편안하다. 

그러나 누군가 들어 온 흔적에는 이내 소름이 돋는다.

나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에 반응하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가던 길을 굳이 돌이키질 않는다.

자연은 흩어지고 억지가 없다.

강물은 어제처럼 흐르고 돌멩이는 연어처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없고 나무는 새처럼 공간을 박차고 날지 않는다.

자연은 애써 수고하는 일이 없고 그저 흩어질 뿐이지만,

생명은 가던 길을 굳이 거스르고 가던 길을 억지로 거슬러야만 생명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얼마나 거슬러 온 것인가 그 수고의 결과물,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스러움을 거부한 몸부림,

굳이 먼 길을 돌아 온 억지스러움이며 그런 자연으로부터 도피인 것이다.


자신이 생명체이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수고가 없고 억지가 없다.

자연에 익숙하려 하고 섭리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그래서 자연은 그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해석하는 방식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란 자연을 거슬러 온 존재임을 아는 그런 사람에겐 생명은 자연스러운  만큼만 우연으로 보일 것이다.


인간은 우주를 전혀 모르고 생명에 대해 무지하다. 과학은 계속 찾아왔고 그들의 무지는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미흡하다란 웅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