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께서 ZOOM 강의에서 추천 하신 도서입니다

스핀 파울리, 배타 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이강영 저 | 계단 | 2018년 01월 02일

책소개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진짜 양자역학, 스핀!
화가가 선과 색으로 세상을 그리고 음악가가 소리로 우주를 표현하듯, 물리학자는 물리학 법칙을 통해 세계를 건설한다. 이 세상을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으로 만드는 물리학 법칙은 무엇일까? 우주를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는 이론은 양자역학이다. 그 중에서도 물질의 단단함, 원자의 주기율표, 그리고 모든 화학 법칙의 기초가 되어 세상을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원리는 오스트리아 출신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제창한 배타 원리다. 배타 원리는 현대 과학에 원자가 등장한 이후 밝혀진 원자의 성질과 원자의 모습을 한 줄로 요약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배타 원리의 물리학적 근거를 제공해주는 개념은 전자의 스핀이다. 스핀은 질량과 함께 물질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성질이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물리량이다. 그래서 스핀이란 개념은, 전자란 정말로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양자역학적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양자역학은 우리의 감각으로는 느끼기 어렵고 수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양자역학의 건설자 중 한 사람이며 배타 원리를 발견한 파울리를 주인공으로 배타 원리와 스핀에 대해서 알아봄으로써 양자역학을 조금이나마 더 진하게 맛보고자 한다.

목차



01 물리학의 양심
파울리 가家 연대기 / 에른스트 마흐, 세기말 빈 / 빈의 신동 /
뮌헨대학 이론물리학 연구소 / 뮌헨의 젊은 대가 / 괴팅겐의 파울리 박사

02 원자와 빛의 노래
원자, 개념에서 실체로 / 분광학, 원자의 빛 / 제이만 효과, 빛과 자성 /
전자, 전기의 알갱이 / 러더퍼드 원자 속을 들여다보다 / 닐스 보어 생각하다 /
수소 원자의 양자
03 숫자, 이론, 그리고 주기율표
보어 모형의 성공 - 피커링 계열 - 모즐리의 X선 스펙트럼 - 프랑크-헤르츠 실험 /
코펜하겐의 새 연구소 / 조머펠트의 새로운 숫자들 / 보어 축제 / 슈테른-게를라흐 실험 /
주기율표 / 보어-조머펠트 이론의 한계
04 배타 원리와 스핀
배타 원리의 탄생 / 레이든 대학 / 에렌페스트 / 호우트스미트와 울렌벡 / 크로니히 /
스핀! / 토머스 인수
05 양자역학을 들고 온 세 전령
하이젠베르크 / 슈뢰딩거 / 디랙 / 양자역학적 스핀 이론 /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의 재해석
06 같음, 스핀, 그리고 통계법
엔리코 페르미 / 두 입자가 똑같다면 / 보즈와 아인슈타인 / 페르미-디랙 대 보즈-아인슈타인 / 디랙 방정식 / 빛의 스핀 / 어떤 통계법이 옳은가 / 디랙의 바다 / 스핀-통계 정리
07 다른 방향에서 보기
스핀 다시 보기 / 자성 / 스핀트로닉스 / 양성자의 스핀 / 핵 자기 공명 /
배타 원리 다시 보기
에필로그 파울리의 초상
참고 자료
그림 출처
찾아보기


책 속으로


배타 원리, 스핀,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신은 세계를 창조하기 전에 배타 원리부터 만들어야 했다.”
- 프리먼 다이슨


세상 모든 원소의 구조와 성질을 하나의 표로 정리한 것이 주기율표다. 그래서 과학을 배우는 중고등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나름의 규칙에 따라 외우곤 한다. ‘수리나칼루세프, 벨마카스바라…’ 어떤 원소가 상온에서 기체이고 어떤 원소가 액체인지, 어떤 원자의 반지름이 더 큰지 더 작은지도 이 표를 통해 알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이 표를 활용하고 연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 표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왜 원자번호 순으로 쭉 나열하지 않고, 주기와 족을 나눠서 2, 8,…개씩으로 구분하는 걸까? 왜 주기율표의 맨 왼쪽과 오른쪽 위는 그렇게 뿔처럼 두 개의 원소만 솟은 걸까?
이런 주기율표의 모양과 원소의 배열순서를 근본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로 배타 원리다. 또한 원자가 인력에 의해 폭발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그래서 결국 물질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바로 배타 원리 덕분이다. 우리는 배타 원리 때문에 꺼지지 않는 마룻바닥을 딛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마룻바닥만이 아니다. 배타 원리가 없다면 항성들은 모두 중력에 의해 곧 블랙홀이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배타 원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구조를 그려낼 수 있는 유일하고 결정적인 원리다
배타 원리는 20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발견했다. 이 책은 볼프강 파울리를 주인공으로 배타 원리의 탄생 과정과 배타 원리의 물리적 토대가 되는 스핀의 발견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20세기 초반은 닐스 보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폴 디랙, 아르놀트 슈뢰딩거, 볼프강 파울리 등 현대 물리학에 자신들의 이름을 수놓은 천재들이 자신들의 재기를 뽐내던 시기였다. 이들이 겪었던 돈독한 우정과 날카로운 경쟁, 어이없는 독선과 외골수의 아집, 놀라운 성과와 안타까운 좌절이 이 책에는 함께 담겨 있다.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놀라운 직관을 가진 뛰어난 천재들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이들 중에는 본받고 싶은 스승의 모습도 있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친구의 모습도 있고, 시대적 압박에 괴로워하던 시민의 모습도 있다. 물론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다가, 어렵게 찾은 직장에 기뻐하는 모습도 있다. 천재이면서 동시에 세상에 던져진 한 개인의 모습까지 이 책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파도소리만 들리는 한적한 섬, 새벽녘 종이 위를 내달리는 연필 소리에서 양자역학이 태어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저자는 이렇게 과학적 발견의 과정을 세심하게 따라가면서, 과학적 탐구의 혼란스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묘사들을 통해,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을 통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고, 수많은 과학 칼럼과 강연, 서평을 통해 폭넓고 두꺼운 독자층을 보유한 이강영 교수 글쓰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물리학의 양심’, ‘신의 채찍’이라 불렸던, 볼프강 파울리
이 책은 배타 원리를 발견한 파울리를 주인공으로 20세기 전반 양자역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 본다. 파울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 주는 말은 많이 있다.

그를 조수로 채용하여 함께 일했던 막스 보른은 파울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괴팅겐에서 내 조수로 있었을 때부터 나는 파울리가 오직 아인슈타인에나 비견할 만한 천재임을 알았다. 사실 그는 아인슈타인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이라서, 아인슈타인처럼 위대하게는 결코 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순전히 과학의 관점에서라면 파울리가 아인슈타인보다 더 위대할지도 모른다.”

이런 평가도 있다. 그 자신도 노벨상을 수상했던 탁월한 물리학자였던 에밀리오 세그레는 자신의 책에서,
“어떤 물리학자는 만능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좁은 영역이지만 전문가인 경우도 있다. 헨드릭 로렌츠와 같은 사람은 외교관이나 사업이나 거의 무슨 일을 해도 탁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울리 같은 사람은 이론물리학 말고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파울리는 만 18세에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천재였다. 파울리가 1900년 생이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논문으로 발표한 해가 1916년이니 논문이 나오고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으로 이런 연구를 발표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20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 파울리가 물리학자로 성장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20세기 초반 진짜 양자역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다.

과학의 발전은 절대 일직선이 아니다
“과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 과학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교과서로 과학을 배운 젊은이들은 과학이란 원래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눈부시게 합리적이고, 교묘하게 논리적이고, 모든 세부가 정교하게 배치된 정밀 기계와 같은 것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기 쉽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해온 과정은 물론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한 발자국을 전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도가 필요하고, 지금은 당연하게 보이는 해답 한 줄을 얻기 위해서도 숱한 착오와 잘못과 헛된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왕 역사의 길을 따라가는 김에 나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이론적, 실험적 전개 과정뿐 아니라, 시대와 과학자들의 주변 환경도 함께 묘사 하려고 애썼다. 읽는 이들이 구체적인 시대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면 과학자들과 그들의 연구 활동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과학자들의 연구가 어떤 전통 속 에서 이루어진 것인가를 보이고 싶었다. 결국 정말 보이고 싶었던 것은 물리학 연구의 기쁨과 아름다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스핀’하면 파울리나 울렌벡, 호우트스미트를 떠올리지만, 정작 ‘스핀’이라는 개념을 먼저 생각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논문으로 정리해서 발표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결국 ‘스핀’ 발견의 영광은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불운의 주인공은 바로 랠프 크로니히다. 과학은 바뀔 수 없는 진리를 담고 있지만, 그 과정에 개입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실수를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용서하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주장이 과학적 진실로 자리잡는다.
또한 과학의 발전에는 우연도 빼놓을 수 없다.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은 스핀이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가장 유명한 실험이다. 많은 책에 나오는 대표적인 실험이지만, 이 실험에는 뜻밖에도 싸구려 담배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담배 연기가 없었다면 진짜 양자역학은 훨씬 더 늦게 나왔을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만큼이나 관련된 사람들의 활동, 사회적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과학적 진실이 완성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 또한 각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