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2023 몽골탐사를 마치고
살면서 누군가가 부러운 적이 있지요. 저는 근사한 호모 사피엔스이기도 또 그저 먼 옛날 호모족이기도 싶었습니다. 운좋게도 저를 그 길로 인도해주실 분은 만났지만 너무 두려웠습니다. 공부량과 눈초리와 자괴감을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용기를 냈습니다. 더구나 월말 팀도 있으니까 나도 그 팀인 척 해야겠다.
길을 만들며 사정 없이 달리는 사막 낡은 버스 안, 차 천정에 머리가부딪히며 터져나오는 여기저기 비명소리에도 아랑곳 않는 상하좌우 격한 흔들림 속 또렷한 박사님의 강의. 한 자라도 더 받아적고자 다들 덜컹이는 차와 하나되어 용을 썼습니다.
땀 냄새 풀풀나는 햇살 아래든 파카입고 오들거리던 하얀 새벽이든 대자연 사방 트인 천국에 오롯이 우리만 있었습니다. 행색은 씻지 못 한 원시인이나 배움은 지구 어느 잘난 사피엔스도 들을 수 없는 중국사 아시아사 세계사 천문학 물리학 지질학 암석학 고고학 생명의 핵심 빅히스토리를 접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땅 하늘 달 태양 지평선
풀 모래 언덕 알타이산맥 바람 무지개 구름
고동 검정 하양 점박이 양떼 낙타들 말들
어쩌다 외롭지 않게 멀찍이 점박힌 게르
그동안 너무도 몰랐던 몽골의 유적지들
충분히 자부심 가득한 그곳 이야기들.
쉴만하면 시작되는 알토란 강의
한 번의 꼬르륵도 없었던 맛난 먹거리
고비사막 보디가드 유로 아저씨 군단
나도 못 외우지만 비슷하게 위안이 되는 열심인 선한 팀원들 혼이나도 하소연할 수 있는, 심지어 그분도 꼼짝 못하는 우리의 빽, 이사님까지~그래서 이렇게 서울에서 그때 사진들을 보니 더없이 고맙고 뭉클합니다. 그 때는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집에 와보니 다시 없을 저의 인생사건이었습니다.
이제 정신 다잡고 부러운 박사님의 가르침을 잘 갈무리하여 내 것인양 시치미를 떼어보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도둑질의 달인이 되어 다시 만나길 바래보면서.
기다리던 소식이 왔네요^^
지구에서 몇 안남은 불빛 없는 그곳에서 별과 자연과 역사를 만났다니 부럽습니다
박사님의 공부의 양은 안 봐도 비디오일 것 같고
그럼에도 자연에서 만나는 박사님과 공부는 순수 그 자체가 아닐까?
느낌이 듭니다만 직접 보고 느낀 9박10일의 시간은 부럽습니다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