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 박사 "치료제 개발은 인간과 바이러스 간 경합"
선천·후천 면역체계, 인체 침입물질 대응 과정도 소개
"인류의 게놈에 바이러스 흔적, 지속해 올 것"

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렘데시비르(왼쪽)와 코로나19의 분자구조(오른쪽). 박문호 박사는 치료제 개발은 인간과 바이러스간의 경합이라고 비유했다.<사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속고 속이기 전법이다. 인간과 코로나19의 전쟁이 치열하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통해 인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인간은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를 속이는 전략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일부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에 들어갔다.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의 RNA 복제를 방해하는 구조를 갖는다. 바이러스 분자구조 중 하나를 바꿔 바이러스를 속이는 방식이다.

물론 인체도 면역체계로 바이러스 침입에 맞선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기능을 갖고 있다. 인체 내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방어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침략과정에서 면역체계에 신호가 전달되는 것부터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개념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박문호 박사는 인류가 천연두, 소아마비(선진국) 등 지속적으로 출몰하는 바이러스를 종식시킨 경험이 있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개발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예방과 면역강화가 우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너만 속이냐? 치료 약물은 인간의 바이러스 속이기

                         박문호 박사의 면역체계 강의1.<영상=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문호 박사의 면역체계 강의2.<영상=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렘데시비르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약이다. 약물재창출 실험을 통해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며 각국에서 치료제로 우선 투약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RNA바이러스 치료제 중 바이러스 증식을 막을 수 약물을 중심으로 약물재창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 람데시비르는 코로나19와 핵산(아데닌) 모양이 비슷해 바이러스를 속이는 전략이다. 바이러스의  분자구조에서 몇 가지를 변형해 바이러스처럼 보이지만 바이러스 세포 안에 들어가는 순간 변형돼 중합효소에 의한 바이러스 RNA 합성에 관여한다. 바이러스가 더 이상 증식을 못하게 해 치료 효과를 낸다.

박 박사는 "인간의 치료제 개발은 바이러스와 분자 세포 생물학의 경합이다. 다른 제약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효과가 증명되면 인류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로 관광, 항공 많은 산업이 붕괴되고 있다. 개인의 삶도 우울증 등 어려움이 많다. 인류는 이전에도 치료제를 개발했듯이 이번에도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지속해서 인류를 공격할 것임을 예측했다. 그는 "인체의 32억개 염기서열 중 많은 부분의 기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바이러스의 흔적이다. 이전부터 바이러스 공격이 있었다는 의미"라면서 "바이러스의 기원은 세포 퇴화설, 세포 탈주설, 독립기원설이 있다. 세포 퇴화, 탈주설은 기존 세포에서 기원한다. 결국 기원관점에서 바이러스와 인간은 남남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인체의 바이러스 차단 어떻게?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면역시스템 이해를 위한 이미지(사진 위)와 T세포 설명(아래).<사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면역시스템 이해를 위한 이미지(사진 위)와 T세포 설명(아래).<사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까. 인체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면역시스템이 작동한다. 즉 항원(antigen)이 몸 안에 들어온 것을 감지하고 방어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 몸은 우선 침입자가 생기면 외부의 피부와 점액질(콧물 등), 땀(PH5.5)이 일단 1차 방어에 나선다. 그래도 내부로 침투하면 2차 내부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대식세포(macrophage), NK세포(자살세포, Natural killer cell), 단백질 보체 시스템(Complement system)이 가동된다.

대식세포가 가장 먼저 나선다. 항원을 집어 삼키고 다른 세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역할을 한다. NK세포는 침입 세포에 구멍을 낸다. 그리고 세포에 Na와 물이 들어가게 해 팽창시켜 터뜨려 죽인다. 단백질 보체 시스템은 병원균 제거가 쉽도록 돕는다. 여기까지가 선천면역으로 대부분의 생명체가 다 갖고 있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선천면역을 맡고 있는 외부의 피부, 점액질, 땀 등이 방어하고 그래도 내부로 침입하면 대식세포가 가장 먼저 활동에 나선다.<사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인간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선천면역을 맡고 있는 외부의 피부, 점액질, 땀 등이 방어하고 그래도 내부로 침입하면 대식세포가 가장 먼저 활동에 나선다.<사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박 박사는 "선천면역시기 바이러스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때문에 역학조사가 중요하다"면서 "면역체계를 알기위해서는 백혈구,  항원·항체, 림프절 지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선천면역에서 해결이 안 되면 후천면역체계가 가동한다. 후천면역은 척추동물인 포유류만 가능하다. 이유는 식물에는 없는 B세포(B Cell)와 T세포(T Cell)가 있기 때문이다.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을 연결하는 역할은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에서 맡는다. B세포와 대식세포는 수지상세포로부터 항원 정보를 받는다. B세포는 정보를 통해 이를 대응할 항체(antibody)를 만들어 바이러스 제거에 나선다.

T세포의 역할은 다양하다. T세포 중 Th1(T helper1)은 대식세포와 NK세포가 활동하도록 해 감염된 세포를 처리하게 돕는다. 또 직접 항원 처리에 나서기도 한다. Th2는 대식세포가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혈관 확대를 돕는다. 우리가 다쳤을 때 염증이 생기고 붓는 것은 NK 세포가 나오는 것으로 이들이 외부 침입자를 삼킨다. 또 Tfh는 B세포를 학습시켜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후천면역 세포들은 항원을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선천면역이 방어하지 못하고 후천면역 세포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처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후천면역 세포와 바이러스 싸움이 일어나는 동안 인체는 열이 나고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면역학에서 핵심으로 인터페론이 꼽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보내는 감염을 알리는 신호가 인터페론이기 때문이다. 식물, 무척추동물, 균류는 인터페론을 만들지 않고 숙주 방어용 RNA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

면역세포를 튼튼하게 할 수 있을까. 면역세포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큰 폭으로 감소한다. 코로나19로 노령층에서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많은 이유다. 면역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전체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이는 노화의 주범이다. 박 박사는 건강한 면역체계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문호 박사는 "인류가 전염병에 대응력이 커진 것은 위생환경 개선과 비누를 꼽을 수 있다. 또 하수구 시설이 생기면서 피부병, 기생충이 거의 없어졌다"면서 "인류가 이처럼 면역체계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과학자들의 역할이 있었다. 침입물질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100년도 되지 않았다. 발견한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문호 박사는 오는 21일 오후7시부터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는 대덕열린포럼에서 '인류와 코로나의 전쟁! 속고 속이는 과학과 바이러스'를 주제로 특강을 펼칠 예정이다.


다음은 면역학의 중요 개념과 과학자들.
▲1908년 phagocytosis(식세포작용): 이물질이 인체에 침입하면 혈관에서 빠져나온 백혈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해 침입자를 세포 안으로 유인해 분해시킨다. 러시아의 과학자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 Ilya Ilyich Mechnikov)가 1882년에 발견해 1908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1960년 immunity tolerance(면역내성): 자가면역으로도 해석하며 자가항원에 대한 면역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 프랭크 M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은 1960년 '후천성 면역내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1984년 monoclonal antibody(단일클론항체): 한 종류의 항체만을 단일클론 항체라 한다. 생물학적 연구와 질병진단, 독소 중화에 활용된다. 1975년 게오르게스 쾰러(Georhes Kohler)와 세사르 밀스테인(Casar Milstein)이 처음 합성에 성공하면서 1984년 노벨상을 받았다.

▲1996년 MHC-mediated(세포성면역):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해 비자기 세포를 파괴하는 면역과정. 대표로 B세포가 있다.

▲2011년 Dendritic cell(수지상세포): 포유동물 면역계의 항원제시세포. 19세기 말 폴 랑게르한스(Paul Langerhans)에 의해서 처음으로 보고되었고,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라는 이름은 1973년 랄프 스타인만(Ralph M. Steinman)과 잔빌 콘(Zanvil A. Cohn)에 의해서 명명되었다. 스타인만은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https://www.hellodd.com/?md=news&mt=view&pid=72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