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視 

평상 床



  “시상에나”조 카잘스입니다. 오늘은 시상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살펴보겠습니다.


 뇌과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쭉 볼 視, 평상 床 두 한자로 이루어진 시상이라는 단어가 영 어색했습니다. 보는 평상? 평상에 올라가서 본다? 시각과 관련된 곳인가? 하면서 그냥 애매하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정리할 테니 함께 떠나보실까요?


  먼저 “Thalamus”에서 출발합니다. 평소처럼 구글 검색에 thalamus라 입력하니 당연한듯 Wikipedia가 제일 먼저 나오네요, 클릭해서 들어가 봅니다. 그리스어로 “chamber”라는 말입니다. 이번에는 네이버 영어사전에 “chamber”라 입력합니다. “회의실, 실 그리고 옛글투로 침실, 방”이라고 합니다. 아 그리스어로 방이라는 오래된 이름이구나?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상은 ‘방’이라기보다는 덩어리인데? 아직 개운치 않습니다.


  조금 더 깊이 찾아봅니다. 1381개의 뇌해부학 표준용어를 정리한 Swanson에 따르면 뇌라는 단어는 기원전 17세기 Smith Papyrus에서부터 처음 나오고 뇌실과 척수는 히포크라테스(460~370 BC)가 소뇌는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가 쓰기 시작했다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thalamus”는 조금 늦게 태어나 2세기 로마제국 시절의 갈레노스(Galen)입니다.


  갈레노스라 다시 네이버의 도움을 받습니다..


“갈레노스(갈렌) 의사들의 왕자

서양의학 역사에서 갈레노스만큼 해부학과 생리학, 진단법,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1000년 이상 오랫동안 큰 영향을 끼친 의사는 없었다. 

그는 고대의 말기와 중세 시대를 지나 근대 초기까지 

의학의 황제로 칭송을 받았던 인물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물로 보는 해부학의 역사>


  고대 이집트와는 다르게 갈레노스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인체해부가 금지되었기에 돼지나 양과 같은 동물만 해부할 수 있었으며, 뇌실질보다 뇌실을 더 중요한 기관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갈레노스가 그리스어로 방이나 저장소를 뜻하는 “thalamos”라고 지칭한 것은 우리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뉴런이 살고 있는 시상이 아니라 바로 뇌실이었습니다. 이제 위키에서 그리스어로 “chamber”다 한 것까지 해결됩니다.


  사실 상 갈레노스는 외측 뇌실의 아래뿔에서 눈까지 연결되는 시각로를 보았고, 그래서 “뇌실에 vital spirit가 들어있어 시신경을 통하여 눈으로 나온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갈레노스의 설명이 천 년 이상 변화없이 정설로 굳어져 영어로optic thalamus, 라틴어로는 thalamus opticus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이제 시상의 볼 視가 해결됩니다.


  Thalamus와 chamber 즉 방은 연결이 되었고 볼 視도 해결되었지만 평상 床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약간 다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고대 그리스어로 thalamos는 그냥 방이라는 의미보다는 신부의 침실, 또는 신부의 couch이라는 뜻을 가지며 첫날밤, 신성한 결혼, 축제 등과 관련이 있어 당시 로마의 시인들이 “art of love”와 같은 시에서 즐겨 쓰던 단어입니다.


  이런 의미는 유럽에서 쭉 이어져 1594년 스펜서가 결혼 당일 자신의 신부를 위해서 <epithalamion 축혼곡>이라는 시를 썼고 프랑스어로 시상을 couche optique라 하는데 couche가 옛 문어체로 침대나 잠자리입니다. 이제 침상 또는 긴 의자라는 의미로 평상 床까지 풀렸습니다.



Madame_Récamier_by_Jacques-Louis_David.jpg


Madame_Récamier_by_Jacques-Louis_David.jpg


Portrait of Madame Récamier

1800 Jacques-Louis David


그림에 보이는 가구는 로마식 카우치 즉 긴 의자입니다.

많이 보신 가구지요 그리스나 로마식 침대도 거의 이런 형태입니다.

 



  시상에 대한 갈레노스의 잘못된 설명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해서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어느 정도 시상의 해부학적 실체가 알려졌고, 이 무렵 신경로를 추적하고 신경조직을 고정하는 기술도 발명 되었습니다. 그러나 건축가 Christopher Wren이 그린 뛰어난 삽화를 수록한 Thomas Willis 1664년 책에서도 시상이 시각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상 윌리스.png


1664 Thomas Willis


시상이 어디인지 찾아보세요


  

현재의 시상에 대한 설명은 세포 이론이 나온 1840년 이후가 되어야 시작이 되며, thalamu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한 것은 스위스의 해부학자 Wilhelm His경의 1893년 책입니다. 그는 조직을 얇게 자를 수 있는 microtome을 발명하고 현미경으로 배아를 연구하여 발생학에 큰 업적을 남겼으며, 이름이 심장에 히스다발(His bundle)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오랜 역사를 가진 optic thalamus라는 용어가 일본으로 전해져 직역되면서 視床이 되었고, 시각을 의미하는 optic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오늘까지도 여전히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시상의 고유의미에 더 가까운 丘腦라고 부릅니다.


  이제 視床이라는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 개운하게 해소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시상 이야기 2로 다른 시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